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훈 한국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장지훈
한국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드디어 기다리던 5G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제 3주째를 맞은 5G서비스에 시장은 예상보다 더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벌써 20만 명에 육박하는 고객들이 5G서비스에 가입했다. 현재 5G를 지원하는 모델이 갤럭시S10 5G 단 한 개의 모델밖에 없고, 이전 세대의 4G LTE가 1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하는 데까지 한 달여의 기간이 걸렸다는 점을 상기하면 시장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보면 5G 연착륙에 대한 밝은 전망만을 내놓기는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최근의 폭발적인 5G 교체 수요는 5G 자체에 대한 선택이기보다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잘 만들어 놓은 유인책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현재 5G를 지원하는 모델은 갤럭시 S10 5G 한 개 모델뿐인데 통신사들이 5G 유인을 위해 내건 추가지원 혜택들이 모두 적용되면 실제 구매 시 비슷한 성능의 4G 모델들과 가격 차이가 없어진다. 여기에 5G서비스 개시 시점보다 불과 몇 주 앞서 출시된 갤럭시 S10 4G 모델들을 추가 비용 거의 없이 새로운 5G 단말기로 바꿔주는 통신사들의 프로모션이 진행되면서 갤럭시 S10 구매자 중 일부가 단지 몇 주 후에 5G 서비스 가입자가 됐다. 따라서 최근의 폭발적이었던 5G 교체 수요는 온전히 5G를 향한 수요라기보다는 갤럭시 S10의 신제품 효과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5G라는 이름과 가격을 앞세운 마케팅에 유인된 소비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거세게 5G서비스 품질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시장에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국망을 완벽히 구축한 상태로 서비스를 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초기의 서비스 품질과 관련한 이슈는 어쩌면 불가피한 부분일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 소비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품질 저하의 범위인가 하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초기 5G 이용자 집단이 어떤 구성원들로 이루어졌냐는 것은 5G 초창기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척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과 같은 접근 방법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단순히 마케팅에 유인된 소비자들은, 아직 불완전하더라도 더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최신 기술을 기꺼이 경험하고자 하는 얼리어답터 집단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마케팅에 유인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5G는 통신사들이 내세웠던 문구 속에 묘사되는 것처럼 획기적인 모습들이어야 하고 초기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의 저하는 통신사들의 사정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최단기간’ ‘10만 가입자’라는 말의 의미가 가진 양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서비스의 초창기에 이 기술을 평가하고 시장에 증언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을 단지 ‘실망할 가능성이 많은 더 많은 수’의 소비자로 채우지 않기 위해 더욱 치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은 지금과 같은 형태의 단말기와 보조금을 통한 접근은 보조적인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고사양의 단말기에 적절한 가격, 현재 통신사들이 내세우는 5G 유인책들은 이 기술의 의미를 단순히 더 빠른 다운로드 속도와 낮은 지연시간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5G의 본질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얼마 동안 몇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느냐보다, 더 빠른 다운로드 속도와 낮은 지연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전 세대들을 되돌아보면 3G 시대가 시작되면서 데이터라는 개념이 더 구체화되었고, 4G에서는 체감되는 획기적인 속도 향상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이미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제 5G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5G가 가진 기능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한 가지 예로 구글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스태디아(STADIA)를 들 수 있다.


4월 5일 오전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SK텔레콤 강남직영점 앞에서 고객들이 ‘갤럭시 S10 5G’ 개통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4월 5일 오전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SK텔레콤 강남직영점 앞에서 고객들이 ‘갤럭시 S10 5G’ 개통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스태디아는 개인의 시스템에서 처리되던 작업을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한 후에 최종 화면만을 각각의 기기로 송출하는 개념이다. 스태디아를 이용하면 고사양의 게임을 상대적으로 사양이 낮은 PC나 스마트폰에서도 구현할 수 있고, 애초에 작업이 개인 PC가 아닌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현재 게임의 주류를 이루는 멀티플레이어 환경(다수의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적합하다. 또한 스태디아의 의미를 개발자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 우선 개발자들에게는 ‘보편적인 컴퓨팅 시스템 수준’이라는 한계 안에서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넣어서 너무 높은 기술을 요하는 게임을 만들게 되면 그 자체로 소비자 폭을 한정하게 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태디아는 게임을 구동하는 주체가 데이터센터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에게 성능의 한계에서 벗어난 한결 자유로운 개발 환경을 보장한다. 또 스태디아는 게임업계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세대 전환을 가속화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스태디아가 상용화되면 개발자들은 구현이 가능한 기술의 극한까지 게임에 담을 수 있게 되고 이것은 다시 데이터센터의 양적, 질적 확대를 촉진하게 되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반도체 업계를 비롯한 IT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스태디아 상용화의 키를 쥐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선결과제가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된 영상들을 각자의 기기로 보내줄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 그리고 마우스, 키보드 등의 입력장치를 통해 데이터센터로 전송되는 사용자의 조작 명령이 처리된 후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지연시간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슈의 키를 쥐고 있는 단어가 바로 5G다. 앞으로 통신사들의 마케팅 방향이 여기에 있다. ‘5G가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보다는 ‘그래서 5G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스태디아와 같은 서비스를 제안하는 데에 앞으로 통신사들의 마케팅이 집중돼야 한다.

5G가 얼마나 훌륭하고, 현재 제공되는 할인 혜택을 제하고 나면 비슷한 사양의 4G 스마트폰과 가격이 비슷하니 기왕 살 거면 5G폰을 사라는 식의 논리로 접근한다면 당장 더 많은 가입자 수를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모인 가입자들은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로모션은 언젠가 멈추게 될 것이고, 시장에서 이들은 ‘5G를 사용해 보니 4G와 별반 차이가 없더라’는 치명적인 증언을 내놓을 뿐이다. 통신사들의 마케팅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현재 미완의 모습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5G 기술 자체에 열광하는 사용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누가 먼저 5G 시대를 열었는가에 주목하고, 누가 먼저 얼마나 빨리 가입 고객 10만 명을 돌파했는가를 이야기하는 오늘, 5G에 가입한 사용자들을 위한 각 통신사의 ‘스태디아’는 얼마만큼이나 준비되어 있을까? 5G라는 이 멋진 기술이 건강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다. 여건은 충분하다. 각 통신사들이 가진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이 있고, 그 기술에 열광하는 많은 소비자가 있는 시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과정이다. 이제 가격이 아닌 5G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