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시장은 한마디로 ‘정부와 시장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의 장(場)’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 서울을 필두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세종 등 주요 광역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급등세가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아파트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총 18번에 달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특히 그중에는 초강력 종합규제책으로 알려진 8·2 대책(2017년), 9·13 대책(2018년), 12·16 대책(2019년)이 있다. 정부는 규제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을 때마다 더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기를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2020년 새해 아파트값은 어떨까? 시장을 좌우할 몇 가지 주요 변수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자.


변수 1│대출 규제

첫 번째 변수는 대출 규제다. 9·13 대책과 12·16 대책의 핵심인 대출 규제 강화는 아파트값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아파트의 경우 전액 현금을 주고 매입하기보다는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대출 규제를 강화할수록 시장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9·13 대책 시행으로 서울을 포함한 규제지역 내에서 1주택 이상을 소유한 자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또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등록을 통해 과도한 대출을 받고 이 자금으로 아파트를 사지 못하도록 했다. 게다가 12·16 대책이 발표되면서 무주택자도 시세 9억원 초과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20%로 제한되고, 15억원 초과 시에는 대출이 완전히 차단되므로 이는 향후 거래 활성화 및 가격 상승에 커다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수 2│세금 규제

두 번째 변수는 세금 규제다. 9·13 대책과 12·16 대책에서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를 타깃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 방안이다. 여기에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의 유인책으로 사용했던 각종 세제 혜택(종합부동산세 면제 및 양도소득세 감면)을 사실상 무효화함으로써 1주택 이상자가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더욱이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보유세 부담은 더욱더 가중될 예정이다. 따라서 1주택 이상 보유자가 단기차익을 노리고 추가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세금 규제가 강화될수록 고가주택 및 다주택 소유자의 조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는 가격 상승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12·16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가 2020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주택을 양도할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기로 한 점은 매물 증가로 인한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 3│저금리와 부동자금

다음으로는 기준금리 인하 및 부동자금 증가 변수가 있다. 부동자금 1200조원 시대가 현실화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연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갈등, 내수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경기불황을 우려한 정부의 고육지책이었다. 문제는 가야 할 곳을 잃은 부동자금의 향배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부동자금 1200조원 시대와 맞물려 각종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는 아파트값을 자극하지는 않을까 다소 염려스럽다. 2020년 역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토지보상금 45조원까지 추가로 풀릴 예정이어서 부동자금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이는 아파트값 상승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이 전면 금지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구에서 나온 첫 번째 분양 단지인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의 서울 대치동 견본주택에 몰린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이 전면 금지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구에서 나온 첫 번째 분양 단지인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의 서울 대치동 견본주택에 몰린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변수 4│분양가상한제

네 번째 변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 안정화 방안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시행자의 적정이윤을 보탠 분양가격을 산정한 후 그 가격 이하로만 분양하도록 정한 제도를 말한다.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게 되면 새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어 수요자의 입장에선 대단히 매력적이다. 따라서 인기 지역 및 인기단지 분양아파트는 ‘로또’라는 말이 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지 못한 공급자가 신규 사업을 기피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 2020년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아파트 노후화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받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사업 연기가 매물출회로 이어져 가격 약세가 예상된다. 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연에 따른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을 우려해 준공된 지 10년이 채 안 된 새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20년에도 가격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변수 5│입주 물량

마지막 변수는 입주 물량이다. 경제학의 기본원칙에 따르면 재화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가 만나는 점에서 형성된다. 주택 시장의 경우 공급량은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으로 나뉘는데 이 중 아파트값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입주 물량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아파트 분양 열풍이 입주 물량이라는 결과물로 등장하는 시점은 2018~2021년이다. 실제로 이 기간에 전국 기준 입주 물량은 45만~50만여 가구에 이르는데 이는 예년 평균의 2배를 넘는다.

‘과잉공급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입주 물량이 일시에 몰리면 역전세난으로 전셋값이 급락하고 이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은 필연적이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하나 생겼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시행자(또는 조합)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아파트 신축을 꺼리게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새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게 돼 이로 인한 가격 상승 기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