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욕실 샤워기 전문업체인 세비앙. 이 회사에서 만드는 욕실 샤워기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이 짓는 대형 아파트에 들어간다. 제품이 공급되는 건설사만 30여곳에 달한다. 해외에선 미국 쾰러, 독일 그로헤, 일본 토토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다투고 있다.


- 세비앙의 사무실은 일하기 편하도록 꾸며져 있다.

뛰어난 디자인으로 신선한 바람 일으켜
이러한 경쟁력의 기반은 뛰어난 디자인에서 비롯된다. 세비앙은 1996년 욕실업계 처음으로 ‘굿 디자인(GD) 마크’를 획득한 이래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어왔다. 2005년 내놓은 수납형 샤워기 ‘퍼즐(puzzle)’은 미국 ‘아덱스 디자인상’(2008년)과 ‘iF디자인 어워드’(2009년) 등을 수상했다. 퍼즐은 ‘샤워기는 물만 잘 나오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샤워기에 욕실 제품 수납 기능을 더해 관련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엔 수납기능을 더 확대한 ‘가로본능-UD(Utility Deck)’로 한 번 더 혁신을 시도했다. UD는 더 많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넓은 선반을 갖췄고, 안전바와 레인 샤워를 결합해 기능면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 내놓은 신제품인 ‘가로본능 - UP’는 부드럽고 화사한 화이트 컬러의 가구 같은 샤워기다. 이 제품은 ‘2014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 회사의 류인식(55) 대표는 “수평선이나 지평선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수납의 원형이 가로형이라는 점을 감안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1987년 대림통상에 입사하면서 욕실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회사를 설립한 것은 1993년. 틀에 박힌 일이 싫었던 그는 무작정 회사를 관뒀다. “처음에는 칫솔 살균기와 마사지 욕조 사업을 했어요. 하지만 아주 보기 좋게 실패했죠. 새로운 시장이면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찾아야 했습니다. 마침 샤워부스를 설치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었는데, 모두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더군요. ‘아! 이거다’ 싶었죠.”

좋은 샤워기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 바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곧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직원 3명과 근근이 회사를 꾸려나가며 제품개발에 나섰다. 난방비가 없어 겨울에는 추운 사무실에서 손을 불어가며 일했다. 출장 갈 때는 돈을 빌리기 위해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제품을 출시한 것은 1999년. “삼성물산에 찾아가 샤워기 제품을 내밀었더니 반색을 하더군요. ‘래미안’ 브랜드를 도입해 아파트 시장을 선도하려던 삼성이 마침 고급스러우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샤워 시스템을 찾고 있었거든요.”

래미안에 공급을 시작하자 다른 건설사도 앞다퉈 세비앙의 샤워기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탄탄대로였다.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는 2010년 건설 경기의 침체로 위기에 직면했다. 2007년 89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0년 48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내놔야 했다. 하지만 매출 급감으로 투자 여력이 없었다. 도저히 디자인 개발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때 경기도의 ‘G-스타 기업육성프로젝트’가 힘을 보탰다.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금형을 개발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 류 대표는 “경기도의 도움으로 디자인과 기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 수출의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올해에는 7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류인식 대표는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디자인경영에 주력
류 대표는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내외 전시회를 다니게 하고, 책과 공연을 접하도록 권장한다. 1993년 회사 설립 직후 사내에 도서관을 설치했고, 한 달에 한 번 독서토론회도 연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서로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정보확산팅’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30년간 두 시간씩 조간신문에 밑줄을 그어가며 정독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매년 50권의 경영·인문 서적을 읽는다.

세비앙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곳곳에 놓여 있는 소파가 눈에 들어온다. 직급에 따라 일렬로 늘어선 책상은 보이지 않는다. 부서별 칸막이도 없다. 그는 직원들에게 “사무실에서 무엇이든 다하라”고 말한다. 사람이 가장 편안해야 하는 욕실, 그중에서도 샤워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하는 환경이 편안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5년에 한 번씩 한 달 휴가를 갈 수 있다. 류 대표는 “사무실에 있다고 해서 일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2박3일씩 쪼개지 말고, 가족과 함께 가지도 말고 혼자서 한 달을 온전하게 쓰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1개월 공석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만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유능한 직원이 휴가를 다녀올 수 있어요. 긴 휴가를 다녀온 직원은 더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바뀝니다.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남는 장사죠.”

세비앙은 30여명의 직원 중 5명을 디자인 인력으로 두고 있다. 지오투유니츠, 사이픽스 등 국내 유수의 디자인업체들과 협업도 하고 있다. 디자인을 외주를 주는데 그 비중이 80%에 달한다.

류 대표는 “세비앙 제품은 샤워기가 아닌 샤워기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디자인과 신제품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경기도 정책정보지 <G-Life>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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