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디카) 시장에서 2001년부터 4년 연속 1위 행진을 달려왔던 올림푸스가 지난해 삼성테크윈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방일석(44) 올림푸스한국 사장은 핵심기능 강화를 통해 다시 1위에 올라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의 1위 탈환 전략을 들어봤다.

“카메라는 카메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면 된다. MP3P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디지털 컨버전스(복합화)보다는 카메라 고유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기능을 함께 하는 것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하나의 기능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의 각오는 여느 때와 다르다. 이도 그럴 것이 2004년 3200여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2000여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데다 1위 자리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 사장은 디버전스(제품 본질 기능에 충실하자는 것)로 1위 자리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방 사장은 “최근의 IT트렌드인 컨버전스는 디카에서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올림푸스는 핵심 역량인 86년 역사의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카메라 본연의 촬영 기능에 역점을 두면서 부가적인 기능을 곁들인 제품라인에 주력하겠다는 복안이다.

방 사장은 디지털카메라·MP3P·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마다 영역을 넘나들면서 부가 기능을 넣기보다는 차별화된 핵심 기능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올림푸스의 ‘블루오션’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전략은 최근 올림푸스가 내놓은 신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고감도, 방수 기능, 떨어뜨려도 충격이 완화되는 기능 등을 가미한 신제품 9종을 선보였다. 모두 카메라의 기능에 충실하지만 새로운 기능을 자랑하는 개성 넘치는 제품들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 1m가 넘는 높이에서 카메라를 떨어뜨려 보이며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요즘 고화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줄어드는 대신 고감도와 내구성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내구성 등 실용적인 부분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기능을 더해 완벽한 카메라를 만드는데 주력한 것이다.”

이들 제품은 방 사장이 일본 올림푸스 본사 마케팅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듣고 한 단계 성능을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올림푸스의 경우 전 세계적인 소비자 조사를 통해 제품의 향후 트렌드를 찾지만 특히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올림푸스 제품들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3월에는 독립 법인 설립 6년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 대 돌파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 매출 3000억원도 순조롭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1분기에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한데 따른 전망이다.

DSLR 시장서도 돌풍 예고

올림푸스는 하반기 8~9종의 콤팩트 디카를 더 출시함과 동시에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렌즈)카메라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DSLR 시장은 지난해 330만 대 규모에서 올해 450만 대 이상으로 성장하고, 2~3년 후에는 800만 대 이상으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이렇게 보급형 DSLR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업체 간 경쟁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일단 올림푸스가 지난해 10월말 선보인 최경량 DSLR카메라인 ‘E500’이 한 달 만에 국내 1000대, 세계 5만 대의 판매량을 돌파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올림푸스는 최경량을 앞세운 휴대성과 기동성뿐만 아니라 디지털에 최적화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나름의 입지를 다져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초보자도 편리하게 촬영할 수 있는 새로운 보급형을 포함해 총 2~3개의 DSLR카메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방 사장은 “전문가용 DSLR카메라의 경우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에 불편하다. 들고 다니기에 가벼운 제품을 만들어 니콘과 캐논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DSLR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광학 기술을 바탕으로 내시경을 비롯한 의료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디카 전문기업으로 인식돼 있는 올림푸스는 알고 보면 내시경 부문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주요 병원의 90% 이상이 올림푸스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 사무실 입구에는 올림푸스 제품인 디지털카메라 옆에 내시경카메라도 전시돼 있었다.

올림푸스는 한국 토착화에 성공한 기업으로도 꼽힌다. 한국법인의 한계를 넘어 수출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지에서 설립한 오디엔케이(ODNK)가 지난해 1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방 사장은 올림푸스가 단순히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외국계 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IT기술과 접목해 역수출을 할 수 있는 외국계 기업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방 사장의 경영 철학은 ‘3S’로 요약된다. 조직의 극대화와 일사천리의 업무 흐름, 투명한 경영을 뜻하는 슬림(Slim), 스피드(Speed), 스탠더드(Standard)의 첫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직원 한 명 한 명을 프로로 만든다는 슬림 경영은 ‘1당 100’의 조직을 갖춰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스피드 경영이라는 그의 소신에 따라 올림푸스한국에는 임원이 없다. 군더더기 없는 경영조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모든 경영지표는 공개한다는 표준 경영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으로 일류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방 사장은 컨버전스라는 시대적 조류에 맹목적으로 휩쓸리지 않고 자사만의 디버전스를 창조해가는 올림푸스한국의 원동력이 3S의 실천임을 강조했다.

방 사장은 2000년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해 사장을 맡고 있으며, 올림푸스 본사의 등기임원 5명 가운데 한 명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다.

방 사장은 6개의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 차에, 집에, 가방에. 손닿는 곳에는 디카가 있다고 한다.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아시아·중동 총괄사장으로 있었던 2004년에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 방문한 지역의 풍경사진을 짬을 내 찍기도 했다. 사무실 내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난이나 화초 접사 촬영을 자주하는 편이다. 지난해에는 이런 사진을 모아 CEO사진전에 출품하기도 했다. 방 사장은 올해에도 기회가 되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인물사진을 출품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