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관 명인 안동소주 대표 현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전수자 대표, 현 전통주수출협의회 부회장 사진 박순욱 기자
박찬관 명인 안동소주 대표 현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전수자 대표, 현 전통주수출협의회 부회장 사진 박순욱 기자

명인 안동소주, 민속주 안동소주, 안동소주 일품, 양반안동소주⋯.

안동에는 ‘안동소주’란 이름으로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고 있는 양조장이 아홉 군데나 된다. 이 중 유일하게 청와대가 선택한 술은 명인 안동소주다. 명인 안동소주는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때 만찬주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21년 설 명절 선물로 명인 안동소주를 선택했다. 경북 지역에서 만드는 술 중 지금껏 청와대 명절 선물로 선정된 것은 명인 안동소주가 유일하다. 

명인 안동소주는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제6호 박재서 명인이 빚는 증류식 소주다. 지금은 아들 박찬관 대표가 술 제조와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으며, 손자 박춘우 팀장까지 양조장에서 일하고 있다. 박재서 명인(회장), 아들 박찬관 대표, 손자 박춘우 팀장까지 ‘3대’가 명인 안동소주를 만드는 셈이다.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지만, 3대가 현역으로 술을 같이 빚는 경우는 이곳 명인 안동소주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명인 안동소주는 그 역사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동 반남박씨 집안의 가양주로 500년 동안 내려오다가 반남박씨 25대 후손인 박재서 명인이 1992년부터 상업 양조를 시작했다. 올해로 만 30년이 됐다. ‘1대’ 박재서 사장(지금은 회장)은 1995년 식품명인 제6호로 지정받았다.

명인 안동소주는 여타 안동소주와는 어떻게 다를까? 명인 안동소주 측은 안내 팸플릿에 “100% 우리 쌀로 빚은 증류식 소주로, 3단 사입법과 장기 숙성을 거쳐 그 맛이 깊고 부드러우며 음주 후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적고 있다. ‘3단 사입법’이란 한 번의 밑술과 두 번의 덧술을 거쳐 발효를 마무리한 뒤 맑은 술 약주만 떠서 증류했다는 의미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양조장은 약주가 아닌, 막걸리 상태의 술 전체(약주 포함)를 증류한다. 약주를 증류하는 것이 명인 안동소주의 첫 번째 차별화 포인트인 것이다. 박찬관 대표는 “알코올 도수 20도의 약주를 만들기 위해 발효를 40일간이나 진행한다”며 “증류 전 술덧(발효주)의 알코올 도수가 높아야 높은 도수의 증류주가 많이 나올 뿐 아니라, 술 품질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약주 증류 다음으로, 명인 안동소주의 두 번째 차별화 포인트는 ‘100일 숙성’이다. 명인 안동소주 제조법에는 ‘증류 원액을 100일 숙성시킨다’는 내용이 명문화돼 있다. 오랜 숙성을 거쳐야 증류 직후의 거친 맛이 순화되고, 잡내가 날아가기 때문이다. ‘100일 숙성’은 일제 때 밀주 단속을 피해 반남박씨 며느리들이 술을 땅속에 묻어 숨긴 것에서 비롯됐다. 땅속에 묻은 이유는 일제의 밀주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저온 장기 숙성 덕분에 술맛이 점점 좋아진 것이다. 


명인 안동소주 양조장 외부. 사진 박순욱 기자
명인 안동소주 양조장 외부. 사진 박순욱 기자

약주 증류, 100일 숙성을 거친 명인 안동소주는 점차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그러다가, 또 한 번 ‘명인 안동소주의 역사’에 기념이 될 만한 일대 사건을 맞게 된다. 명인 안동소주는 2000년대 초반, 증류 방식을 바꾸었다. 전통 증류 방식인 상압증류를 10년 정도 해오다가, 감압증류 방식으로 바꾼다. 그게 2000년대 초반이었다. 일반 기압으로 증류하는 상압증류와 달리, 기압을 낮춘 상태에서 증류하는 감압증류를 택하게 되면, 낮은 온도에서 술을 증류할 수 있어, 탄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다만, 높은 온도에서 증류할 때 생기는 다양한 향들이 감압 증류주에서는 느끼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증류식 소주 양조장들은 전통적 소줏고리 방식인 상압증류를 택했고, 감압으로 소주를 내리는 업체는 거의 없었다. 현재도 안동소주 업체 중에는 상압증류를 하는 곳이 더 많다. 그런데 명인 안동소주는 20년 전에 상압 대신 감압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명인 안동소주의 상품성이 좋아졌다. 감압증류 후에는 명인 안동소주에는 화근내(탄내의 경북 방언)가 거의 사라졌다. 그러자 외국인은 물론 젊은층 소비자들도 ‘술이 깔끔하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일부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전통식품 명인(박재서)이 일본에서나 유행하는 감압증류로 안동소주를 만든다”는 비난이었다. ‘가짜 안동소주’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전통 증류 방식인 상압을 포기하고 감압으로 바꾼 이유다. 명인 안동소주 박찬관 대표는 “감압증류로 바꾼 지 벌써 20년이 됐지만, 70대 이상 노년층은 여전히 ‘소주는 화근내가 나야 진짜배기’라고 하면서 화근내가 나지 않는 안동소주를 보고 ‘이게 무슨 안동소주야? 가짜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화근내를 없앤 명인 안동소주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 2021년에는 청와대 설 선물 술로 선정됐다. ‘가짜 안동소주’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품질을 업그레이드한 명인 안동소주에 대해, 이보다 더 큰 보상이 있을까?

그러나 명인 안동소주는 몇 년을 숙성시킨 고급 제품이 없다. 그래서 기자가 박찬관 대표에게 물었다. “숙성 100일 말고 적어도 1~2년 이상 장기 숙성을 거친 고급 제품은 왜 만들지 않았느냐”고. 

박찬관 대표의 답변이다. “고급 라인이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왜냐면 지금 수요도 공급이 겨우 따라가는 형편이다 보니 장기 숙성할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세금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판매량이 연간 100t에 묶여 있다. 그래서 국세청에 판매량을 두 배인 200t으로 올려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으나, 소용이 없다. 지금 소비자는 19도, 22도 같은 도수 낮은 술을 원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45도 제품이 가장 마진이 높아서 선호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자꾸 저도주를 찾는데, 100t으로 판매가 묶여 있으니 고급술 생산은 엄두를 못 낸다. 한마디로 말해 고급화를 하고 싶지만, 현재 주세법 규정상 어렵다.”

그렇다고 명인 안동소주가 프리미엄 술 개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량이지만, 안동소주 일부를 항아리가 아닌 오크통에 장기 숙성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오크통 숙성 안동소주는 숙성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명인 마크’를 사용하지 못한다”며 “명인 소주라는 칭호를 내세우지 않고 품질만으로 승부하기 위해 오크 숙성을 7년 정도 한 뒤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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