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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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20만 평, 3200억원(개별공시지가)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이자 최고의 흑자 골프장(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을 두고 벌어진 분쟁의 2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매출액만 923억5503만원을 기록했던 이 ‘황금알 낳는 거위’를 두고 운영사인 스카이72와 땅 주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간 분쟁이 계속되면서 이 사건에 법조계와 골프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매출 1조·순이익 1779억⋯스카이72 “우리가 영업”

이 사건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국공은 수십 년간 유휴지 상태로 있던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예정지역’을 활용하고자 공개입찰을 냈다. 사업자로 선정된 스카이72는 인국공과 ‘인천국제공항 제5활주로 예정지역 민간투자개발사업 실시협약(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골프장을 짓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하면서 공사에 사용료를 지급하고, 시설을 무상 인계 또는 철거하는 내용(BOT 방식)이 골자였다.

스카이72는 골프장 공사를 마친 2005년부터 15년간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 2005년 132억여원이던 매출액이 이듬해 543억원으로 급등했다. 이후 10년간 610억~748억원의 연 매출을 올렸고, 계약 마지막 해인 2020년에는 최대치인 846억여원을 기록했다. 합계 누적 매출액은 1조413억원에 달한다. 특히 당기순이익만 해도 1779억여원(누계 기준)이었다. 자본금 380억원으로 시작했던 스카이72가 약 5배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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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단 동원한 스카이72…본안 소송 낸 인국공

문제는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오자 불거졌다. 스카이72가 2019년 7월부터 실시협약의 토지 사용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며 인도 준비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제5활주로 착공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스카이72는 ‘제5활주로 착공’을 전제로 토지 사용 기간을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계약 기간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본격적인 법적 분쟁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2020년 5월 인국공에 감사원의 사전컨설팅을 제안한 스카이72는 사적 중재 절차인 판정위원회 절차 진행과 인천지법에 인국공이 후속 사업자 선정을 위해 공고한 입찰절차 진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이미 토지 사용 기간이 만료된 이후였지만, 소송을 낸 스카이72는 골프장 영업을 이어갔다. 그사이 인국공의 손실은 계속됐다. 새로운 입찰자에게 넘겨 사업을 지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국공의 주식 100%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었던 만큼 국고 손실로도 이어졌다. 결국, 인국공은 지난해 1월 스카이72를 상대로 토지와 건물 등의 반환을 요구하는 ‘부동산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72는 “유익비 등을 지급하라”며 인국공을 상대로 맞소송(반소)을 냈다.


세종 ‘속도’에 집중…소송 지연 요소 사전 차단

인국공을 대리한 세종은 속도전에 사활을 걸었다. 본안 사건인 ‘부동산 인도 소송’의 1심 변론이 시작하기 전에 분쟁과 관련된 수백 개의 증거들을 일괄 제출한 것이다. 그중에는 2002년 실시협약 협상 당시, 인국공과 스카이72 사이에 오갔던 문서들이 포함돼 있었다. 스카이72 측이 토지연장 조항을 넣고자 했지만, 인국공이 거절했고 결국 조항을 넣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이었다. 세종의 현기용(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스카이72가 계약이 종료된다는 점을 인식한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인도 소송은 장기전으로 불린다. 감정 절차 등이 진행되면 기본적으로 1~2년이 소요된다. 감정 대상이 많은 골프장이었던 만큼 절차가 시작될 경우 인국공의 손해가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에 세종은 감정 절차를 기각하는 데 주력했다. 인국공과 스카이72 사이의 실시협약은 민법상 임대차계약과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성질이 달라 유익비·지상물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골프장 내 건물과 토지에 대해 감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세종은 2심에서도 같은 전략으로 임했다. 덕분에 일부 감정 절차가 시작됐지만, 3개월 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2심까지 골프장 운영사인 스카이72의 ‘골프장 불법점거’로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스카이72)는 실시협약에서 정한 토지 사용 기간이 종료함에 따라 해당 토지를 원고(인국공)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실시협약 성격 ‘판가름’…“공기관-사업자 계약 영향 줄 듯”

이번 판결은 인국공과 스카이72 사이에 체결된 실시협약의 성격이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자 간 계약(공법상 계약)’이라고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OT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사업시행자가 골프장 시설에 투자한 비용(유익비)을 청구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언한 점도 큰 의미가 있다는 취지다.

세종의 정진호(20기)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공법상 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면, 국가나 공기업들이 민간 투자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법원이 이번 판단을 함으로써 BOT 방식의 사업이 사회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국가와 다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사업자들과 체결한 실시협약의 성격과 법률적 관계를 명시함으로써 향후 공공재산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원(26기) 변호사는 “‘임대차계약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상물매수청구권 등이 인정되면 이미 수익을 본 사업자가 투자 비용까지 회수하게 되는 것으로, 이중 이익을 얻게 된다는 문제를 재판부도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plus point

부킹 안 해줬다고 
손배 판결 받은 아난티

골프장 관련 판결은 계속되고 있다. 무기명 골프 회원권을 가진 회원에게 약정한 라운드 횟수를 보장하지 못한 아난티클럽서울(아난티)이 미이용 횟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아난티가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 3-1부(부장판사 석준협)는 지난 3월 “골프장 이용에 관해 선호도가 높은 시간대가 있어 회원들 사이에 경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제때 골프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피고 측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정들”이라며 “그 대책도 피고가 미리 세웠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지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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