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용
일러스트 : 양승용

2017년 초 미국 뉴욕의 어느 ‘유니콘’ 기업 본사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찾아왔다. 원래 2시간 동안 회사를 둘러보며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이 회사에 투자하는 조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 시간 반이나 늦게 도착한 손 회장은 유니콘 CEO를 만나자마자 시계를 보며 “미안하지만 12분밖에 없다”고 했다.

손 회장은 정확히 12분 뒤 회사를 떠나면서 CEO에게 자신의 차에 동승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손 회장은 회사에 대한 설명을 거의 듣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아이패드를 꺼내들고는 비전펀드의 투자 조건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회사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 합의를 토대로 소프트뱅크는 44억달러를 투자했다. 기업 가치는 200억달러로 평가했다. 소프트뱅크는 올 초에도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기업 가치 평가액을 470억달러로 더 높였다. 유니콘 기업 중 최상위권이었다.

손 회장으로부터 손쉽게 거액을 투자받은 기업이 바로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WeWork)다. 2010년 설립된 위워크는 건물을 층(層) 단위로 빌린 뒤 이를 쪼개서 스타트업 등에 재임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과 함께 공유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111개 도시에서 500여 개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위워크는 단지 칸막이 쳐진 업무공간만 빌려주는 기업이 아니다. 회사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우리’ ‘협업’ ‘공동체’를 특히 강조한다. 입주사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위워크의 특징이고 강점이다. 대기업들도 이를 높이 평가해 위워크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위워크의 공동체 문화는 공동 창업자인 애덤 노이만과 미겔 매켈비의 출신 배경과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 출신인 노이만은 어렸을 때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살았다. 키부츠는 집단노동, 공동소유의 사회주의적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곳이다. 아이들도 부모와 떨어져 공동생활을 한다. 미국 오리건주 출신인 매켈비는 다섯 명의 싱글맘들이 여섯 명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환경에서 자랐다. 노이만은 위워크의 특징과 관련해 “이스라엘에서 느꼈던 유대감과 소속감을 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동체 문화가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위워크는 창업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지만 ‘속 빈 강정’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18억달러인데 손실이 19억달러였다. 1달러를 벌기 위해 2달러를 쓰는 식이었다. 올해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영향이 컸다. 여기다 경기가 나빠져 공실이 발생해도 위워크는 장기계약을 한 건물에 계속 임대료를 내야 하는 등 비즈니스모델 자체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

IPO를 위한 상장서류를 제출한 이후 위워크의 수익성과 지배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본격 제기됐다. 470억달러로 평가됐던 기업가치는 150억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결국 9월로 예정됐던 상장이 일단 연기됐다.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즉흥적 투자 방식과 실리콘밸리 성공 공식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창업자 노이만이 퇴진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공유 경제 기업의 가치평가 뻥튀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유 자동차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를 비롯해 근래 상장된 공유경제 기업들은 대부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줬다. 위워크 사태가 불 난 데 부채질한 꼴이 됐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공유 경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유니콘이 아니라 ‘고깔모자를 쓴 비루먹은 조랑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공유 경제가 위워크 사태를 딛고 다시 각광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기천 조선비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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