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짐발리스트(Andrew Zimbalist) 미국 스미스컬리지 교수, ‘원형 대 경기장: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뒤에 숨은 경제적 도박’ 저자
앤드루 짐발리스트(Andrew Zimbalist) 미국 스미스컬리지 교수, ‘원형 대 경기장: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뒤에 숨은 경제적 도박’ 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람 에마뉘엘 미국 시카고 시장. 두 사람 모두 월드컵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 진행 중인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에마뉘엘 시장은 푸틴 대통령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미국 내 주목을 끌었다.

2026 월드컵 개최국의 영광은 북중미 연합에 돌아갔다. 6월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 개최국 투표 결과, 미국·멕시코·캐나다 연합이 134표를 얻어 아프리카 모로코(69표)를 꺾고 개최지로 선정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대도시 시카고가 경기 개최 도시 리스트에서 빠진 것이다. 북중미 연합이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각각 10개 경기씩, 미국은 60개 경기를 자국 도시에서 열어야 한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중부 대표 도시이자 1994년 미국 월드컵 개막식과 첫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는 시카고가 왜 이런 ‘경제적 기회’를 포기한 것일까.

사실 시카고는 일찌감치 경기 유치 도시 경쟁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 3월 시카고 시장 대변인실은 성명을 내고 “FIFA는 (개최 도시 후보에) ‘백지수표(blank check)’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FIFA의 결정에 따라 필요시 합의안을 수정하도록 하는 등 연맹에 유리한 극한의 자율을 고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대변인실은 “FIFA는 시카고 납세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주요 불확실성에 대해 기본적인 수준의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융통성 없고 타협을 피하기만 하는 FIFA를 상대로 더 노력하는 것은 시카고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우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 유치가 한 나라 경제에서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510억~700억달러(약 57조~78조원)를 투자했다. 이번 월드컵에는 최소 140억달러(약 16조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액의 70% 이상을 공적 자금으로 충당했다. 이 돈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17억달러짜리 새 경기장을 짓고 다른 5개 경기장을 개·보수하는 등에 쓰였다. 여기엔 선수들을 위한 트레이닝센터와 숙소 건설, 인프라 확충, 보안 시설 개선 등에 드는 비용은 빠져 있다. 개최국이 각종 월드컵 시설 확충에 공적 자금을 포함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것이다.

이에 더해 개최국은 도시당 기본 2~6개 경기를 비롯해 팬 서비스 등 각종 관련 행사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만약 시카고가 경기 개최 도시로 선정되면 FIFA는 NFL(미 프로풋볼) 팀 시카고 베어스의 홈구장인 솔저필드의 전담 사용권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구장은 약 2개월 동안 FIFA 월드컵 경기장으로 사용돼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FIFA는 각종 소득세와 판매세를 면제받는 식으로 광범위한 세금 혜택도 누린다. CNBC에 따르면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 정부는 FIFA에 2억7200만달러에 달하는 면세 혜택을 제공했다. 2010년과 2014년 개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도 이 관례를 따랐다. 따라서 시카고에 앞서 미국 미니애폴리스와 캐나다 밴쿠버가 개최 도시 선정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개최국과 도시가 막대한 투자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이번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서 나온 티켓 판매를 비롯한 중계권 판매, 후원 계약 수익은 모두 FIFA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러시아에 남는 것은? 새로 지은 경기장과 개·보수된 각종 시설이 전부다. 매년 유지 비용만 해도 수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부지는 ‘하얀 코끼리(돈만 많이 들고 더 이상 쓸모없는 것)’로 몰락하고 말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런 우려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브라질 정부는 150억달러를 투자해 경기장을 짓고 교통 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확충했다. 이 중 가장 큰돈이 투입된 시설은 5억5000만달러를 들여 브라질리아에 건설한 ‘마네 가힌샤 스타디움’이었다. 월드컵 이후 이 경기장은 축구 경기 등에 몇 차례 활용되곤 하다가, 현재는 버스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FIFA는 “월드컵은 개최국과 개최 도시가 세계적인 이목을 끌어모을 수 있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인 데다, 개최국에 엄청난 수준의 재정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FIFA의 단어 선택이다. ‘기회(opportunity)’ ‘할 수 있다(may)’라는 단어를 썼다. 실제로 과거 사례에서 보면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연맹의 홍보만큼 개최국이나 개최 도시 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월드컵서 창출된 수익 모두 FIFA 주머니로

이번 월드컵으로 러시아의 멋진 새 경기장과 각종 시설 관련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지가 돈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실제로 6월 15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우루과이 대 이집트 조별 예선 경기 티켓 판매 실적은 형편없었다. 3만3061석 중 티켓이 판매된 좌석은 2만7015석에 불과했다. 6000석에 달하는 공석이 발생한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표를 사놓고 경기를 관람하지 않은 ‘노쇼(no shows)’를 고려하면 공석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FIFA는 월드컵의 경제 효과가 막대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개최국과 개최 도시가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 6월 15일 우루과이 대 이집트 조별 예선 경기 중 군데군데 빈 좌석이 눈에 띈다. 사진 연합뉴스
FIFA는 월드컵의 경제 효과가 막대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개최국과 개최 도시가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 6월 15일 우루과이 대 이집트 조별 예선 경기 중 군데군데 빈 좌석이 눈에 띈다. 사진 연합뉴스

2018년 월드컵이 러시아에 대한 국제 투자나 무역 증대, 관광 산업 활성화 등으로 연결되고 자국 국민들의 체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자긍심을 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러시아가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현실은 그대로다. 유가는 여전히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고, 2014년 푸틴 대통령의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서방국들의 제재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국민의 삶의 질은 제자리에 멈춰 있다.

나는 푸틴 대통령보다는 에마뉘엘 시장의 지혜에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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