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베이성에 있는 철강 공장에서 H빔을 만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 허베이성에 있는 철강 공장에서 H빔을 만들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관세에 대한 내 입장은 다른 대다수의 경제학자나 정책 분석가들과 다를 게 없다. 나 역시 그들처럼 관세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아예 없는 게 좋다고 본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3월 8일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건 철강과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지역에서 정치적인 이득을 볼 가능성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모여 있는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남서부 연방하원 18번 선거구에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눌렀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둔 지역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이들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여지가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즉각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EU도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줄이는 협상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철강 관세 부과의 진짜 목표는 중국

캐나다와 멕시코·EU 등 여러 국가가 얽혀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노리는 진짜 목표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과도한 철강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해왔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철강과 알루미늄의 과잉 생산을 줄이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관련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국 여론 때문에 미국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걸 계속 미뤄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하는 관세는 중국 내의 압력과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철강 생산량을 줄이는 작업에 속도가 붙게 할 것이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의 특징은 덤핑이나 수입량 증가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적용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경우에 수입을 규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되는 동맹국은 관세 부과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주 같은 군사적 동맹국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이런 맥락에서다.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관세를 면제하는 게 가능할 것이고, 일본이나 한국도 제외될 수 있다고 본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기 때문에 관세 부과 대상을 중국으로 한정해서 무역전쟁이 더 넓은 범위로 확대되는 걸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식으로 중국에만 관세 부과를 집중한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관세 부과 면제국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교역 상대국이 관세 부과 면제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기술 유출 문제다. 미국 입장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싼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 철강 업체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미국 제조 업체나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철강과 알루미늄보다 미국 정부가 더 신경 쓰는 건 기술 유출 문제다. 미국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중국이 훔치는 문제는 명백하게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침투해서 기술을 훔치기 위해 인민해방군(PLA)의 정교한 사이버 해킹 기술을 활용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2013년 6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해킹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의 해킹 시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했고, 그제야 시 주석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기술을 훔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 이후 사이버 해킹 시도가 확실하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국 정부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의 기술에 접근하려고 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은 때때로 그들의 기술을 중국 기업에 이전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인구 13억 명의 거대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미국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그들의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중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들은 기술 이전 요구가 일종의 강탈이라고 불평한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이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미국 기업의 접근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행동을 막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 같은 전통적인 무역 구제책을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들에 그들이 가진 기술을 미국에 이전하라고 할 수도 없다. 중국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기술 이전 요구 포기하게 해야

여기서 우리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 기업에 대한 자발적 기술 이전 요구를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본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막대한 관세 부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기술 이전 요구를 포기한다면, 그 덕분에 미국 기업이 첨단 기술을 중국에 넘기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중국에서 사업할 수 있게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은 꽤나 성공적인 무역 정책의 수단이 되는 셈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옥스퍼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전미경제조사연구소 소장,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