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영자 A씨는 몇 달 전 중견 제조업체인 D사 CEO로 새롭게 취임했다. 양호한 실적으로 바통을 넘겨받는 회사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CEO직을 수락했던 그였다. 

우선 그는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잘 아는 컨설턴트에게 회사 진단을 의뢰했고 컨설턴트는 상황분석 후 몇 가지 변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그 결과를 간부회의에서 공론화했고 간부들의 묵묵부답이 동의인 줄 알고 새로운 조직문화 변화 프로그램을 시행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변화 프로그램은 진전되지 않았고 5개월이 지난 현재 A씨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로 실행을 하지 않는 간부들이 밉게만 보였다.



 다양한 형태로 직원들과 만나라

 그의 어려움은 대다수 CEO들이 겪어 봤음직한 일이다. 외부에서 영입돼 최고경영자로 들어간 경우 그 경영자의 리더십은 조직을 장악하면서 비로소 생긴다. 리더십은 팔로워십이 전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조직 장악을 위한 첫걸음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조직 역사, 특성, 문화를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 인물 중 누가 어느 직위에 적합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영자 자신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제 위치에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인 보고에 의존하지 말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리더십의 요체는 팔로워들로 하여금 한 걸음 전진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렇기에 비전을 설정하는 것과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그러나 조직 비전 설정과 동기 부여도 적재적소 배치 이후에 시작된다. 이것에 실패하면 경영자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조직을 발전시킬 기회를 놓치게 된다.

 조직 장악을 위한 다음 과제는 조직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보통 외부 영입 경영자는 그 조직을 잘 모른다. 컴퓨터를 처음 사용해 보는 사람이 컴퓨터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는 것과 같이 그 조직의 문화, 전통, 핵심가치, 문제점, 강점 등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이제 막 크리스천이 된 사람이 비신자인 친구와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 “그래, 자네 크리스천이 되었다지? 그럼 그리스도에 관해 꽤 알겠군. 어디 좀 들어 보세. 그는 어디서 태어났나?” “모르겠는 걸” “죽을 때 나이는 몇 살이었지?” “모르겠네” “설교는 몇 차례나 했나?” “몰라” “아니 크리스천이 되었다면서 정작 그리스도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군 그래” “자네 말이 맞네. 난 아는 게 너무 적어 부끄럽구먼. 하지만 이 정도는 알고 있지. 3년 전에 난 주정뱅이였고 빚을 지고 있었어. 저녁마다 처자식은 내가 돌아오는 걸 무서워했다네. 그러나 이제 난 술을 끊었고 빚도 다 갚았네. 저녁마다 아이들은 내가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게 되었거든. 이게 그리스도가 나에게 주신 걸세. 이 정도만 알고 있네”

 조직을 안다는 것은 피상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고 그 조직 깊숙한 곳을 알아 자신이 그 조직과 사람들의 일부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조직원들을 다양한 형태로 만나서 조직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조직을 장악하기 어렵다. 조직 장악에 실패하면 그 이후 주어진 임기는 힘든 골짜기에서 길을 찾으며 헤매는 것과 같아진다. 헤매다가 임기도 못 채우는 경우가 생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