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보리스 존슨이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가시화되면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2014년에 이어 제2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영국령 북아일랜드 내 민족주의 정당 대표가 노딜 브렉시트 땐 북아일랜드가 영국 연방을 탈퇴하고 아일랜드와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노딜 브렉시트는 경제적 관점에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브렉시트에 부정적이었던 필자는 3가지 이유를 들어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현재의 자유로운 왕래를 계속 허용하는 ‘백스톱’ 문제가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반대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 협상에서 쟁점이 됐는데, 필자는 이런 국경 문제에서 존슨 총리가 양보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보안을 만들어내는 데는 오히려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총리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필자가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게 너무 낙관적인 시각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 하버드 케네디 경영대학 석사, 타임·파이낸셜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자본주의 4.0’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
하버드 케네디 경영대학 석사, 타임·파이낸셜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자본주의 4.0’ 저자

보리스 존슨은 자신의 일생 목표였던 영국 총리로 7월 24일 취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비극적인 코미디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존슨의 총리 취임은 좋은 뉴스이기도 하고 나쁜 뉴스이기도 하다.

나쁜 뉴스 관점에서 보면, 존슨이 EU에 적대적인 보수당에서 승리를 위해 내걸었던 ‘노딜 브렉시트’는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닥쳤던 재앙에 상당할 정도로 경제에 갑작스러운 충격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초기에는 영국에서 무역 관련 사업들에만 영향을 미치고 수주 또는 수개월 이내에 영국과 EU 간에 어떤 형식으로든 무역협정 타협안이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보듯이 한 나라의 경제에서 정상적인 사업 관계가 잠깐이라도 파탄 나면 수년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좋은 뉴스는 존슨 총리가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또 ‘노딜’만 아니라면 브렉시트가 실현되더라도 영국뿐 아니라 유럽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① 노딜 아닌 브렉시트는 뜻밖에 긍정적인 소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영국은 장기적으로 어떤 형태의 브렉시트라도 고통받을 수밖에 없지만, ‘노딜'이 아닌 다른 형태의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단기적인 피해가 있겠지만 기업 심리와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영국은 존슨이 약속한 정부 지출 증가와 감세 등 경기 진작 정책으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영국 이외 유럽 국가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것이다. 금융, 미디어, 제약, 방위산업, 자동차 등 수익성 좋은 산업의 ② EU 단일 시장에서 영국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럼 오랜 협상 기간을 거치는 질서 있는 브렉시트와 재앙적인 갑작스러운 파탄(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시장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현재 노딜 브렉시트 확률을 33%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금융 분석가들은 그 가능성을 50%까지 본다.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존슨은 선거 캠페인의 대부분을 ‘노딜 브렉시트'에 집중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의 취임에도 불구하고 또는 존슨 총리 때문에, 여전히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보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석수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보수당 연합의 과반 초과 의석수는 2~3석에 불과한 가운데, 모든 야당이 메이 총리 때보다 존슨 총리에 대한 반대로 더 단합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공화당 내에서 2명의 반란표만 있으면 존슨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이는 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40명의 보수당 의원들이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 전술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존슨 정부를 실각시키려는 충분한 반대 세력이 있다. 그리고 만약 존슨 총리가 새로운 브렉시트안으로 보수당을 재결합시키기 전에 선거가 시행된다면, 그는 패배하고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가 될 것이다.

둘째, 존슨 총리에게는 메이 전 총리가 사용할 수 없었던 방법이 있다. 존슨 총리가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안에서 겉치레 정도의 작은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EU 지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존슨 총리는 거의 확실히 의회에서 그의 새로운 브렉시트 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강경파 EU 회의론자들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안에 찬성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 총선을 치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브렉시트를 막으려고 했던 보수당·노동당 양당의 많은 EU 찬성론자가 이제 노딜 브렉시트의 악몽만 피할 수 있다면 어떤 타협안이라도 지지할 것이다.

EU 지도자들이 겉치레 정도의 작은 변화가 있는 양보안에 합의할 것인가? 답은 아마도 ‘그렇다’이다. EU 지도자들은 브렉시트 논의를 끝내는 데 존슨 총리만큼 필사적이다. 존슨 총리에게 진짜 필요한 단 한 가지 양보안은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열린 국경을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③ ‘아이리시 백스톱(Irish backstop)’이다.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가 7월 24일 총리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취임 후 첫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가 7월 24일 총리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취임 후 첫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국경 이슈는 아일랜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EU는 아일랜드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아일랜드는 질서 있는 브렉시트 방안, 그리고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국경을 현재처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영국과 EU 간 무역협정을 선호한다.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에 베팅하는 세 번째 이유는 존슨 총리의 발언과 정치 스타일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합의가 있건 없건 10월 말에 EU를 탈퇴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했다. 그는 또한 EU와의 협상이 성공적일 것으로 자신하기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가 실제 일어날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고 했다. 왜 세상은 그의 브렉시트 합의 전망을 부적절한 희망사항으로 묵살하면서 ‘합의가 있건 없건 EU를 탈퇴하겠다’는 그의 약속을 의심하는가? 존슨 총리의 행동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개인적 야망에 집중하고 약속을 경시해 왔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다.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추진한다면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재앙을 감수해야 한다. 그가 의회의 반대를 뚫고 예상된 결렬(노딜 브렉시트)로 간다면 경제적 붕괴가 일어날 것이다. 의회가 그를 막게 된다면 너무 이른 선거를 치러야 한다.

반대로 만약 그가 질서 있는 브렉시트 합의를 위한 협상에 노력한다면 존슨 총리는 10월 시한까지 상징적인 의미의 브렉시트를 실행할 수 있고 영국에 필요한 협상 기간을 힘들게 얻어낼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신뢰가 다시 높아지면서 감세와 정부 지출 증가로 내년 봄 선거를 향한 길을 닦으면 존슨 총리는 거의 확실히 다수 의석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일관된 원칙이 비일관성인 정치적 탕아에게는 표를 몰아준 EU 반대론자들과의 무모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질서 있는 그리고 합의된 브렉시트가 확실히 이익이 되는 선택일 것이다.


Tip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취임으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파운드화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올해 7월 들어 29일까지 하락 폭이 3.4%에 달한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5월 대비로는 7% 이상 급락했다. 하지만 필자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실제 노딜이 아닌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어쨌든 영국은 EU 단일 시장에 대한 접근도가 낮아진다. 현재는 관세 없이 한 나라처럼 EU 시장에 접근할 수 있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관세 등 무역장벽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프랑스, 독일 등 영국 이외 국가의 기업들은 EU 단일 시장에서 영국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영국이 EU 탈퇴 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사이에서 하드보더(국경을 엄격히 차단하고 통관과 통행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피할 수 있도록 영국과 EU가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기로 타협한 조항이다. 그러나 영국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자칫 영국이 계속해서 EU의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다면서 백스톱 조항 때문에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필자는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총리가 오히려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백스톱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낼 정도의 소폭 수정안을 만들어 내면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