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일까. 1985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과 서유럽(독일·프랑스·영국 등) 국가 주식・채권 투자로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렸던 투자자라면 이제부터 20년 동안은 수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가 최근 100년 평균 미국・서유럽 주식과 국채 투자수익률, 최근 30년 평균 수익률과 향후 20년 동안 예상되는 평균 수익률을 추산한 결과다. 지난 30년 동안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끌어올렸던 주요 동력이 이제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0년은 투자 황금기

최근 30년 동안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뇌리에 깊이 남은 것은 시장을 뒤흔든 몇 번의 금융위기일 것이다. 1987년 뉴욕증권거래소의 ‘블랙먼데이(Black Monday)’, 1997년 아시아에서 시작돼 1998년 러시아와 브라질로 번졌던 신흥국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하지만 이런 대형 금융위기를 수차례 겪은 것을 감안해도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30년은 주식・채권의 황금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기간의 수익률은 과거 100년 평균 수익률보다 훨씬 높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유리한 경제・경영 환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이어진 미국・서유럽의 물가상승률 하락은 금융시장의 호재였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985년부터 2014년까지 30년 동안 평균 2.9%를 기록했는데 이는 50년 평균치인 4.3%보다 1.4%포인트 낮은 것이다. 1970년대 말까지 13%를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던 미국 물가상승률의 전환점은 1979년. 폴 볼커(Paul Volcker)가 이끌던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1982년, 미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3.9%까지 내려갔고, 1980년대 내내 4%대에 머물렀다.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정책을 펼쳤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1975년 25%에 달했지만 1982년 5.4%로 내려갔다. 프랑스의 물가상승률은 1974년 15%에서 1985년 4.7%로 하락했고, 그 뒤로는 내내 안정세를 유지했다.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다른 인접국만큼 높아졌던 적이 없지만 1981년까지 6%를 웃돌다가 1984년에는 2% 수준으로 낮아졌다. 1990년 통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기도 했지만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재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덕분에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서유럽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만큼 계속해서 내려가는 추세다.

물가상승률은 주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업 이윤으로 나눈 것인데 여기에는 기업의 미래 이익성장률, 물가상승률, 주식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치가 모두 반영된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기업들의 PER은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그 뒤로 30년 동안은 이 수치가 꾸준히 상승했다. 기업의 이윤에 비해 주가가 올랐다는 뜻으로 이 기간 투자자들의 주식도 많아졌다. 또 지속적으로 금리가 낮아진 덕분에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도 좋았다. 최근 30년 동안 미국 상장기업의 순이자지불금(net interest payments)은 40% 줄었고, 그 덕분에 기업들의 세후 마진율도 1%포인트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채권 투자수익률은 최근 30년 동안 성적이 좋았다. 1981년 미국 국채의 명목금리는 14% 수준이었지만 2015년 말에는 2.2%로 하락했고, 최근에는 1.9% 수준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의 10년물 국채 명목금리는 1981년 14.6%에서 2015년 말 1.3%로 하락했고, 영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13%대에서 1.9%로 내렸다. 각국 중앙은행이 1980년대 이후 물가 잡기에 성공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경기 부양을 꾀하던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심지어 마이너스 기준금리까지 여러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총동원한 영향이다.


노동력 증가와 생산성 향상 덕택

노동력이 풍부해지고 생산성이 오른데다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성장도 빨랐다. 기업수익률의 성장은 더 눈부셨다. 신흥시장 발굴로 새 수익원이 생기고,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았고, 자동화와 글로벌 공급망 증가 덕분에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북미 지역 상장사만 보면 이 기간 세 후 마진이 평균 65% 증가했다.

한편 1965년부터 2014년까지 50년은 경제 성장을 이끄는 두 개의 축이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하던 때였다. 첫 번째 요인은 노동가능인구(만 15세부터 64세)의 급격한 증가와 고용률 상승이다. 이 보고서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20개국의 전체 인구 가운데 노동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4년 58%에서 2014년 68%로 늘어났다.

