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용
일러스트 : 양승용

지방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대졸 신입사원 합격자 통보를 하고 나면 전화기를 붙잡고 산다는 말이 있다. 합격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합격 축하하고 꼭 다녀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합격 통보를 받고도 출근하지 않거나, 한 달도 못 돼 사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한 중소기업은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3500만원이라, 대기업에 크게 꿀리지 않는 편인데도 매년 면접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가 50%가 넘고, 최종 합격자 노쇼 비율도 50%가 넘는다. 고용 대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라 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체감실업률은 청년 10명 중 2명 넘는 사실상 ‘실업 상태’인데도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지방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신입사원을 구하기도 어렵고, 신입사원 3명 가운데 1명은 3년 이내에 퇴직한다.

‘편피노’라는 신조어가 있다. 편의점·피시방·막노동 등 이른바 3대 아르바이트를 뜻하는데, 지방 중소기업은 서울 ‘편피노’에도 밀린다. 정규직이고 월급 300만원 가까운 지방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서울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름 들어본 회사나 공기업 취직 준비를 한다고 몇 년씩 보내는 청년이 적지 않다.

인천에 있는 한 주물 업체는 생산직 37명 가운데 외국인 직원이 15명이나 된다. 한국인 직원이 22명인데 모두 50대 이상이다. 20~30대는 먼지 나고 시끄럽다고 주물 공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 업체가 최근 7~8년간 뽑은 신입사원은 다 외국인이다. 지방의 한 중소 제조업체 임원은 “신입사원이 출근하고 하루 만에 ‘에어컨 나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낫다’며 떠나는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더럽고 어렵고 위험하다는 ‘3D 업종’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지경이다. 아예 3D 업종에 취직하려 하지 않으니 그런 표현을 쓸 일이 없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지방 중소기업 성장 정책 절실

‘평택 라인(line)’이라는 단어도 등장한다. 지방 중소기업이라도 경기도 평택까지는 그럭저럭 직원을 뽑을 수 있지만, 그 밑으로는 대졸 신입사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다. 지방 우량 중소기업은 통근버스·어린이집·의료비 지원에 기숙사를 무료 제공해도 구인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600억원을 넘어선 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는 최근 3년간 뽑은 신입사원 400여 명 중 3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4%에 달하고, 작년 영업이익률이 14%일 정도로 우량 기업인데도 이렇다.

정부는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에게 연간 1000만원씩 지원해 대기업 임금에 맞춰준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방 중소기업의 경우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 등 대도시를 벗어나면 극장이나 쇼핑몰,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식당과 술집 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생활·문화 인프라 불모지라는 것이 지방 취업을 기피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돈벌이라면 중동 사막도 마다하지 않았던 윗세대에는 배부른 투정처럼 들리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심각한 불편이고 고통일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중소·중견기업의 공장, 본사가 밀집해 있는 전국 산업단지의 배후 지역을 개발해 삶의 질, 워라밸(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청년들 눈높이에 맞춰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

더 큰일은 우리 경제에 대한 확신, 지방 중소기업도 커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커나갈 수 있는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지방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길을 넓히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가 할 일이다. 그래야 지방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진석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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