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서울대 산업공학과, 미 프린스턴대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 편집장,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김우창
서울대 산업공학과, 미 프린스턴대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 편집장,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5월 31일 중국 칭화대가 시안(西安)에 ‘교차신식핵심기술연구원’이라는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열었다. 연구센터 고문 자격으로 개소식에 참가했다. 칭화대 같은 기술 중심 대학이 새로운 연구센터를 만드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센터는 산학협동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데, 우리 사회가 참고할 것이 있어 보인다.

교차신식핵심기술연구원의 핵심 연구진은 칭화대 교수들이다. 연구원장은 전산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 앤드루 야오 교수다. 주된 연구 분야는 핀테크, AI칩, 지능형도시디자인(스마트시티)이다. 중국 정부와 시안 지방정부는 판교와 비슷한 느낌인 시안 기술특구 내에 11층짜리 건물을 10년간 무상임대해 주었으며, 동시에 향후 5년간의 운영 자금으로 매년 수천만위안의 현금을 출자하기로 했다. 연구센터 바로 옆엔 똑같이 생긴 빌딩이 있는데, 그곳엔 삼성전자 시안 연구센터가 있다.

이곳엔 많은 스타트업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센터에 소정의 연구비를 내고 칭화대 연구진과 공동 연구하며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정부가 센터에 출자한 돈을 투자받을 수도 있다. 센터가 연구를 수행함과 동시에 벤처캐피털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것이다. 운영 자금이 소진되는 5년 후엔 벤처 투자로 얻은 수익으로 센터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이 투자 의사 결정도 핵심 연구진인 칭화대 교수들이 한다.

시안 소재 대학들은 젊은 인재들을 이곳에 지속적으로 보낸다. 대부분 좋은 직장이 서울에 있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개 주요 도시에 좋은 직장이 몰려 있다. 젊은 인재들이 이들 대형 도시로 유출되는 문제로 고민하는 시안에도 좋은 일이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고 중국 내 최고 학자인 칭화대 교수들에게 연구지도를 받으면서 회사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안의 젊은 인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곳은 칭화대 소속 연구센터지만 공식적으로 유한공사(有限公司), 즉 주식회사라는 것이다. 혁신을 지원하는 데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중국에서조차 처음 시도하는 형태다. 대학이 학생식당이나 기숙사 혹은 외부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등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요식업이나 숙박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기금이 있는 대학의 경우 주식투자나 벤처투자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원이 직접 참여하는 연구센터를 영리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 등록하고, 이를 대학이 소유하며 운영까지 하는 것은 들어본 적 없는 일이다.

이런 파격적인 시도의 이면에는 기술 개발 보상체계와 혁신의 상업화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세계 어디서나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은 기업보다는 대학에서 더 쉽게 나오기 마련이다. 기업과는 다르게 대학은 실패할 수 있는 권리가 어느 정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소위 이야기하는 ‘미친 연구’, 즉 실패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성공하면 대박이 될 수 있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연구는 충분한 자본력과 혁신에 대한 우호적인 문화가 갖춰져 있는 삼성전자나 구글과 같은 곳이 아니라면 기업에서는 수행되기 어렵다. 하지만 대학은 그런 일을 하는 곳이다. 카이스트에도 ‘HRHRP(high risk high return project)’라는 연구과제가 있는데, 말 그대로 성공 가능성은 매우 작지만 성공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에만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의 기술 개발 여건이 과거보다 아주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개선할 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대학의 연구자들이 기술 개발을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 짓기 위한 ‘마지막 한 걸음’을 갈 유인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를 하다 보면 가끔 상업적으로 큰 가능성이 보이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까지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고가 필요하다. 특허를 낼 수 있지만, 이것이 바로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사업적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업체가 특허를 사용해주는 경우에만 돈이 된다. 또 교수가 기업과 특허 사용료 협상을 하면 십중팔구 제값을 못 받기 마련이다.

구조적 문제도 있다. 교수나 대학원생 등 대학 연구진이 발명한 특허의 소유권은 학교에 귀속된다. 그런데 특허등록비와 유지비는 발명자들이 내야 하는 구조다.

변리사 고용 등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특허 등록을 포기하거나 유지비를 내지 못해 특허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직접 창업할 수도 있지만,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 마지막 한 걸음을 굳이 가지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연구를 종료하는 경우가 꽤 있다.

칭화대가 교차신식핵심기술연구원을 파격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 만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수나 대학원생 등 대학의 연구자들에게 업사이드, 즉 상업적 성공을 직접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마지막 한 걸음을 기꺼이 가게 하기 위해서다. 기술 개발의 보상 체계를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주식회사로 등록할 필요가 있었다.

보통 스타트업은 현금으로 연구비를 납부할 재정적 여유가 없다. 이 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은 자사 지분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연구비를 대신한다. 해당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그 수익은 자연스럽게 센터에 귀속되며, 이는 연구진에게 분배되는 구조다. 대학 연구진이 단순히 용역 과제를 수행하는 외부 연구자가 아니고 회사 오너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입주 기업 선정과 투자 대상 기업 선정을 칭화대 연구진에게 맡긴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계적으로 의사 결정하지 말고 기술에 대해 깊은 이해가 있는 연구진이 치열하게 고민해 진정으로 성공할 것이라 판단되는 회사를 추려내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정부에 제안한 칭화대도 대단하지만 허가해준 중국 정부도 놀랍다. 이런 구조는 이해 상충의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중국 정부는 혁신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을 택했다.


5월 31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린 칭화대 ‘교차신식핵심기술연구원’ 개소식. 칭화대 교수들, 시안시 정부 관계자, 연구원 입주 기업 대표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칭화대
5월 31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린 칭화대 ‘교차신식핵심기술연구원’ 개소식. 칭화대 교수들, 시안시 정부 관계자, 연구원 입주 기업 대표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칭화대

확실한 개인 보상 체계로 혁신 주도하는 中

중국 학자들이나 기업가들과 교류할 때마다 과연 우리가 이들과 경쟁하여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절대적인 규모도 비교가 안 되지만 중국인은 1990년대 고도 성장기의 우리처럼,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열심히 사는 것이 보인다. 중국은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자본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보다 더 화끈한 개인 보상 체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성장이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우리는 결국 중국의 성장에 맞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 개개인이 영혼을 걸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없다. 개인이 기꺼이 노력할 수 있게 만드는 보상 체계를 잘 갖추는 것이 절실한 이유다. 필자가 카이스트에 임용된 10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많은 면에서 개선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연구진들이 기꺼이 기술적 혁신을 상업적 성공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마지막 걸음을 걷게 하기엔 뭔가 모자란 부분이 있다.

칭화대의 새로운 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점이 있지만, 이를 참고하여 고민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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