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15%로 대한항공(26.6%), 아시아나항공(18.8%)의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15%로 대한항공(26.6%), 아시아나항공(18.8%)의 뒤를 잇고 있다.

올해로 출범 11년째를 맞은 저가항공사(LCC) 산업은 국내 항공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해 여행 패턴을 바꾸고 국내 항공 서비스를 대중화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중 선두주자는 애경그룹 계열의 제주항공이다.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15%다. 2위인 아시아나항공과는 3.8%포인트 차다. 2014년 이 비중이 13.8%였던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격차(6.4%포인트)를 1년 만에 절반가량 좁혔다. 여객 수요가 가장 많은 지난해 6~8월에는 111만8000명을 수송하며 같은 기간 108만명을 수송한 아시아나항공을 처음으로 앞지르기도 했다. 이 기간 100만명 이상을 수송한 LCC는 제주항공이 유일했다. 이처럼 기존 항공사와의 격차를 꾸준히 좁히는 동안 후발 LCC 주자들과의 간격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608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5106억원) 대비 20% 가까이 성장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이 기간 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티웨이 같은 후발 LCC들은 제주항공의 48~75% 수준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지금과 같이 연평균 20%씩 성장을 지속해 2020년까지 매출액 1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매년 20개 이상의 노선 연계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괌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라운지. 현지 사정에 밝은 안내원을 배치해 자유여행객의 괌 여행을 돕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주항공이 괌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라운지. 현지 사정에 밝은 안내원을 배치해 자유여행객의 괌 여행을 돕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지 라운지 개설부터 노선 탄력 운영까지

제주항공이 LCC 업계 1위를 넘어 기존 항공사 지위를 위협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지속적인 혁신과 그룹의 전적인 지원이 한몫했다.

일례로 제주항공은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정보를 보고 직접 계획을 세워 여행을 떠나는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주목하고 여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상품을 팔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현지 사정에 밝은 안내원을 배치한 여행지 현지 라운지 마련이었다. 라운지의 개념을 비틀어 자유여행객의 발길을 잡은 이 같은 혁신은 여행사가 주도하던 여행 시장의 판을 흔들어놨다. 실제 괌 관광청 집계를 보면 모든 일정을 여행사가 기획하는 이른바 패키지여행의 비중은 제주항공이 괌 노선을 취항한 2012년에만 해도 61%에 달했지만 올해 2월 말 기준으로는 21%로 3분의 2가량 감소했다.

이외에도 제주항공은 유럽 LCC 업계에서는 보편화된 기내 유료 서비스를 국내에서 첫 도입해 수익 다변화 모델을 정착시켰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기내 판매 매출은 138억원에 달했다. 현재 에어부산을 제외한 다른 LCC들도 제주항공의 수익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새로운 노선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국내선 제주~김포, 제주~김해, 제주~청주, 제주~대구 노선에서 누계 총 2만4454편, 탑승객 419만5000여명을 수송했다. 국제선에서는 일본, 동남아, 중국, 대양주(괌·사이판) 등 기존 정기노선을 활성화하고 부정기편을 개발해 총 1만8992편, 탑승객 292만5000여명을 수송했다. 제주항공은 국내선에서는 기존 노선 증편을 통한 공급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제선에서는 신규 목적지를 지속적으로 개설해 항공 서비스 이용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LCC 특유의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통해 신규 노선 진입을 적시에 결정, 신속한 증감편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애경그룹은 출범 초기 실적은커녕 적자 기조를 이어가던 제주항공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제주항공을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성장시켰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자문을 받아 제주항공이 LCC 선두 지위를 넘어 민간항공사 ‘톱3’로 발돋움하게 된 비결을 네 가지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애경그룹의 지속적인 투자와 LCC 기본에 충실한 운영 방침 등을 높게 평가했다.


비결1 | 적자에도 1100억원 지속 투자

2005년 1월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각각 100억원, 50억원을 출자해 자본금 150억원으로 설립한 제주항공은 2009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고유가, 환율, 경기침체 같은 대외 환경이 악재로 작용한데다 후발 LCC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든 탓이었다.

그러나 애경그룹은 골칫거리였던 제주항공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8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1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제주항공에 투입했다. 애경그룹은 LCC 설립 후 최소 5년간은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돈을 쏟아부었다. 이를 통해 제주항공은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는 한편 국제선 확대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었다.

물질적 지원 외에 애경그룹이 주요 인재들을 제주항공에 투입한 것도 회사가 조기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애경그룹은 회사 설립 이후 2007년 11월까지 애경산업 영업담당 임원과 애경소재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던 주상길 사장을 초대 제주항공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해 애경그룹 DNA를 심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후에는 공군 장군 출신 파일럿으로 대한항공 비행훈련원장 등을 거친 후 제주항공 설립 초기 자문을 담당했던 고영섭 사장을 CEO로 발탁해 운항 안정성을 확립하는 데 집중했다. 제3기 수장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출신의 김종철 사장에게 맡김으로써 제주항공의 기종 단일화, 국제선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 재무구조 개선 등 ‘이윤을 내는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12년부터는 현재의 최규남 사장이 제주항공을 이끌며 기존 대형 항공사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적 LCC로는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무리했다. 당시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1조원을 웃돌며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서기도 했다. 


