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LG그룹 내에서 ‘죽은 자식’ 취급당했던 LG데이콤이 최근 ‘생환’에 성공했다. 주가는 4년 만에 주당 2만원대에 골인했고 실적은 올 들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LG그룹은 지난 9월22일 데이콤에 LG 간판을 붙인 LG데이콤으로 사명 변경을 승인해줬다. LG데이콤의 함박웃음이 연말까지 이어질까.

지난 2003년 12월19일 서울 여의도 LG빌딩서 개최된 LG그룹 회장단 회의. 구본무 LG 회장, 강유식 부회장, 박운서 데이콤 당시 회장 등 LG그룹 내 최고 별들이 전부 모여 향후 통신사업 구상 등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는 하나로통신(현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실패한 직후였고 구 회장의 야심작으로 2000년 계열사로 편입한 데이콤마저 그해 무려 2453억원 적자를 냈던 상황.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참석자들은 모두 오너의 결단만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그 때 나온 구 회장 발언은 크게 2가지. ‘데이콤 중심으로 통신사업을 재편하라’는 것과 ‘패배 분위기를 갈아치울 분위기 쇄신책을 마련하라’는 것. 결국 이는 ‘통신 LG’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구 회장의 애착이었고 그때까지 데이콤을 움직였던 박운서 회장은 며칠 뒤 옷을 벗었다.

LCD 적자 통신서 만회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요즘 용산 LG데이콤 사옥은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올 초 1600여 LG데이콤 직원들이 9년 만에 받아 쥔 특별 상여금은 데이콤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

올 들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주가도 4년 만에 2만원대에 재진입 했고 회사채 신용등급은 지난 9월 5년7개월 만에 A-단계를 회복했다. 증권가에선 이를 ‘데이콤의 트리플 호재’로 표현한다. 특히 9월 LG데이콤으로 사명을 변경,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말도 듣고 있다.

LG데이콤의 부활은 LG그룹에게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84조원 매출액을 기록한 LG그룹은 올해 LG데이콤과 함께 LG텔레콤, LG파워콤 등 LG의 통신 ‘3인방’의 동반 활약으로 90조원대 매출액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전자와 화학이 그룹의 간판사업인 LG그룹이 올해 주력 분야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상황이라 이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투에서 LG필립스LCD가 2분기에만 3720억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LG데이콤의 전과는 구 회장에게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라는 표현이 과장만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지옥에서 생환한 것으로 평가받는 LG데이콤의 고공행진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데이콤의 실적 개선 행진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안정적인 성적표가 가장 큰 근거다.

먼저 외형을 보자. 매출액면에서는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2003년 1조원에서 2004년 1조685억원, 2005년 1조1336억원으로 해마다 한 자릿수 증가폭에 그쳤다. 대한투자증권이 예측한 올해 예상 매출액도 1조2450억원 수준. 상반기 매출액도 59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에 그쳤다.

LG데이콤이 주목받는 지표는 수익성 잣대다. 실제 2004년 1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450억원대에 머물던 영업 이익은 지난해 1400억원대로 3배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에 비해 81% 늘어난 1093억원에 이른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지난 한 해 순익 646억원보다 많은 841억원에 달했다. 물론 올 초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합병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라는 게 시장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데이콤의 호조 분위기는 3분기와 4분기에도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본다. 전상용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3분기에 매출 3140억원, 영업 이익 630억원으로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체질 변화에 LG데이콤 측은 올 초 부임한 박종응(56) 사장의 리더십을 우선 꼽는다. 고연순 홍보팀장은 “취임 때부터 의식과 원가, 품질 등 3대 혁신을 강조한 CEO의 지휘에 전 직원이 호응한 결과”로 해석한다. 실제 박 사장은 현장 중심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0월9일엔 충남 아산에 ‘LG데이콤 혁신 아카데미’를 개소하기도 했다.

2분기 연속 최고 실적 ‘잘 나가네’

사실 박 사장은 지난 9월말 LG데이콤 사명 변경 후부터 “데이콤은 지금부터가 도약기”라는 말을 반복해 왔다. 그가 보는 데이콤 역사는 크게 3단계. 1982년부터 1991년까지 한국데이타통신주식회사란 이름으로 한국에 정보통신 서비스를 소개했던 ‘설립기’, 1991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통신시장에 소비자 편익 증대에 앞장서온 ‘성장기’를 거쳐 이제는 인터넷 중심의 초우량 통신회사로 도약할 전기를 마련했다고 보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비결로는 내실 경영의 성과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데이콤은 외형 위주 성장 전략을 과감히 던졌다. 반면 내실 위주로 산발적이고 중복된 사업을 통폐합하는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쉽게 말해 되는 사업은 키우고 안 되는 사업은 접는 ‘선택과 집중’이다. 전화 사업의 경우 국제전화와 콜렉트콜, 전국 대표전화 등 수익성 높은 3대 상품에 집중한 점이나 올 초 IDC(인터넷데이터센터)를 통합, 인터넷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고 수익성이 살아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셈이다.

서울 역삼동 건물을 판 돈으로 부채를 갚아 나가 2003년 259%에 달했던 부채 비율은 지난해 118%로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74%로 떨어졌다.

