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 유명 인사들은 그 이름만으로 상품을 팔리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기울어 가던 아디다스를 회생시킨 데이비드 베컴, 자신의 이름으로 패션 제국을 건설한 제니퍼 로페즈, ‘살림의 여왕’ 마샤 스튜어트 같은 유명인들은 유명세를 이용한 브랜딩으로 짧은 시간에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평범한 제품에 스타일과 개성을 불어넣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셀레브리티 브랜딩’이다.

 미국인의 소비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연예인, 스포츠 스타 같은 유명인들이다. 한국에서도 연예인들이 유행을 주도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곳 연예인들은 본격적으로 자기 이름 브랜드를 띄우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일이 다반사다. 이들 연예인은 단순한 광고 모델 수준을 넘어 자신의 상품 가치를 극대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제품 브랜딩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

 셀레브리티 마케팅 모습은 다양하다. 특히 패션, 화장품, 향수 등 사업 분야에선 유명인의 이름을 직접 달고 론칭하는 추세다. 월마트, 케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 체인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수건부터 연필 같은 자질구레한 생활용품에 유명인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

 홍보대사, 혹은 스폰서 계약을 통해 특정 브랜드의 ‘얼굴’로 활약하는 연예인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브랜드화된 연예인의 유명세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수많은 경쟁 브랜드들로부터 제품을 성공적으로 차별화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한다.



 패션 제국 이룩한 제니퍼 로페즈

 팝 가수로 출발, 영화배우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제니퍼 로페즈는 사업 수완에 있어 남다른 여성이다.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꼽히는 그녀는 5년 전 자신의 패션 브랜드 J.Lo를 론칭한 이래 주니어, 스포츠, 힙합 의류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있다. 로페즈는 공격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가방과 주얼리, 란제리, 향수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선보여 왔다. 그녀가 선보인 향수 ‘글로리’와 ‘스틸’은 수많은 연예인의 향수 중에서 독보적인 성공을 거뒀고, J.LO 브랜드는 연간 30억달러(약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녀의 타깃 집단은 제니퍼 로페즈처럼 되고 싶은 10대, 20대의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제니퍼 로페즈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그녀가 입고, 먹고, 마시는 그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어한다. 제니퍼 로페즈처럼 다소 살이 찐 몸매를 가진 여성들 역시 J.Lo 브랜드의 중요한 소비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틈새 시장을 확신한 제니퍼 로페즈는 섹시한 매력을 강조한 ‘플러스 사이즈’ 옷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여배우들처럼 날씬한 몸매가 아닌 데도 ‘글래머’로 손꼽히는 그녀만의 개성을 최대한 상품화한 아이디어다.

 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은 무난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J.Lo의 가격 전략도 제니퍼 로페즈의 주된 팬 계층과 맞아떨어진다. 남미계 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제니퍼 로페즈는 이들이 그다지 높지 않은 소득 수준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또 이들이 유행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고 시즌마다 트렌드를 반영한 아이템들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제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결국 그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타깃 마켓을 누구보다 확실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브랜드 J.Lo는 어디까지나 제니퍼 로페즈의 대중적 인기에 크게 기대고 있어 그 생명력이 얼마나 갈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지만 말이다.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최근 옥살이를 하고 출감한 마샤 스튜어트. 그녀는 미국에서 ‘살림의 여왕’으로 불린다. 자기 이미지를 철저하게 브랜딩에 이용,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배우나 가수 같은 스타 출신은 아니지만, 젊었을 때 패션모델로 활동하던 마샤 스튜어트가 유명 인사 반열에 오른 건 자신의 요리 솜씨와 살림살이 비법을 토대로 방송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리빙을 테마로 하는 지역 케이블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은 후, 그녀는 스스로 ‘옴니 미디어’란 회사를 차려 먼저 방송과 잡지 시장에 진출한다. ‘마샤 스튜어트 리빙’ ‘마샤 스튜어트 웨딩’ 등 자기 이름과 사진으로 도배한 잡지와 24시간 그녀가 출연하는 살림살이 전문 케이블 채널에선 마샤 스튜어트가 제안하는 오늘의 요리와 청소, 집 꾸미기와 테이블 세팅 등으로 채워진다. 초창기 마샤 스튜어트가 매스컴에 의지했다면, 그 이후 마샤는 매스컴을 소유하고 자신을 스스로 스타로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그녀는 ‘완벽한 미국 가정주부’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 컨셉을 대중적으로 상품화하기에 이른다.  

 대형 할인점인 케이마트와 손잡고 ‘마샤 스튜어트’라는 토털 리빙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다. 샤워 커튼부터 테이블보에 이르기까지 자질구레한 살림살이에 박힌 마샤 스튜어트 이름은 대형 할인점에서 팔리는 고만고만한 리빙 브랜드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과 차별화를 부여하는 한편, 케이마트 매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평범한 미국인들에게 마샤 스튜어트가 보여주는 ‘풍요로운 삶의 판타지’가 통한 것이다. 저가 유통 체인 케이마트와 중산층 이상 미국인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마샤 스튜어트가 만나 이뤄낸 이 성공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매스티지(masstige)의 좋은 예가 되기도 한다.



 스포츠스타의 브랜드 사용 대가 상상 초월

 아디다스 하면 축구선수 베컴이 생각나고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 나이키 골프에는 타이거 우즈의 이름이 저절로 따라 나온다. 스포츠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스포츠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의 관계는 특별하다.

 스포츠 스타의 개인 선호도가 본의 아니게 특정 브랜드를 띄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러한 관계는 철저한 비즈니스 계약으로 이뤄진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애용하는 스포츠 브랜드를 사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때로 이 스포츠 스타들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아디다스는 앞으로 모든 공식 석상에서 자사 브랜드만을 착용하는 조건으로 데이비드 베컴에게 1900억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골프시장에 다소 뒤늦게 뛰어든 나이키는 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키 위해 타이거 우즈와 1억달러를 주고 전속 계약을 맺었다. 골프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를 통해 최고 골프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다.

 타이거 우즈가 필드에 나가 나이키 골프 옷과 신발, 장갑, 모자, 그리고 클럽을 사용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타이거 우즈처럼 멋진 샷을 날리기 위해 나이키 골프 매장을 찾는다.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의 ‘에어 조던’을 신고 멋지게 골을 넣는 것을 보고 너도 나도 이 시리즈를 수집했듯이 말이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에게 이러한 소비자들은 아둔하게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비싼 나이키 에어조던을 신는다 해도 마이클 조던처럼 농구를 할 수는 없을 것이고, J.LO를 입는다고 해서 제니퍼 로페즈처럼 노래를 잘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처럼 되고 싶은 소비자들은 그들의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