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스쿨 교수, IMF 학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FRB 이코노미스트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스쿨 교수, IMF 학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FRB 이코노미스트

‘치킨 게임’에서는 두 사람이 양쪽에서 차를 몰고 서로 돌진하며, 먼저 핸들을 꺾어서 피하는 쪽이 겁쟁이가 돼 게임에서 지게 된다. 한쪽이 회피하고 한쪽이 돌진하면 돌진한 쪽이 이긴다. 둘 다 회피하면 둘 다 머쓱해지면서 무승부가 된다. 둘 다 돌진하면 서로 차량이 충돌해 둘 다 죽을 것이다. 과거에 이런 시나리오는 강대국 경쟁자들이 제기하는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연구됐다. 예를 들어, 쿠바 미사일 위기의 경우 소련과 미국의 지도자들은 체면을 구기느냐, 재앙적인 충돌을 감수하느냐의 선택에 직면했다. 문제는 항상 당사자들이 타협할 수 있느냐다.

현재 세계 경제에는 몇 개의 치킨 게임이 있다. 각각의 경우 타협하지 못하면 충돌로 이어질 것이고, 그러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과 기술에 대한 경쟁이다. 두 번째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다. 세 번째로 유럽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EU) 사이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벼랑 끝 전술이 고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가 있는데, ① 오는 27일(이하 현지시각) 대선에서 좌파이자 페론주의자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의 승리 가능성이 있어 구제금융을 제공한 국제통화기금(IMF)과 충돌할 수 있다.

첫 번째 경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면적인 무역·기술·통화 전쟁이 현재의 제조업·무역·투자 침체를 가져오고 이는 서비스업과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미국과 세계 경제를 심각한 불황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은 유가를 1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촉발할 것이다.

브렉시트가 실행되면 그 자체로 세계 경제 침체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유럽 경제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다른 나라로 그 영향이 파급될 것이다. 무역에서 EU가 영국에 의존하는 것보다 영국이 EU에 훨씬 더 의존하기 때문에, ②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에 심각한 경제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유로존은 이미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으며, 제조업 경기도 좋지 않다. 경기 침체에 가까워지고 있는 네덜란드·벨기에·아일랜드·독일은 사실 영국이라는 수출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때문에 유로존의 수출 등이 악화한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브렉시트 논란은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에 새로운 세관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수천 대의 트럭과 승용차들이 줄 서 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 게다가 유럽의 경기 침체는 세계 경제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하시킬 것이다. 어쩌면 위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 심지어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너무 급격히 하락한다면, 새로운 통화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세계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좌파 후보인 페르난데스가 오는 27일 대선에서 당선돼 570억달러 규모의 IMF 구제금융 계획을 무산시킨다면, 아르헨티나는 2001년 채무 불이행 사태와 외환위기를 반복할 수 있다. 이는 신흥시장으로부터 자금 이탈을 불러올 수 있으며 터키·베네수엘라·파키스탄·레바논에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중국·브라질·멕시코·에콰도르에도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네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양측은 체면 차리기를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재선 도전 전에 경제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과 협상을 원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협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도 치킨 게임의 패자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 국내 정치적 지위가 흔들리고 상대방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말까지 협상이 없으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나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유사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핵 합의를 폐기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이란을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을 치를 수 없다는 것과 그로 인해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역내 도발 수위를 높였다. 게다가 이란은 일부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진 찍는 기회를 주는 협상에 나서기를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영감받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순진하게도 EU에 대해 하드 브렉시트로 위협함으로써 전임자가 확보한 협상안보다 더 나은 브렉시트 방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③ 의회가 하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존슨 총리는 한꺼번에 ④ 두 가지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 EU와 타협 시한이 10월 31일이지만 사실상 하드 브렉시트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양쪽 모두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좌파 후보인 페르난데스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하며, 현 마크리 대통령과 IMF가 모든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IMF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다음 번에 지원할 예정인 54억달러를 보류한다면 아르헨티나는 금융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역시 아르헨티나의 대외 부채 570억달러를 갚지 않는 디폴트(상환 불능) 카드를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IMF 역시 골치가 아프다. 다른 경우처럼 체면을 살려주는 타협이 모두에게 더 좋지만, 충돌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타협하려면 앙쪽 모두 절제해야 하지만, 치킨 게임의 논리에서는 미친 행동을 해야 이익이라는 점이다. 내가 핸들을 제거해버려 선택의 여지없이 계속 돌진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반대쪽은 핸들을 꺾어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쪽이 모두 핸들을 제거해 버렸다면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좋은 뉴스는 위의 네 가지 시나리오에서 양측이 여전히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고 있거나, 어떤 체면치레 조건에서는 대화에 열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쁜 뉴스는 양측이 여전히 어떤 합의와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일부는 치킨 게임에서 패배하는 것보다 충돌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미래는 어느 쪽이든 흘러갈 수 있는 네 가지 게임에 달려 있다.


Tip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위기로 지난해 IMF와 570억달러 구제금융에 합의했고 이 중 440억달러가 지급됐다. 상환은 오는 2021년 시작된다. 좌파 진영의 페르난데스 후보는 아르헨티나의 경기 침체, 높은 인플레이션율, 자본 유출은 IMF가 요구한 긴축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IMF와 구제금융 재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영국이 EU 체제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것을 뜻한다. EU는 탈퇴하지만 일정 분담금을 내면서 단일 시장 내의 지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영국 하원은 9월 3일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 저지를 위한 1단계 절차인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328표와 반대 301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힐러리 벤 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가 10월 19일까지 EU와 브렉시트 재협상에 실패할 경우 내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도록 강제한다는 내용이다. 존슨 총리는 의회가 브렉시트 연기를 강제하는 투표를 할 경우 브렉시트 교착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총선뿐이라고 밝혔다. 법안 통과에 따라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관련 안건을 발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원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을 경우 영국은 10월 14일 총선을 치러야 한다.

존슨 총리가 EU와 브렉시트 협상에서 충돌하고 있고 하원 국회의원들과도 충돌하고 있다는 의미다.

누리엘 루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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