빚이 줄어드니 이자 부담도 덜었다.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 이익이 늘고 부채 탕감으로 영업외 비용까지 절감한 것이 순익 급증의 배경인 셈이다.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데이콤은 올 들어서만 두 번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 받았고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기존 A3+에서 A2-로 상향 조정된 것.

특히 데이콤의 사업포트폴리오의 변화가 눈에 띈다. 과거의 데이콤이 유선통신 회사였다면 현재의 데이콤은 인터넷 회사라는 게 더 정확하다. 인터넷과 e-비즈니스 사업, IDC 등 인터넷 관련 매출액이 올해 6월말 현재 전체 매출액의 6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57%에서 올 1분기 60%로 이어 데이콤의 인터넷 회사 변모를 뜻한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은 틈만 나면 “우리의 비전은 인터넷 중심 초우량 통신회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가 3만원 넘볼까

사실 데이콤의 ‘부활’은 증권시장에서 먼저 예고됐다. 지난 8월부터 외국인 입질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8월초 10.41%였던 데이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두 달여 새인 10월 20일 현재 19%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가는 1만8000원에서 2만3500원까지 뛰었다. 이 같은 주가 추이는 데이콤 전망을 밝게 보는 애널리스트의 예측보다도 훨씬 가파르다. 사실 7월말부터 석 달째 ‘52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게 데이콤 주가다.

현 주가는 지난 9월초 자회사인 LG파워콤의 2007년 흑자 전환을 예측하며 지분 45.4%를 보유한 데이콤의 지분법 평가손익이 흑자로 반전될 것을 근거로 데이콤의 목표 주가를 2만3800원으로 예측한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의 분석에 벌써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단기 급등이 아니라 서서히 저점을 높여가는 상승이라는 점에서도 향후 주가 전망이 밝다. 실제 7월까지 1만5000~1만6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8월29일 2만650원으로 4년 만에 주당 2만원대에 진입한 이후 한 번도 2만원 밑으로 빠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데이콤 주가가 추가 상승의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1만원대를 오갔던 애널리스트들의 목표 주가도 최근 3만2000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과거의 ‘데이콤 랠리’를 보는 듯하다는 섣부른 예측도 나오고 있다. 데이콤 랠리란 1999년 데이콤 주식값이 주당 68만5000원까지 치솟은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상록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3만원대 진입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데이콤 주식이 2004년 한때 주당 3615원까지 떨어져 최고점 대비 최대 낙폭을 기록한 불명예도 함께 갖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개인들은 최근 데이콤의 선전을 증권 투자의 관점에서 주로 조명하지만 기업 쪽에선 통신 분야가 LG그룹의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것이냐 하는 점에 관심이 많다.

하나로텔레콤 인수설 ‘솔솔’… 통신 LG 재건 중?

사실 LG는 4대 그룹 중 핵심 사업 지배력이 가장 약한 것으로 지목받아 왔다. 삼성의 반도체와 휴대폰, 현대차의 자동차, SK의 정유와 텔레콤에 비해 LG의 전자와 화학은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LG는 예전부터 통신을 키울 욕심이 강했지만 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음에도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과거 한때는 ‘LG가 통신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데이콤을 위시한 통신 3사의 실적 호전으로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간간이 나돌던 ‘통신 부문 매각설’도 올 들어서는 쏙 들어간 상태. 최근 들어 LG그룹 내 통신 3사의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LG파워콤은 사업 1년1개월만인 지난 10월14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고 LG데이콤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 예고된 상태다. 여기에 LG텔레콤도 9월말 현재 가입자 690만 명 수준으로 연내 ‘꿈의 700만 고지’ 점령이 가능해 보인다.

특히 지난달 데이콤이 LG 옷으로 갈아입고 LG데이콤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LG 내 통신 3콤(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의 그룹 내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현재의 LG의 3콤으로는 SKT나 KT 등 ‘공룡’과의 전쟁에선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현재로선 M&A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 때문에 그룹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하나로텔레콤 인수의 유력 후보로 SK와 함께 LG그룹을 꼽고 있다. 이정식 LG파워콤 사장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만 명 돌파’를 기념한 기자간담회(10월17일)에서 “그룹 차원에서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시장의 소문은 계속 확산 중이다.

실제 LG 측 인사들이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AIG-뉴브리지컨소시엄과 접촉을 가졌다는 소문이 나돈다. LG그룹 통신 계열사 한 관계자는 “통신사업 강화 차원에서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검토한 것은 사실로 안다”면서 “다만 가격과 시기 등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들려주기도 했다.

결국 LG데이콤의 부활은 LG그룹과 구본무 회장에게 ‘통신 LG’의 재건을 위한 새로운 시동을 걸게 하는 단초를 제공해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회사 연혁 ]

1982년 3월 한국데이타통신 설립

1991년 데이콤으로 사명 변경

1994년 보라넷 서비스 출발

1996년 시외 전화 서비스 출발

1999년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KIDC) 설립

2000년 LG그룹 계열 편입/웹하드 개시

2002년 파워콤 인수

2005년 시내 전화 서비스 개시

2006년 9월 LG데이콤 사명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