이 50년 동안 미국의 고용률은 연평균 1.4%씩 상승했고, 중국과 다른 신흥국 시장의 고용률도 이 기간 두 배 이상씩 늘었다.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생산성 개선이다. 1964년부터 2014년까지 50년 동안 미국의 생산성은 연평균 1.5%씩 상승했다. 서유럽의 생산성은 같은 기간 연평균 1.8%씩 올랐다. 기술 발전으로 농업 생산성이 좋아지면서 농업 종사자들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특히 생산성 높은 직군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향후 환경은 전 같지 않다

① 금리 더 낮아지기 힘들다

향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과거처럼 가파르게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는 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FRB는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다. 7년 만의 금리 인상이었다. 지금도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FRB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은행들이 맡겨놓는 자금에 수수료를 매기며 사실상의 마이너스 금리를 운용하고 있다.


② 노동인구 증가가 전 같지 않다

과거 50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가장 강력한 동력은 노동가능인구의 증가와 생산성 개선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물론 인구 변화 추세는 각국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거 20년 평균 연 1.1%씩이던 인구증가율이 최근 10년 평균 연 0.9%로 낮아졌다.

그리고 향후 20년 동안 인구증가율은 연평균 0.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인구 가운데 3분의 1은 50세 이상이다.

세계연합(UN)은 미국의 노동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66%에서 20년 뒤에는 60%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유럽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 한 예로 프랑스의 노동가능인구 비중은 현재 63%에서 20년 뒤 58%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경우 생산성이 과거 50년 평균처럼 매년 1.8%씩 좋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향후 50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종전의 40% 수준으로 꺾일 것으로 추산됐다.


③ 경쟁자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강자로 군림해 온 글로벌 대기업들이 직면한 경영 환경도 예측불허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숫자는 1990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 이런 기업들은 과거부터 적용돼 온 시장 규칙을 파괴하고 저비용 구조를 도입하며 낮은 수익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특성을 보인다. 여러 기업의 인수·합병 행진까지 이어지면서 신흥 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여러 산업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만 봐도 변화는 뚜렷하다. 1980년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76%를 차지했던 미국과 서유럽 기업의 비중은 2013년 54%로 급감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IT기업들의 영역 확장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이들 기업은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하고 여러 산업으로 발을 뻗고 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 때문에 파괴되는 산업도 여럿이다. 가령 2013년에는 세계 국제전화 이용률 가운데 40%가 인터넷 전화였다. 스카이프의 이용률이 높아진 영향으로 통신업체의 수익이 전년 대비 370억달러나 줄었다.


연금 생활자 대비책 필요

MGI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향후 20년 동안 거둘 수 있는 투자수익률을 예측했다.

먼저 현재와 같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경우다. 세계 GDP 성장률이 향후 20년 동안 연평균 2.1%를 기록할 경우를 가정할 때, 같은 기간 미국의 GDP 성장률은 연 1.9%로 추정된다. 이 경우 미국 주식 투자수익률은 4~5%, 국채 투자수익률은 0~1%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최근 30년 평균 수익률과 비교하면 각각 2.4~3.9%포인트, 4~5%포인트씩 낮은 수준이다.

좀 더 빠른 속도로 경기가 좋아지는 경우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세계 GDP 성장률이 향후 20년 동안 평균 3.4% 수준을 기록하고, 미국의 GDP 성장률이 평균 2.9%를 나타낼 것으로 가정했다. 그 결과 미국의 주식 투자수익률은 5.5~6.5%, 국채 투자수익률은 1~2%로 추산됐다. 최근 30년 평균 수익률과 비교하면 각각 1.4~2.4%포인트, 3~4%포인트씩 낮은 것이다.

우리가 투자수익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은퇴자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각국 주요 연기금은 주식과 채권 투자를 통해 은퇴자에게 지급할 연금을 운용한다. 앞으로 투자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예측보다 더 비관적인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이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미래에 대한 무분별한 기대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관리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각국 정책 입안가들은 미래의 은퇴 생활자가 더 적은 이자 수익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