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연정 스탠퍼드 경영학석사(MBA), 핌코(PIMCO) 미국 회사채 분석 담당 www.incline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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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미국 주식 시장은 두 가지 뉴스로 들썩거렸다. 테슬라의 상장 폐지 계획과 뉴욕의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와 리프트의 차량 숫자 동결 소식이다.

8월 8일 뉴욕시의회는 차량 공유 서비스의 면허 신규 발급을 1년간 중단하는 조례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우버, 리프트 차량 공유 서비스의 신규 면허 발급이 1년간 중단되면서 뉴욕은 차량 공유 서비스의 면허 발급을 제한한 첫 번째 대도시가 됐다. 현재 뉴욕에는 약 8만여 대의 우버, 리프트 차량이 운행 중이며 운행 건수는 월간 1700만 건, 하루 56만 건에 달한다.  

이날 빌 드 블라시오(Bill de Blasio) 뉴욕시장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유 서비스 차량의 급증으로 운송업 종사자의 삶이 쪼들리고 교통 혼잡이 심해지고 있다”며 면허 발급 중단의 이유를 밝혔다.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우버, 리프트는 이에 대응해 “면허 발급 제한은 뉴욕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를 중단하는 조치일 뿐”이라며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면허 발급 중단은 뉴욕시민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에도 뉴욕시의회는 같은 내용의 면허 중단 조례안 통과를 추진한 바 있었으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바 있다. 당시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우버 CEO는 우버의 승리를 자축하며 ‘우버가 없는 뉴욕은 교통지옥’이라는 내용의 공격적인 TV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후 뉴욕의 우버 차량이 네 배 가까이 늘었으며, 뉴욕을 상징하던 옐로캡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었다. 

일각에서는 뉴욕시의 이번 조치는 칼라닉 후임으로 2017년 취임한 CEO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의 ‘전투력’이 칼라닉보다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창업자이자 공격적인 확장 정책을 펼쳤던 칼라닉과 달리 코스로샤히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스타일의 CEO로 알려져 있다. 면허 제한 조례안을 추진한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과 시의원을 향해 “먹고 살기 힘든 소수자가 대부분인 우버 기사들의 직업을 빼앗은 파렴치한 정치인”이라며 미디어를 동원해 맹공을 펼쳤던 3년 전과 달리 이번 우버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주장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뉴욕시의 이번 제한 조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1년간 일시적인 조치인 데다가 뉴욕시의 입장이 다른 시·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작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칼라닉의 3년 전 공격 때문에 뉴욕시의원의 우버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이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시의원 카렌 코슬로위츠(Karen Koslowitz)는 “3년 전 우버가 나를 1만 개의 직업을 사라지게 한 정치인으로 매도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투표에서 조례안 통과를 지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시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우버의 접근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7일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공개 회사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금은 확보돼 있다”고 썼다. 머스크가 제시한 주당 420달러는 당시 주가 350달러에 약 20%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었고, 상장 폐지를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실적 전망을 두고 투자자와 빚은 갈등 때문이다. 

올해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테슬라 주가 하락을 점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JP모건 등 주요 금융 기관들이 모델 3의 생산량 목표 달성 실패를 점치며 ‘매도’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머스크는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들에게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1분기 실적을 냈던 지난 5월에 애널리스트들이 재무 상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하자 머스크는 “지루하고 멍청한(boring and boneheaded) 질문”이라며 디팍 아후자(Deepak Ahuja) CFO의 답변을 가로막기도 했다. 


머스크, 트윗 때문에 사기죄 논란까지

실적 전망이 최악인 상황에서 막말로 월스트리트와 대립하는 머스크에 대해 그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번 상장 폐지 소동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법정까지 갈 기세다. 미국 증권위원회는 머스크의 발언과 관련해 배경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자금은 확보돼 있다’는 발언 부분이 문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자금이 확보된 것이 아닐 경우 사기(fraud)죄가 적용돼 민‧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테슬라의 상장 폐지에 드는 자금은 약 50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만한 자금을 현재 테슬라가 차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지분(equity) 투자자가 있는지 탐색 중이다. 머스크가 말한 ‘확보된 자금’을 투자할 투자자로 언급되는 곳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정도인데 현재까지 전망은 부정적이다. 머스크의 상장 폐지 트윗 후 11% 폭등했던 테슬라 주가는 사흘 후 발표 이전 수준인 350달러로 다시 하락했다.

미국 뉴욕에서 운행 중인 우버 택시. 뉴욕시의회는 지난 8일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리프트에 대한 신규 면허 발급을 1년간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욕에서 운행 중인 우버 택시. 뉴욕시의회는 지난 8일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와 리프트에 대한 신규 면허 발급을 1년간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블룸버그

우버와 테슬라의 상황에는 공통점이 있다. 유니콘을 넘어 대형 기업으로 성장한 기술 기업과 기존의 규제, 금융 시스템간 충돌이다. 3년 전 우버의 창립자 칼라닉은 공격적인 전략으로 뉴욕시를 굴복시키며, 우버를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2018년 현재 테슬라의 창립자 머스크는 전기차 양산이라는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깐깐한 월가의 애널리스트들과 대립하는 중이다.

기술 기업의 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 시스템과 대립한다. 그러나 혁신을 대형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투자자나 규제 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테슬라를 향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과 질문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 시스템이 마련한 안전장치다. 뉴욕시의 법률과 규제는 우버의 성장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와 불편하지만 필요한 규제라는 장벽을 이들이 어떻게 넘어서는지 무척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이다. 이번 달 초 애플은 미국 기업 최초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의 뒤를 잇는 시총 1조달러 기업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