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터먼트 홈페이지. 사진 베터먼트
베터먼트 홈페이지. 사진 베터먼트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 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최근 주식과 암호화폐 등에 대한 투자가 모든 이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투자는 더 이상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가 아닌 대중적인 일상 속 주제가 됐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발전으로 투자가 간편해지면서, 미국 등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미국에서도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식과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로빈후드와 같은 모바일 플랫폼의 등장과 코로나19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이런 현상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증권 회사인 찰스슈왑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지난 2년간 새롭게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전체 미국 투자자 중 15%를 차지했다. 

최근 미국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기업들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은 일반적인 투자 전문가의 대면 서비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수료로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였고, 그 결과로 미국 내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의 운용자산 규모(AUM)는 2022년 말 1조6000억달러(약 22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인 베터먼트(Betterment)는 이런 흐름에 올라탄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베터먼트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투자 자문, 현금관리, 퇴직 계획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2022년 9월에는 ‘포브스’가 뽑은 최우수 로보어드바이저(Best Robo-Advisor Overall) 업체로 선정됐고, 현재 포브스 투자 자문 서비스(Forbes Advisor)의 공식 파트너사로 활동하고 있다.

 

낮은 수수료·고객관리 강점 내세운 ‘베터먼트’

베터먼트에서 처음 계정을 만들고 투자 계좌를 개설할 때, 고객은 현재 재무 상태와 투자 목표, 투자금 회수 시기 등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한다. 자동차 구매부터 내 집 마련, 결혼 자금 준비, 창업하기 위한 자본금 마련까지 세부적인 답변을 통해 상세한 목적을 설정할 수 있다. 

고객이 투자금을 입금한 후 투자를 완료한 후에도, 베터먼트의 머신러닝 시스템은 고객이 선택한 리스크(위험) 프로파일에 맞게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실시간 매매를 통해 자산을 재분배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베터먼트는 고객 투자 자산의 약 0.25%를 연간 수수료로 받는다. 이는 일반 투자 자문사의 연평균 수수료(1.5%)나 타사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연평균 수수료(0.5%)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자금 운용 규모가 10만달러(약 1억4100만원) 이상인 고객은 베터먼트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며, 전환 시 투자 자산의 0.4%를 연간 수수료로 지불한다. 

고객관리는 베터먼트의 강점으로 꼽힌다. 고객들은 투자와 관련된 사항을 AI 챗봇과 이메일을 통해 24시간 비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주중엔 고객센터를 통해 유선 전화상담도 가능하다. 별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투자 전문가와 줌을 이용한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베터먼트는 기존 투자 전문 서비스들과 달리 비대면 서비스에 집중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에 더욱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베터먼트는 고객이 현금을 입금하여 관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출납계좌(checking account)와 저축계좌(cash reserve account)를 제공하고 있다. 출납계좌에 입금되어 있는 현금은 ATM을 통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며, 수수료가 국내외 모두 면제된다. 별도의 비자(Visa)체크 카드도 발급이 가능하며 해당 체크카드를 통해 캐시백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저축계좌는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신청이 가능하며, 일반 은행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여 단기 적금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현금 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기존의 번거로운 은행 창구 업무 및 계좌 개설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앱을 통해 간편하고 손쉽게 뱅킹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편리성을 높인 부가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희망하는 은퇴 연령과 현재의 거주 지역 등 고객 정보를 종합해 설계하는 베터먼트의 은퇴 계획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퇴직 시 목표 금액에 따라 고객의 연간 저축계획을 세워주고, 시장 상황 및 개인 재무 상태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 종목 조정을 추천해준다. 

또한 고객이 타 기관을 통해 가입한 퇴직연금 계좌 및 개인형퇴직연금 계좌의 자금을 추가 비용 없이 편리하게 ‘롤오버’(인출 후 베터먼트 포트폴리오에 재적립)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330억달러 운용하는 투자 자문사로 성장

창업 후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0년 AI 투자 자문 서비스를 시작한 베터먼트는 73만 명의 가입자와 330억달러(약 46조5300억원)의 운용 자산을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팬데믹 시작 이후 개인 투자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회사의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 베터먼트는 현재까지 4억3500만달러(약 6133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고, 2021년 9월 미국의 PE 프란시스코 파트너스(Francisco Partners), 멘로 벤처스(Menlo Ventures)와 시티 벤처스(Citi Ventures) 등 투자 기관이 참여한 F투자 라운드를 통해 130억달러(약 18조33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베터먼트는 올해 암호화폐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마카라(Makara)를 인수해 암호화폐 영역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로 확장하기 위한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암호화폐 영역에 대한 진출 등 사업 확장을 앞두고 있는 베터먼트가 향후 어떻게 지속 성장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Plus Point

변호사 포기하고, AI 투자 자문사 창업

일라이 브로버먼베터먼트 공동창업자 사진 링크드인
일라이 브로버먼베터먼트 공동창업자 사진 링크드인

베터먼트는 두 명의 공동창업자인 조너선 스타인(Jonathan Stein)과 일라이 브로버먼(Eli Broverman)에 의해 2008년 설립된 AI 투자 자문 서비스 회사다. 조너선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컨설팅으로 사회 커리어를 시작했다. 브라운대를 졸업한 일라이는 뉴욕대 로스쿨에서 법학박사학위(JD)를 취득했지만, 변호사의 길을 포기하고 조너선과 함께 투자 관리 기업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통 금융 기관들이 대중의 신뢰를 잃어갈 때쯤이었다. 이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투자 환경을 제공한다는 뜻의 ‘베터먼트’로 사명을 정하고 회사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