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미·중 무역 갈등 중 미국이 내놓은 가장 위협적인 카드로 평가받는 화웨이 규제. 여기에 맞선 화웨이의 독자 운영체제(OS) 카드는 얼마가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까?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미국과 미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보이콧이 이어지던 올해 1분기 말. 화웨이의 컨슈머 비즈니스 부문 CEO 리처드 유(위청둥)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를 대체할 수 있는, 화웨이의 독자 OS가 준비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화웨이의 독자 OS와 관련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이야기는 일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해당 OS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다거나, OS 명칭인 ‘훙멍’이 중국 고대 신화에서 차용한 것이라는 등 지엽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화웨이의 독자 OS 개발이 정말 구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인지, 그렇다면 과연 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전하는 소식도 대부분 작은 사실 관계를 통해 추정해 본 내용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리처드 유 CEO의 인터뷰는 2012년부터 꾸준히 소문으로 들려오던 화웨이 독자 OS의 실체가 화웨이 CEO의 입을 통해 구체화한 사건이었다. 또 미국의 견제 조치들에 맞서 그동안 화웨이가 취했던 미디어를 통한 호소, 법적 공방 등의 우회적 방법이 아니라 시장에서 직접 대응이 가능함을 피력한 사건으로도 주목받았다.

지난 9일 리처드 유 CEO는 화웨이개발자콘퍼런스(HDC)에서 화웨이의 독자 OS를 다시 한번 세계에 소개했다. 리처드 유는 독자 OS를 ‘하모니 OS’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그는 독자 OS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노트북, TV 등 생활가전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라고 했다.

또 기존의 많은 오픈 소스 OS들이 개발 환경과 보안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 중 한 가지씩을 빼먹었던 점을 염두에 둔 것인지, 화웨이는 개발자들에게 차별화된 통합개발환경(IDE·개발에 관련된 모든 작업을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발자들을 위한 툴)을 제공할 것임과 동시에 강력한 보안을 약속했다.

아울러 리처드 유 CEO는 개발자들에게 기존의 안드로이드 OS상에서 개발한 앱들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화웨이의 OS로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보다 더 빠르고 쾌적한 구동이 가능함을 역설하였는데, 여기에서 등장하는 이름이 ‘노아의 방주’란 중의적 의미를 가진 ‘아크(ark·노아의 방주) 컴파일러’다.

컴파일러는 자바, 코틀린과 같은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개발자들이 만든 문서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화웨이의 아크 컴파일러는 기존의 안드로이드 OS가 가진 몇 가지 문제점을 개선했다. 기존의 안드로이드 컴파일러는 앱을 설치하는 동안 혹은 설치가 끝난 후에 개발 언어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이른바 컴파일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화웨이의 아크 컴파일러의 경우 이 번역 작업이 개발자가 앱을 개발하는 단계에 선행되어 앱 개발 후에는 설치 및 앱 작동 시 별도의 컴파일링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만약 화웨이의 발표 내용대로 하모니 OS가 등장한다면 현재의 안드로이드 OS보다 효율적인 시스템 자원 사용과 이로 인한 쾌적한 OS 사용 환경이 기대된다.

리처드 유 CEO의 발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화웨이의 아크 컴파일러는 기존에 사용되어 오던 C, C++, 자바, 코틀린 등의 개발 언어를 통합적으로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앱을 ‘소소한 수정’ 후에 하모니 OS 앱으로 ‘아주 쉽게’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만든 독자 OS가 앞으로 의미 있는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경쟁할 수준의 OS로 성장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첫 번째로 이야기할 부분은 과연 하모니 OS가 성능 면에서 안드로이드를 앞서는가 하는 부분이다. 우선 OS 개발의 관점에서 발표와 배포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이미 배포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재 버전의 안드로이드 OS와 이제 막 발표 단계에 있는 하모니 OS 간에는 명백한 시차가 있다. 또 하모니 OS가 배포되어 널리 사용되는 시점까지 안드로이드 진영이 이룰 발전까지 염두에 두면, 리처드 유 CEO가 발표하며 주장한 몇 가지 비교 우위점들은 안드로이드 OS에서 이탈해 화웨이 OS를 쓰도록 할 만큼 강력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과연 하모니 OS가 의미 있는 앱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다. 혹자는 중국 정부가 나서 중국의 브랜드인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이 모두 하모니 OS를 사용하게 만들면 중국 내수 시장만으로도 독자 생태계를 구성할 만큼의 충분한 사용자가 확보되고 동시에 개발자들에게도 규모를 갖춘 유의미한 플랫폼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 내수 시장은 이미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이마저도 중국 기업들이 모조리 차지한 상태다. 이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좀 더 큰 틀에서 바라보면, 하모니 OS의 성공 여부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중국의 IT 전략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자국 기업들이 중국 본토를 넘어 유럽, 중동 그리고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나머지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샤오미 등이 하모니 OS로 무리하게 변경한다면,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점유율이 즉각적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럽,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의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투입했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


지난 9일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열린 ‘2019 화웨이개발자콘퍼런스(HDC)’에서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독자 OS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열린 ‘2019 화웨이개발자콘퍼런스(HDC)’에서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독자 OS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구글 그늘 벗어난 OS 독립은 아직 먼 일

화웨이의 독자 OS가 결국 안드로이드 진영의 영향력을 급격히 약화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은 중국 기업들의 높은 점유율을 근거로 한다. 화웨이에 대한 구글의 서비스 중단 조치가 오히려 화웨이 등 중국 모바일 업체들의 안드로이드 진영 이탈을 유발할 것이고, 이는 결국 구글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화웨이는 독자 OS를 발표하면서 모바일 OS로서의 비전이나, 안드로이드 OS의 대체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피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리처드 유 CEO는 “화웨이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안드로이드”라는 말도 덧붙였는데, 이는 미국 제재에 대한 준비된 대책이 있음을 자신 있게 피력하던 지난 모습과 매우 대조적이다.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OS 갈라파고스를 만들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영향력을 조금이나마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하모니 OS가 하나의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원하는 바를 중국 스스로 실현하는 꼴이라는 점을 화웨이 그리고 중국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국이 안드로이드 OS와 구글의 영향력으로부터 완벽히 벗어나는 것은 여전히 요원하다. 하모니 OS, 안드로이드 사용 금지라는 거대한 홍수에 대항할 화웨이의 노아의 방주는 함부로 오를 수도 없고 그 용도로는 올라서도 안 될, 아직 건조도 채 끝나지 않은 전시용 배에 불과하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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