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유통 기업 롯데가 오랜 부진을 털어내고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월 5일 롯데쇼핑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4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8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3조9019억원으로 작년 2분기 실적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당기순이익은 455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 실적이 포함된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작년 751억원 적자에서 올해는 1146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롯데쇼핑이 상반기 기준 흑자를 낸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침체를 겪던 롯데쇼핑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난 데는 신동빈 회장의 용병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유통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롯데의 순혈주의를 버리고, 필요하다면 경쟁사 출신 인재까지 과감하게 기용했다. 신 회장의 ‘신(辛)의 한 수’로 평가된다.

롯데는 작년 11월 정기 그룹 인사에서 롯데 유통군(群) 전체 총괄대표(부회장) 자리에 글로벌 유통 기업 P&G 출신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선임하고, 롯데백화점 대표로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 출신 정준호 대표를 영입했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롯데가 비 롯데 출신,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경쟁사인 ‘신세계맨’을 임원으로 영입한 것이다. 그런 만큼 ‘지금은 위기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출신 대표 1호’가 된 김상현 부회장은 취임 후 계열사별로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뒀다. 이를 위해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을 내걸고 전국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참신한 콘셉트의 매장도 적극 도입했다. 기존 롯데마트 잠실점을 리모델링한 ‘제타플렉스’ 매장이 대표적이다. 요즘 유행을 타는 것은 모두 다 모아 놓은 제타플렉스는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호반칡소’ ‘제주 버크셔 흙돼지’ 등 신선하고 차별화한 상품으로 고객의 발길을 끌었다. 와인 특화 매장인 ‘보틀 벙커’, 창고형 매장인 ‘맥스’ 등 고객의 세분화된 수요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매장도 선보였다.

삼성 공채로 입사해 20년 이상 신세계그룹에서 일한 정준호 대표 역시 롯데백화점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우선 기존 6개였던 상품본부 팀을 12개로 확대 개편했다. 사업별로 전문성을 강화해 롯데의 상품 기획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다. 명품 분야는 럭셔리 브랜드, 의류, 시계와 보석 등 세 개로 나눴고, 신선식품팀과 F&B팀이 속한 ‘식품 부문’은 상품본부에서 분리해 대표 직속 조직으로 만들었다. 온라인 배달 등 오프라인에서 신선식품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해 대표가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는 의미다.

파격적 인사를 단행한 신 회장의 모험은 롯데백화점·마트 부문에서 큰 영업실적을 올리며 빛을 발휘했다.

최영준 롯데쇼핑 재무본부장은 8월 5일 실적 발표 당시 “롯데가 그동안의 바닥 다지기를 끝내고 다시 유통 1번지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에서 열린 하반기 VCN(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신 회장은 “단기 실적 개선에 안주한다면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한섬이 랑방과 손잡고 선보이는 골프웨어 랑방블랑. 사진 한섬
한섬이 랑방과 손잡고 선보이는 골프웨어 랑방블랑. 사진 한섬

프랑스 명품 업체 손잡은 한섬
골프웨어 브랜드 도전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회사인 한섬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과 함께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 ‘랑방블랑(LANVIN BLANC)’을 출시한다. 랑방블랑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많이 사용하는 이탈리아·스위스산(産) 프리미엄 원단을 도입하고, 자체 스윙 테스트를 통해 골프 스윙 동작에 적합한 패턴을 적용했다. 또한 프리미엄 골프웨어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으로 입문용 제품군도 별도로 마련했다.

한섬이 랑방블랑을 론칭한 것은 작년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한섬은 작년 8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한 데 이어 올해는 프랑스 니치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 스웨덴 디자이너 브랜드 ‘아워레가시’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한섬은 “브랜드 라인업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패션 기업으로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함께한가상인간 와이티. 사진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함께한가상인간 와이티. 사진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신세계 가상인간 ‘와이티’
SSG랜더스 시구 선보여

신세계그룹의 가상인간 ‘와이티’가 8월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랜더스와 KT위즈의 경기 전 시구를 진행했다. 와이티는 시구에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 대신 대형 전광판에 등판해 공을 던졌다. 가상인간이 시구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와이티는 지난 3월 신세계그룹과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이 협업해 만든 가상인간이다. ‘영원한 스무 살(Young Twenty)’에서 알파벳 앞자리를 하나씩 따서 이름을 와이티로 지었다. 와이티는 활동 4개월여 만에 소셜미디어(SNS)에서 약 2만 명의 팔로어를 끌어모았다.

이번 시구를 시작으로 와이티는 활동 반경을 더욱 넓혀 대중과 소통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신세계그룹 온라인쇼핑몰 ‘W컨셉’의 프로젝트 모델로 활동하고, 향후에는 라이브방송 쇼호스트로도 뛸 예정이다. 그동안 와이티는 삼성전자·매일유업·파리바게뜨·뉴트리원·티빙 등 다양한 브랜드와 광고 및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SK지오센트릭과 웨이싱화학의 투자 협약식. 사진 SK지오센트릭
SK지오센트릭과 웨이싱화학의 투자 협약식. 사진 SK지오센트릭

SK지오센트릭, 중국에 EAA 공장 설립
“아시아 수요 선점” 계획

SK이노베이션 화학 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중국 화학 회사 웨이싱화학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롄윈강 쉬웨이 석유화학 단지와 투자협약서를 체결했다고 8월 8일 밝혔다. 중국에 고부가 화학소재인 에틸렌 아크릴산(EAA·Ethylene Acrylic Acid) 신규 생산 거점을 마련해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목적에서다.

이를 위해 SK지오센트릭과 웨이싱화학은 6 대 4 비율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장쑤성 롄윈강에 있는 석유화학 단지 내 약 6만6000㎡(약 2만 평) 부지에 2900억원을 투자해 EAA 생산 공장을 짓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당 공장은 2025년 상반기에 완공돼 연 4만t 규모로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고기능성 접합수지의 일종으로, 금속과 플라스틱, 혹은 종이와 플라스틱 등 종류가 다른 물질 간 접합에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EAA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SK지오센트릭을 포함한 글로벌 메이저 화학 업체 3~4곳이 전 세계 공급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나경수 사장은 “중국 내 유일한 EAA 생산공장을 통해 중국 및 아시아 지역 수요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