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용
일러스트 : 양승용

2007년 여름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일이다. 캐나다 출신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인 가렛 캠프가 시내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이트 시간에 늦어 초조했던 캠프는 손에 들고 있던 아이폰을 보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픽업 서비스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아이폰으로 직접 차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당시 캠프가 자주 이용했던 택시 회사의 픽업 서비스는 불친절하고 시간도 걸리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마침 아이폰이라는 획기적인 제품이 그해 처음 출시됐다. 아이폰에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GPS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운전자와 승객이 모두 아이폰을 가지고 있을 경우 GPS 기능을 활용해 승객과 가까운 곳에 있는 운전자를 연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캠프는 트래비스 캘러닉을 비롯한 친구들과 상의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아직 앱(app)이 만들어지기 전인 2008년 8월엔 ‘우버캡닷컴(www.ubercab.com)’이라는 웹사이트 도메인을 미리 등록했다. ‘~를 넘어선’이라는 뜻의 독일어 ‘위버’를 붙여 ‘택시를 넘어선 훌륭한 운송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았다. 우버는 결국 캠프와 캘러닉이 공동 창업한 회사의 이름이 됐다.

차량공유서비스라는 아이디어는 참신하면서도 단순해 보인다. 앱으로 구현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우버 앱의 기본 원리는 탑승자의 요청이 들어온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 ‘가깝다’는 것은 단순히 직선거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1분 1초라도 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하려면 지리 정보는 물론 일방통행 등 도로와 교통 정보 등 모든 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동선을 그려야 한다. 이 부분에서 우버 앱은 사업 초기부터 탁월한 성능을 과시했다. 예를 들어 뉴욕 맨해튼에서 차를 호출했을 때 구글 앱이 예측한 예상 도착 시간보다 우버가 독자 개발한 알고리즘의 계산 결과가 평균 40% 이상 더 정확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우버는 수학, 과학 분야 전문가들을 적극 채용했다. 데이터 과학과 ‘머신 러닝’ 전문가는 물론 신경과학자와 입자물리학자까지 채용했다. 그래서 우버는 초기부터 아이디어만 반짝이는 기업이 아니라 진짜 실력 있는 테크 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의 탄탄한 기술력이 우버의 진정한 성공 요인이다.

국내에서 차량공유서비스인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택시 업계와 차량공유 업계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끼어들어 이재웅 쏘카 대표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여기에 네이버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뛰어들어 벤처 스타들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대기업이나 (우버 같은) 외국계는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하면 되느냐’며 ‘웃기는 짬뽕’이라고 했다. 우버나 타다 같은 서비스가 쉽게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었다. ‘4차 산업이 어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된다’고도 했다. 별것도 아닌 앱을 하나 개발해 손쉽게 돈벌이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타다를 비롯해 국내 차량공유서비스에 대단한 기술적 혁신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외국에 널리 보급돼 있는 서비스를 모방했고, 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데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버의 기술력이 ‘그깟 앱’ 정도로 폄하할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고는 우버의 기술력이나 공유경제의 흐름를 무시하지 못한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수준이 낮고 시야가 좁다는 이야기다. 우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으려면 먼저 우버를 능가하는 실력부터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