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택시를 탔을 때 운전기사가 ‘손님이 없어 돈벌이가 안 된다’는 푸념이라도 할라치면 이런 말을 꺼낸다. “기사님 힘드시다는데, 제가 부산에서 고등어잡이 어선 회사를 합니다. 제일 하급 선원도 연봉 4000만원은 받아갑니다. 한번 해 볼랍니까?” 솔깃해하는 기사가 있으면 얘기가 이어진다. “사람이 없어서 필리핀 등에서 선원을 데려옵니다. 한 달에 25일간 배를 타고, 1년에 한 달은 유급휴가를 줍니다. 목돈 만든다고 생각하고, 군대 한 번 더 간다치고 배 한번 타볼랍니까?” 더러 김 회장 얘기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배를 타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다. 경기가 안 좋아 육지에는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가 나도 바다에는 늘 일자리가 넘쳐나고 사람이 모자란다고 했다. 배를 타겠다는 사람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몇 년 전 만났을 때 그는 “아직도 배 타는 사람들을 ‘뱃놈’이라고 부르고 낮춰 보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고, 망망대해 떠다니는 거친 일이라서 그런 것도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피하니 월급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한국인 선원이 귀해서 고참 선원이 되면 연봉 7000만~8000만원을 받기도 한다. 선단을 이끄는 어로장(長)의 연봉은 대기업 임원급을 넘어설 정도다. “6척으로 이뤄진 고등어잡이 1개 선단을 지휘하는 총책임자인 어로장은 어획량과 연봉이 연동되는데, 3~4년 전에 연봉이 14억원을 넘은 적도 있었어요.”

얼마 전 선원 고령화와 외국인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50대 이상이 66%나 됐다. 60세 이상도 37%를 차지한다. 또 국내 취업한 선원 10명 가운데 4명은 외국인이라고 한다. 해양수산부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선원은 총 6만397명인데, 한국인 선원은 3만5096명으로 58%에 그쳤다. 외국인 선원이 2만5301명(42%)이나 됐다. 10년 전인 2008년의 경우 한국인 선원이 75%였다고 한다. 월급 수준은 선원 전체 평균이 460만원이다. 외항선은 579만원, 원양어선의 경우는 753만원이나 된다. 사람이 귀하니 월급이 높은 편이다. 거꾸로 말하면 월급이 높아도 고된 일 하겠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고된 일 하겠다는 사람 찾기 힘들어

육지에서도 비슷하다. ‘청년 고용 절벽’이라는 말이 돌고 일자리가 귀하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기업이 고용을 원한 인원과 실제로 채용된 인원의 차이인 미(未)충원인원은 8만 명이 넘는다. 짐작대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채용난에 시달린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 이상 기업의 미충원율은 5% 선에 그치는데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13%가 넘었다. 학력이나 현장 경험 등 원하는 자격과 경력을 갖춘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31%에 달했다.

청년층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체감실업률은 20%까지 치솟았다. 청년 10명 중 2명 이상은 사실상 ‘실업 상태’다. 이런데도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걸 해결해보겠다고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에게 연간 1000만원을 지원해 대기업 임금과 맞춰준다는 특별 대책을 내놓았지만, 5년 한시 대책이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은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이라는 ‘3D업종’ 취급을 받는다. 중소기업 성공 사례는 부러워하지만 직접 그런 성공을 만들어 내겠다고 뛰어드는 젊은이들은 보기 힘들다. 해외 취업이라면 미국이나 일본, 국제기구, 다국적기업만 떠올린다.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미래를 개척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노량진 고시촌만 북적인다. 젊은이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취업 지원 제도를 만들 생각은 뒷전이고 일자리 대책이라고 공무원 17만 명 더 뽑겠다는 정부부터 반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