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희고 갸름하며 재치와 센스가 넘쳐 입꼬리가 올라간 꽃미남형 송중기와 동글동글 귀여운 상에 도톰한 입술을 가진 송혜교의 얼굴형을 보면 궁합이 잘 맞는다.
얼굴이 희고 갸름하며 재치와 센스가 넘쳐 입꼬리가 올라간 꽃미남형 송중기와 동글동글 귀여운 상에 도톰한 입술을 가진 송혜교의 얼굴형을 보면 궁합이 잘 맞는다.

얼마 전 학교 연구실에 여학생 20여명이 찾아왔다. 모처럼 제자들이 많이 모인 기회라 저녁식사를 대접하러 학교 앞 식당에 갔다.

요즘 여성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바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라는데, 그 자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송중기팬과 진구팬으로 나뉘어 떠들어대는 그들을 보니 빙긋이 웃음이 나왔다. 필자는 굳이 귀로 듣지 않아도 제자들의 얼굴만으로도 누가 송중기 쪽이고 누가 진구 쪽일지 구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의 느낌이 통통하고 원만한 쪽은 송중기팬이고, 얼굴이 갸름하고 코도 뾰족해 날렵해 보이는 쪽은 진구팬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의 얼굴형은 원형이 많기 때문에 송중기의 인기가 진구보다 많다.


‘태양의 후예’ 커플의 궁합은?

그렇다면 송송(송중기-송혜교) 커플과 구원(진구-김지원) 커플의 얼굴형은 어떠한가? 얼굴이 희고 갸름하며 재치와 센스가 넘쳐 입꼬리가 올라간 꽃미남형 송중기와 동글동글 귀여운 상에 도톰한 입술을 가진 송혜교, 검은 피부에 미련할 정도로 우직하고 믿음직한 얼굴의 진구와 예리하고 직선적이며 뾰족하고 높은 코를 가진 김지원은 얼굴형으로 보아 서로 ‘궁합’이 맞는 상이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듯 궁합이 맞는 커플 캐스팅이 보여주는 오묘한 케미(Chemistry)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필자의 선택은? 당연히 구원 커플 쪽이다. 필자 역시 갸름하고 예민해 보이는 얼굴형을 지녔기 때문이다. 윤 중위(김지원)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을 알고도 달려가 넓은 가슴으로 ‘꼬옥’ 안아주는 서 상사(진구)… 그 대목에서 필자는 진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대부분의 부부를 보면 이렇게 다른 기질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로 싸우고 부딪히면서 각자 모난 부분이 깎이고 다듬어지는 것이다. ‘부부는 나이 들면 닮는다’고 한다. 오랜 세월 함께 지내오면서 성격과 식성, 기질이 닮아가니 얼굴도 비슷해지는 것이다.

지인 중에 자수성가 기업가가 있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키워나갔고 작지 않은 성공을 거뒀다. 그러다보니 더 큰 사업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의 부인 역시 부창부수(夫唱婦隨)라 불릴 만큼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남편 사업에 끼어들어 일을 한 것은 물론 남편의 야심을 부채질했다. 결국 무리한 확장으로 그는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 부부의 경우는 젊은 시절부터 남매처럼 닮은 상으로, 기질이 비슷한 커플이었다. 그런데 막상 중요한 판단을 할 때 견제가 없어 위험한 커플이 돼버린 것이다. 둘 다 인간관계를 성공의 수단으로 활용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부도 후에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 기업가는 능력이 출중난 사람이었으므로, 만약 한쪽이라도 덕을 베풀었다면 어쩌면 주변의 도움으로 부도를 딛고 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옛 설화가 있다. 한 용맹한 장수가 그를 시기하는 왕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다. 부하들과 함께 광야에 머무르던 그는 어느 목장의 가축들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돌봐주었다. 부자인 목장주가 축제를 벌인다는 소문을 듣고 장수는 부하들에게 음식을 나눠달라 청했다. 그러나 목장주는 야박하게 거절했다.

도망자 신세인 장수를 깔본 것이다. 선을 악으로 되갚는 목장주에게 화가 난 장수는 부하들을 이끌고 목장에 쳐들어가려 한다. 한편 하인에게 얘기를 전해들은 목장주의 부인은 황급히 음식을 준비해 장수를 찾아간다. 그리고 현장에 없어서 일을 이렇게 만든 자신의 탓이라며 용서를 구한다. 부인은 하찮은 복수는 장수의 본분에 맞지 않는 것이니 하늘에 맡기라고 하면서 이 고난을 이겨내면 반드시 영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격려한다. 이 부인의 지혜로운 말과 행동에 감복한 장수는 복수의 계획을 접고 돌아선다.

장수는 기원전 이스라엘 왕국의 두 번째 왕이 된 다윗 왕이다. 만약 욕심 많고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부자 목장주의 부인이 남편과 유유상종의 사람이었다면 어찌 됐을까? 아마도 다윗의 군대가 목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이렇듯 부부란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질 때 마침내 서로를 ‘살리는’ 반려(伴侶)가 될 수 있다.


나를 상대에 맞출 줄 알아야

요즘 필자는 인상으로 궁합을 얘기할 때 갈등을 겪는다. 기질이 다른 사람끼리 조화를 찾는 데는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참을성이 없어 다르다고 느끼면 쉽게 이별을 선택한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동료 간에도 궁합이 있다. 역시 기질이 다른 사람이 길게 보면 유익하다. 물론 기질이 다르면 서로 상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다른 점이 나에게 없는 점이라면 자신을 보완해주는 것은 물론 함께할 때 더욱 발전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자들에게 얼굴경영학 강의를 할 때 강조하는 점이 있다. 사람의 인상을 읽을 때 상대를 평가하기보다는 그를 이해하는 데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해하고 난 다음 상대를 나에게 맞춰 바꾸려 한다면 그는 인상학을 배우는 데 실패한 사람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를 상대에게 맞출 줄 아는 것이 인상학을 제대로 활용하는 길이다. 나의 볼록한 부분을 상대의 오목한 부분에 맞추는 것은 타협이 아닌 화합이요,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는 진정한 인간관계의 지혜가 될 수 있다.


▒ 주선희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년간 대학교, 정부, 민간 기업체에서 ‘얼굴경영’강의 , 문화인재경영협회장, 주요 저서 <얼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