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5월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엔젠바이오와 VIP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김기석(오른쪽)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과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5월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엔젠바이오와 VIP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김기석(오른쪽)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과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하나은행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서비스. 뱅크샐러드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서비스. 사진 뱅크샐러드

“고객님, 금융자산부터 건강까지 다 관리해 드립니다.” 흩어진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마이데이터(My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경쟁이 시작되면서, 금융사들과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과의 협업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사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종(異種) 사업과 결합을 시도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본격화한 마이데이터 사업은 여러 금융사나 빅테크에 흩어진 정보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개인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할 경우 여러 회사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시범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마이데이터 API(표준 응용프로그램 개발 환경) 의무화를 전면 시행하며 정식 도입했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은 업체는 은행 10곳, 카드사 및 캐피털 9곳을 비롯해 56곳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의료 정밀 진단 플랫폼 기업 엔젠바이오가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하나은행 2개 PB센터 영업점에 헬스케어 상담 부스를 마련하고, VIP를 대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검사, DTC(Direct To Consumer) 검사 등 개인 유전자 검사와 헬스케어 상담 등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엔젠바이오와 전문의가 제공하는 다양한 건강 정보를 하나은행 자산관리 웹진 ‘하나원큐M’에 싣고, 전국 PB센터를 순회하며 ‘신(新)5060 건강 점프 업(Jump up)!’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VIP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엔젠바이오와 5월 26일 맺었다. 은행 관계자는 “향후 마이헬스케어데이터 제휴를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이 단순히 예·적금, 대출과 같은 금융서비스만 이용하는 공간에서 생활 전반에 걸친 비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핀테크 기업 뱅크샐러드가 정밀의학 생명공학 기업 마크로젠,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사업을 하는 셀바스AI와 협업을 시도했다. 2012년 설립된 뱅크샐러드는 앱에서 예·적금, 투자, 대출, 주식 등 자산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 회사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산관리 솔루션을 기반으로 금융, 의료, 통신 등 다양한 정보를 융합하는 마이데이터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목표에 따라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말 마크로젠과 손잡고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선착순으로 검사에 참여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시장에서 통해 출시 4개월 만에 검사자 수가 5만 명을 넘는 등 호응을 얻었다.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유전자 검사에 참여하면 고객의 집으로 마크로젠 유전자 검사 키트가 온다. 고객이 타액(침)을 채취해 이를 마크로젠으로 보내면 영양소, 운동, 피부, 모발, 식습관, 개인 특성, 건강관리 등 65개 항목에 걸쳐 유전형질을 약 2주 이내에 분석해준다. 분석 결과는 뱅크샐러드 앱의 ‘건강’ 메뉴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이른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사이에서 ‘과학 사주’ ‘유전 MBTI’로 불리며 청년층 고객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얘기다. 

뱅크샐러드 앱에 있는 ‘내 위험 질병 찾기’ 서비스는 사용자의 개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주요 질병에 대한 통계적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준다. 뱅크샐러드는 건강 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인프라를 구축해, 개개인의 건강 목표를 세우고 통합 건강관리 및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대중화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핀테크 기업과 보험사들은 의료 정보 전송 플랫폼 전문 기업, 의료 기관과 협업해 번거로운 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서비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DGB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의료 정보 전송 플랫폼 전문 기업 지앤넷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 2월부터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앤넷과 연동된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 별도로 서류를 발급, 제출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병원 내 무인 단말기(키오스크)나 앱을 통해 청구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대출 비교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크도 올해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연동해 서류 발급 없이 앱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 핀테크 기업 토스는 2019년 ‘병원비 돌려받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는 실손의료보험 및 기타 보장성 보험 가입자들이 토스 앱에서 청구서 작성과 접수뿐만 아니라 팩스 전송까지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개인화한 서비스와 상품 개발로 이어 나가겠다는 게 금융사들의 큰 그림이다. 이런 그림하에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와의 협업도 시도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엔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만으로 차별화 경쟁이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깔려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에 진출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의 급성장으로 금융업계의 디지털 경쟁은 치열해졌다.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뒤처지면 고객 이탈이 늘거나 디지털 플랫폼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성패는 ‘금융 정보뿐만 아니라 건강, 의료, 통신, 에너지, 교통, 패션, 문화, 유통 등 다양한 이종 데이터 간 결합을 통해 얼마나 유용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느냐’에 달렸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다시 금융 서비스로 잇고 확장하는 시도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은행 플랫폼에 다양한 서비스가 연계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늘의집, 티맵모빌리티 등과 손잡고 부동산, 모빌리티, 헬스케어, 쇼핑 비금융 서비스,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음식 주문 중개 서비스 ‘땡겨요’를, 우리은행은 편의점 상품 배달 서비스 ‘마이 편의점’을 내놨다. 하나은행은 신차 견적 서비스를, NH농협은행은 꽃 배달 결제 서비스 ‘올원플라워’를 선보였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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