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결렬됐고, 양국은 서로 관세 부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강제 기술 이전, 각종 보조금 지급 등이 다른 나라와 불공정 경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시정하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 같은 내용을 국내법에 명시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계속 중국을 압박할 것이며 중국은 미국의 국내외 상황이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탈출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칼럼의 필자들은 중국 측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일으킨 무역전쟁은 미국 소비자를 비롯해 모두에게 피해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런 피해가 가시화하면 미국 국민도 고통을 받게 되고 무역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가능하다. 무역에서 시작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웨이에 대한 압박에서 보이듯 미국은 기술에 대해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미국과 패권국 야망을 품은 중국의 격돌, 즉 미국이 중국을 억누르려 하는 게 본질인데 필자들은 무역과 경제 분야만 보고 있는 듯하다.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최고연구위원(왼쪽) / 샤오 겅(Xiao Geng)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교수(오른쪽)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최고연구위원(왼쪽)
샤오 겅(Xiao Geng)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교수(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성급한 희망을 박살냈다.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정부는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미국은 또 다른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양국은 지금 긴 싸움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인이 아직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참 만에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이해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얼마나 중요한 원칙(독트린)인지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카이론 스키너 미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에 따르면, 미국 우선주의는 국가 주권, 상호 혜택, 부담 나누기, 지역적 파트너십 등 4개의 기둥을 핵심으로 한다. 국가 주권과 상호 혜택은 모든 국가의 외교 정책에서 표준이다. ① 30년전쟁 이후 체결된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주권국가는 자기 이익을 방어하며 다른 나라를 대할 때는 상호 혜택에 기반해야 한다는 게 규정된 이후로 계속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지역적 파트너십 또는 다른 파트너십을 약화시킬 만큼 상호 혜택을 너무 도외시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은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가장 가까운 동맹들의 이익을 침해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입에 광범위하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기조차 한다.

어쨌든 트럼프 독트린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부담 나누기다. 스키너 국장은 미국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녀는 미국 또한 나머지 다른 국가들에 ② 미국의 지속 불가능한 구조적 적자에 대한 짐을 지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3%를 넘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이 나머지 다른 국가들에 지는 순부채(현재 미국 GDP의 40%)는 24년 내에 두 배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일하게 걱정해야 할 적자가 중국과 무역적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해도, 미국의 저축과 투자 간 불균형은 풍선효과처럼 중국과 무역적자를 단순히 다른 나라(EU·일본·한국 등 무역 흑자국들)로 이동시킬 뿐이다.

수십 년간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관리가 가능한 것처럼 여겨졌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1970년대 미국이 구조적 적자를 보기 시작한 이래, 이 주제에 대해 세계적 차원에서 대타협이 있었다. 다른 국가들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인정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용인해주고, 대신 미국은 자유무역과 세계 안보의 수호자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독트린은 이 대타협을 뒤집는 것이다. 달러화의 힘을 포함해 미국의 경제력을 무기화함으로써 미국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은 그대로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를 비롯해 사실상 모두가 피해를 본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에서 ‘세금 속임수’를 쓰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부가 과도한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증세, 정부 지출 절감, 실질 이자율 하락을 동반하는 높은 인플레이션, 또는 로마제국의 경우 정복이었다.

미국 정부가 국내 세금을 올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2의 해결책으로 관세 인상을 선택했다. 관세 수입이 늘어날 뿐 아니라 수입 가격이 올라감으로써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 수입이 늘어난다. 관세 인상은 다른 나라의 비난을 받지만 미국 대중은 환호한다.

트럼프가 보기에 관세 인상은 국내에 별다른 타격이 없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낮다. 무역전쟁의 직접적 피해를 2020년까지 GDP 감소 효과로 봤을 때 미국 0.2%, 중국 0.4%, 두 나라 외에 전 세계는 0.22%에 불과할 것이라고 JP모건은 전망했다.

미국의 최근 호황은 재정에 부담을 주는 감세와 양적완화의 일시적 효과 덕분이다. 양적완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부채가 3조6000억달러 늘었다. 그 후 계속 줄어 지금은 3910억달러다. 역사적으로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버블이 있을 때, 정부는 재정적자를 내기 쉬워지고 가계는 대출금을 갚을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순자산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33조6000억달러 늘어난 것도 이런 영향 덕분이다.

그러나 부가 공평히 분배되지는 않았다. 양적완화 중심의 정책으로 국내 불평등은 심화했다. 예를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하락했을 때 기업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약 5조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완충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S&P500지수는 2009년부터 2019년 3월 최고치에 달할 때까지 총 319% 상승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주식시장도 위협하고 있다.

S&P500지수를 구성하는 상위 25개 기업은 평균적으로 중국과 대만에서 매출의 3분의 1을 올리고 있다. 이는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이들 기업의 수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에 반도체, 전자 부품, 소프트웨어 등의 매출(총매출의 20~65%)을 의존하는 대형 기술 기업은 미국의 구두 수입업자만큼이나 비용 증가(관세 인상)에 직면할 것이다.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이 더 큰 규모의 양적완화로 자신을 구제해줄 수 있다고 여기기 쉽다. 그래서 무역전쟁이 아직 큰 고통을 유발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③ 117개월간 유지된 경기 확장기가 곧 끝날 것이고(역사적으로 경기 확장기는 평균 48개월) 미국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경기 침체를 경험할 것이다. 그때 미국은 아마도 휴전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Tip

독일 30년전쟁을 끝내기 위해 1648년 체결된 평화조약. 이 조약으로 신성로마제국이 사실상 붕괴했고, 주권 국가의 공동체인 근대 유럽의 정치구조가 나타나게 됐다. 신성로마제국의 연방 제후와 제국도시에 영토에 대한 완전한 주권과 외교권, 외국과 조약체결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조약에 따라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독립국 지위를 승인받았다.

미국은 1971년 달러화의 금 태환 중지를 선언함으로써, 달러화를 아무리 많이 찍어내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 문제 없는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막대한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미국은 국채를 발행하고 각국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특히 중국은 대규모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달러화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에 달한다.
필자들은 이게 미국과 다른 나라의 대타협의 결과라고 본다. 미국은 자유무역과 세계 안보의 수호자 역할을 함으로써 적자를 용인받은 것이다. 하지만 대타협이라기보다는 미국이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자기 이익을 관철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경기순환 사이클에는 경기 확장기와 경기 수축기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침체됐고 양적완화 정책 등으로 인해 2009년부터 완만한 경기 확장기가 있었다. 10년에 가까운 117개월간의 경기 확장기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큰 충격이 없는 경우, 보통의 경기 확장기는 필자들이 말한 대로 4년 정도(48개월)다.

앤드루 셩, 샤오 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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