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의 중형 SUV‘토레스’. 사진 연선옥 기자
쌍용차의 중형 SUV‘토레스’. 사진 연선옥 기자

최근 몇 년간 쌍용차가 내놓은 신차 ‘티볼리’나 ‘코란도’는 이전과 달리 매끈하고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대중화되면서 많은 브랜드가 세련된 디자인의 도심형 SUV를 내놓았는데, 쌍용차도 이런 흐름에 편승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신차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쌍용차는 오랜 논의 끝에 ‘무쏘’, 과거 ‘코란도’ 같이 선이 굵은 정통 SUV를 복원하기로 했다.

장기간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가 ‘정통 SUV명가(名家)’라는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며 4년 만에 신차 ‘토레스’를 출시했다. 쌍용차가 두 번째 법정 관리를 신청한 와중에 탄생한 중형 SUV다. 소비자가 쌍용차에 원하는 것은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 날렵한 SUV가 아니라 강인한 이미지의 정통 SUV라는 결론에 도달한 쌍용차가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적용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도심 주행은 물론 야외 활동에도 적합

7월 5일 인천 시내와 고속도로 80㎞ 구간에서 토레스를 시승했다. 인상적인 디자인과 도심 주행은 물론 야외 활동에도 적합한 성능과 활용성을 고려하면 많은 소비자에게 호소력이 있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행감은 무난하다. 토레스에는 1.5L 터보 가솔린 엔진(e-XGDi150T)이 탑재돼 최대 토크 28.6㎏.m, 최고 출력 170마력의 주행 성능을 발휘하는데,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힘을 낸다. 이 정도 체급의 SUV에 기대하는 주행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변속기는 아이신 6단이 들어갔는데, 변속 질감도 나쁘지 않다.

고속도로에 진입했을 때 승차감이 좋고, 내부 소음도 양호한 수준이다. 쌍용차는 차체 연결 각 부분에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해 강성을 높이고, 차 하부에 댐핑 시트, 천장에 흡음재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서스펜션이 적당히 단단해 고르지 않은 노면을 지날 때 승객이 느끼는 충격도 잘 잡는다.

토레스에는 일반 주행을 위한 ‘노멀’과 출력을 높이고 날렵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스포츠’, 눈이 온 뒤 미끄러운 길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윈터’ 등 세 가지 모드가 있다. 또 도로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알맞게 배분하는 사륜구동(AWD) 시스템이 갖춰졌다. 일반 도로에서는 전륜 구동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주행 환경에 따라 후륜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록(lock) 모드를 활용하면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구동력을 높일 수도 있다.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가장 많이 반영된 부분은 전면 디자인이다. 보닛 라인 바로 아래 세로 격자 모양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날카롭게 세운 표범의 발톱을 닮았는데 상당히 강한 인상을 준다. 얇고 긴 모양의 헤드램프가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양옆에 움푹 파인 세로 안개등이 하단으로 이어지면서 입체감을 강조한다. 사각형 사이드미러도 도드라진다.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하는 다른 SUV 모델과 달리 토레스는 측면 라인도 굵고 반듯한 각을 많이 활용했는데, 투박하지 않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뒷좌석 창문과 트렁크 사이의 C필러는 차체와 다른 색을 활용해 경쾌한 이미지를 살렸다. 여기에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를 설치할 수도 있다. 

뒷면은 스페어타이어를 형상화한 육각형 모양이 볼륨감을 준다. 제동등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리 문양 모양을 넣었다. 토레스 외부에는 쌍용차 로고가 없다. 전면에는 토레스 영문(TORRES)이 그릴 위에 검은색으로 작게 들어갔고, 뒷면에는 중앙에 토레스 영문이, 오른쪽 아래엔 쌍용차 영문(SSANG YONG)이 쓰여있다.

외부 디자인이 강인함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면, 내부 디자인은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처음 운전석에 앉으면 좌우로만이 아니라 위아래 시야도 탁 트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클러스터 크기를 대폭 줄여 스티어링 휠 위로 튀어나오는 요소를 모두 제거했기 때문이다. 대시보드가 낮고 길게 트여있어 깔끔하다.

클러스터는 작지만 필요한 주행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내부 물리적인 버튼은 대부분 중앙 아래 디스플레이에 담았다. 내비게이션을 보는 상단 중앙 디스플레이 바로 아래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에어컨이나 히터는 물론 트렁크 개방, 오토홀드,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약간의 시차가 있지만 사용하기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쌍용차의 중형 SUV ‘토레스’의 측면, 후면, 내부.사진 연선옥 기자
쌍용차의 중형 SUV ‘토레스’의 측면, 후면, 내부.사진 연선옥 기자

주행 보조 정확도는 다소 떨어져

토레스의 크기는 현대차 ‘투싼’과 ‘싼타페’의 중간으로, 차 길이가 4700㎜, 폭 1890㎜, 높이 1720㎜다. 트렁크 공간은 700L로,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660L까지 적재 공간이 늘어난다. 승객이 사용할 수 있는 실내 수납공간도 꽤 많은 편이다. 좌석 안쪽, 센터 콘솔 등에 수납함이 알차게 들어갔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하는 첨단 주행 안전 보조시스템 ‘딥컨트롤’이 적용됐지만, 아주 정교하지는 않다. 차선을 따르는 정확도가 좀 떨어졌고, 앞뒤 차와 충분한 거리가 확보돼 있는 상황에서도 설정한 속도보다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토레스의 복합 연비는 11.2㎞/L로, 3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아 혼잡통행료와 공영·공항주차장 이용료를 최대 50~6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토레스는 사전 예약 첫날 1만2000여 대가 계약됐는데, 가격이 공개된 이후 주문이 더 늘었다. 올해 생산 목표의 두 배 수준인 3만대 이상이 계약됐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면서 ‘가성비’ 좋은 모델로 평가된다. 토레스 가격은 T5 트림 2740만원, T7 트림 3020만원이다. 이날 시승한 모델에 4륜구동(200만원), 무릎에어백(20만원), 딥컨트롤패키지(100만원), 사이드스텝(45만원), 사이드스토리지박스(30만원), 하이디럭스 패키지(170만원) 등이 옵션으로 장착됐는데, 차체가 높지 않아 사이드스텝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