비결2 | 가격 경쟁력 유지

고객들은 싼맛에 LCC를 이용하지만 안전성에 대해서는 늘 의구심을 놓지 못한다. 제주항공은 LCC의 아킬레스건인 노후 항공기를 교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현재 평균 기령은 10.9년이다. 지난해 말 기준 LCC 여객기 평균 기령(11.5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제주항공은 단거리 국제선 도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노후 항공기 반납과 신규 항공기 도입에 투자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 총 6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고 오래된 항공기 2대는 반납한다”며 “항공기 도입이 마무리되면 기령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기령은 9.1년 수준이다.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 또한 대형 항공사를 잡는 무기가 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저가항공사들이 내놓는 항공권 가격은 같은 조건과 노선에서 기본적으로 대형 항공사들이 파는 가격의 약 80% 수준에서 결정된다. 온라인 구매나 각종 프로모션 등을 활용하면 실제 판매되는 가격은 이보다 더 저렴한 경우가 다수다. 2005년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10년간 저가항공사가 5개사로 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비결3 | 자유여행 판 키운 ‘라운지’

2012년 제주항공이 괌 노선 취항을 앞뒀을 때였다. 당시 국내 모든 여행사는 제주항공의 괌 노선을 상품으로 구성하지 않았다. 다른 대형 항공사들의 눈치를 본 결과였다. 제주항공은 여행사를 설득하는 대신 여행객들이 여행사 도움 없이 혼자서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제주항공은 여행지 현지에서 여행객들에게 정보를 준다면 패키지 중심의 여행 문화가 자유여행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2월 괌 시내에 라운지를 만들었다. 흔히 항공사 라운지라고 하면 공항에 있는 휴게시설로 음식이 제공되고 쉴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라운지는 공항~호텔 간 픽업 서비스, 옵션투어 할인 예약, 무료 짐 보관, 음료 서비스 등 자유여행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지 국가에서 이 같은 라운지를 운영하는 것은 제주항공이 국내 항공업계에서 유일하다. 제주항공은 괌 라운지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이후 사이판과 세부 등에도 라운지를 개설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라운지는 제주항공이 단순히 저가항공사가 아니라 실속 있는 여행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다른 LCC 후발 주자들 사이에서도 벤치마킹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제주항공 모델로 기용된 배우 송중기(사진 가운데)
올해 제주항공 모델로 기용된 배우 송중기(사진 가운데)

비결4 | 김수현에 이어 송중기까지… 한류스타 마케팅

제주항공의 두드러지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는 인기 절정의 한류스타를 활용하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4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를 모델로 기용한다고 밝혔다.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되면서 아시아권 최고 한류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다. 송중기는 앞으로 1년간 제주항공의 인쇄 광고와 각종 온·오프라인 영상물, 항공기 내·외부 광고 등에서 제주항공의 얼굴로 활동하게 된다.

제주항공은 2010년부터 배우 이서진을 기용하며 한류스타 마케팅을 펴왔다. 당시 이서진은 일본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산’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2008년 제주~히로시마 부정기편을 시작으로 국제선 운항을 시작한 제주항공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지속적으로 일본 노선을 확대했다.

제주항공은 이후 2012년 K팝 인기몰이의 주역인 빅뱅과 계약을 맺었고, 2014년에는 배우 이민호, 2015년에는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과 각각 모델 계약을 맺었다. 제주항공은 현재 베이징, 자무쓰, 칭다오, 웨이하이 등 6개 도시에 정기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늘어나는 하계 시즌에 맞춰 3월부터 청주, 제주 등에서 중국 10개 도시와 마카오 등의 하늘길을 잇는 부정기편을 20개 노선에서 총 283회 왕복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맞춰 다양한 항공 노선을 만들고 있다”며 “미래에 중국 정기노선의 신규 운수권을 확보할 때를 대비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류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의 마케팅 전략은 한류스타를 기용하는 것뿐 아니다. 제주항공은 누적 탑승객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안전성을 어필하고 있다. 2007년 11월 100만명을 시작으로 100만명씩 누적될 때마다 사은 이벤트를 펼쳤다. 제주항공은 2016년 1월 누적 탑승객수 3000만명을 돌파했고, 이에 따라 항공 안전투자 관련 내용을 함께 알린 바 있다.

개별 자유여행객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만큼 제주항공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의 공식 페이스북 팬수는 48만명을 넘어 국내 항공업계 최다 팬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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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Low Cost Carrier) 기내 서비스를 줄이거나 항공기 기종을 통일해 유지 관리비를 낮추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는 저비용 항공사다. 서비스 품질 등을 강조하는 기존 대형 항공사는 FSC(Full Service Carrier)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