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오닐(Jim O’Neill)영국 서리대 박사,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 맨체스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짐 오닐(Jim O’Neill)
영국 서리대 박사,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 맨체스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많은 사람이 2008년 금융위기 10주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위기가 아닌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0~2010년 세계 실질 경제성장률(인플레이션 조정치)은 3.7%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대침체기(Great Recession)’만 아니었어도 이 수치는 4%에 근접했을 것이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5%를 기록 중이다. 1980~90년대 평균 3.3%는 웃도는 수준이지만 2000년대 평균보다는 낮다.

내 계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나라는 바로 중국이었다. 오늘날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3조달러로, 2008년(4조6000억달러)의 세 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그때보다 약 8조달러 이상 증가하면서 세계 GDP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금융위기의 원인이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경제 불균형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2008년 기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5%에 달했다. 2007년에는 분기별 적자 규모가 GDP의 7%에 달하기도 했다. 반면 이 기간 중국은 GDP의 9% 넘는 규모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나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자리 재배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예측한 바 있다. 중국은 저축을 줄이고 더 소비할 필요가 있고, 미국은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두 나라 경상수지를 보고 판단컨대 양국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냈다. 올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0.5~1%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변화도 의미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2~2.5%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적자 규모는 GDP의 2~3%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지표들을 보면 상황이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다. 다시 2008년 위기로 돌아가 보자. 당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1.5% 수준이었다. 반면 독일의 흑자는 GDP의 5.5%에 달할 정도로 막대했다. 독일이 엄청난 규모의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회원국이 독일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봤기 때문이었다. 당시 독일과 다른 회원국 간의 불균형은 2009년 유로존 위기로 이어졌다.


걱정스럽게도 독일의 흑자 규모는 더 부풀어 올랐다. 현재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8%에 달한다. 그 결과 (지중해 국가의 경제위기에도) 유로존 전체의 흑자 규모가 GDP의 3.5%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불안정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신호다. 실제로 현재 이탈리아에서 위기가 천천히 감지되고 있다. 연립정부의 포퓰리즘 예산안 추진으로 주식과 채권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3.1%까지 치솟았다(국채 금리 상승, 국채 가격 하락). 재정 적자 확대 불안감으로 이탈리아와 독일의 금리 스프레드가 5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위기 이전 미국 경제에 나타난 주요 특징은 미국 집값에 낀 거품 현상이었다. 사실 집값 거품 현상 자체는 금융 기관들이 세계의 저축을 ‘재활용’하는 복잡한(또는 미심쩍은) 방법 중 하나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런던과 뉴욕, 시드니, 홍콩 등 주요 도시의 집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부유한 투자자의 수요 증대로 ‘극소수만이 살 수 있는’ 곳이 됐다.

그런데 올 들어 이들 주요 도시와 다른 도시의 주택 가격이 역전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영국 왕립 서베이어협회(RICS)에 따르면 런던의 부동산 가격 밸런스(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 수와 상승을 전망하는 사람 수의 차이)는 마이너스 47%를 기록했다.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각 나라 정부가 추진 중인 집값 안정화 정책의 효과일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금력을 가진 신규 구매자가 점차 줄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당연히 주요 도시의 집값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은 경제와 사회 평등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집값 하락이 (앞선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지 못한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불평등 심화

스위스 집값이 유럽 38개국 중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사진 블룸버그
스위스 집값이 유럽 38개국 중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사진 블룸버그

채텀하우스(영국의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별칭)의 회장직을 맡게 된 나는 주택 가격과 같은 요소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상호 연관 관계를 추적하는 더 많은 지표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지난 10년간 부(富)의 불평등은 빠르게 심화됐다. 주요 원인은 도시 주택 가격 상승이었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최근 금융 위기 발발 10년을 맞이해 낸 연설문에서 “과도한 불평등을 이겨내지 못하면 다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경영진이 노동자보다 과도하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허니웰의 경영진 연봉 대비 직원 연봉 평균 비율은 333 대 1을 기록했다. 제약 회사 테바 파마수티컬은 302 대 1, 엄쿠아 은행은 55 대 1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경영진과 고용인의 보상차가 극명해진 이유가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결과(경영진은 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역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이 부분도 채텀하우스에서 연구하려 한다. 2009년 이후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는 주식시장의 ‘이상한’ 랠리는 대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일부 기업은 주식 매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바람은 기업들의 투자 약화로 이어진다. 말할 필요도 없이 투자가 감소하면 생산성 약화와 임금 상승률 둔화를 초래한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비합리적인 데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자사주 매입 증가 바람이 분 것으로 기업의 고정 투자와 생산성이 약화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거시경제 요인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영국과 미국 같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적 격변을 설명할 수 있을까.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기업의 이익 추구만이 목적이 되는 현실이 극복되지 않는 한 경제·정치·사회적 충격 가능성은 계속 커질 것이고, 머지않아 견딜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