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시아를 지나 미국과 유럽 등 서양권을 위협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국경을 봉쇄하고 학교와 식당 그리고 상점 문을 닫았다. 독일은 기업을 상대로 세금 납부 연기 등 세제 혜택과 대출 기준 완화, 실업 방지를 위해 단축 근무 확대 시 사회보험 지원 확대 등을 담은 경제 위기 대책을 발표했다. 미국은 외국인 여행객 입국을 제한하는 한편, 의회가 83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3월 15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려 5년 만에 제로 금리로 복귀하자, 주요국 중앙은행은 잇달아 금리 인하 등 돈 풀기에 나섰다. 한국은행 역시 3월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75%로 전격 인하했다. 하지만 유럽의 저명한 경제학자 베르너 진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수요 확대 정책은 역효과가 크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업과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한 재정 조치와 함께 독일식 단축 근무 시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스-베르너 진(Hans-Werner Sinn)뮌헨대 경제학과 교수, Ifo 연구소 소장, ‘독일 경제 어떻게 구할 수 있는가’ 저자
한스-베르너 진(Hans-Werner Sinn)
뮌헨대 경제학과 교수, Ifo 연구소 소장, ‘독일 경제 어떻게 구할 수 있는가’ 저자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은 첫 번째 전투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일본도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경험 덕에 이번 전염병을 몰아내는 데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반면, 유럽과 미국은 지금 막 난공불락의 환상에서 깨어났다. 그 결과 코로나19는 서양권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큰 타격은 입은 서구 국가는 중국과 강력한 경제적 협력 관계에 있던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북부는 이제 새로운 우한(코로나19 최초 발병지인 중국의 대도시)이 됐다. 보건 당국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소매점을 폐쇄하고 나라 전체를 격리하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약국과 식료품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집에 머물라는 지침을 받았고 회사 출근이나 꼭 필요한 쇼핑을 위해서만 공공장소로 나갈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부채(주택담보대출과 이자 등) 상환이 유예됐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가 사라질 때까지 경제 시계를 늦추려는 것이다.

독일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적지만 확진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늘고 있다. 독일 정부는 ① 단축 근무 수당 지원과 함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보증 지원과 법인세 이연을 추진했다. 독일 전역에서 행사는 취소됐고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오스트리아는 일찌감치 이탈리아와 국경을 통제했다. 오스트리아의 학교와 상점 대부분은 문을 닫았다. 초기 느긋한 방식으로 접근했던 프랑스는 이제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학교, 식당, 상점 문을 닫았다. 덴마크와 폴란드, 체코 등은 독일과 국경을 폐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의회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83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② 더 큰 액수의 예산법안이 미 상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 이란에 이어 유럽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막았다.

이번 위기와 관련된 각 정부의 대응이 모두 적절한 것은 아니며 충분히 강력하지도 않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몇몇 국가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려고 조치하지 않고, 바이러스 확산을 늦출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큰 타격을 입은 국가에서 나타난 병실 부족 현상은 예상 가능했는데, 이는 안주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경제 분야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총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전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공급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부적절하다. 사람들은 감염이나 격리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를 자극하면, 마치 ③ 1970년대 오일 쇼크 때처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을 부르고, 잠재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상태)을 이끌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요 확대 조치는 대면 접촉을 부추기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더욱 확산시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점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사실상 전 국민을 자가격리시켰는데, 이탈리아 국민에게 쇼핑하거나 여행하라고 돈을 주는 것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월 1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독일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추가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생필품점을 제외한 상점의 영업 제한과 종교시설의 운영 금지 등이 담겼다. 사진 AFP연합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월 1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독일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추가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생필품점을 제외한 상점의 영업 제한과 종교시설의 운영 금지 등이 담겼다. 사진 AFP연합

역효과만 큰 수요 확대 조치

유동성 지원도 마찬가지다. 명목상 금리가 제로에 가깝거나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은 넘쳐난다. 금리 인하는 주식 시장을 부양할 수 있지만, 이는 현금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이 버블을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염병학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급격한 경제 활동 자제는 주식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실탄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오늘날 거품이 터진 경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기업과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한 재정 조치다. 그래야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이 끝났을 때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정책 입안자는 대출이 필요한 기업을 위해 세금 감면과 공공 보증 등 다양한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축 근무 허용이다. 독일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실업보험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수단이자 불완전 고용에 대한 보상 수단이기도 하다. 실질적인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단축 근무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장점도 있다. 일자리를 지키려는 국가는 독일 정부의 정책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직접적인 조치를 다른 정부가 따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지원 부족 탓에 어려움을 겪어선 안 된다. 병실을 확대하고, 임시 병원을 짓고, 인공호흡기와 보호 장비 그리고 마스크 등을 대량 생산해서 필요한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 당국은 사업장과 공공장소를 소독하기 위한 자원과 자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규모 진단검사는 특히 중요하다. 개인에 대한 진단을 통해 다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감염병에 굴복하는 일은 선택 사항이 될 수 없다.


Tip

원칙적으로 12개월, 최대 24개월에 한해 노동시장의 특이한 사유로 일상적 근로시간을 감축할 때, 생계유지가 가능한 수준의 임금(기존 임금의 60%)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3월 6일(현지시각) 미 의회를 통과한 83억달러 규모의 예산법안에 더해지는 패키지 지원법안으로 3월 18일 미 상원을 통과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자 치료 비용을 지원하고 무료 검사를 시행하며, 자가 격리자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안에는 코로나19로 격리되는 근로자들에게 회사 측이 14일간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하고, 이를 정부의 세제 지원으로 보상하는 안이 담겼다. 또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를 확대하고 근로자 가족과 학생, 노인층 등에 대한 식량·영양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패키지 법안의 재정 지원 규모는 1000억달러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가격을 인상하고 생산을 제한해 세계 각국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원유 수출국 대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었기에 이곳 정세에 따라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오일 쇼크로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기업·가계의 경제 활동도 타격을 받았다. 당시 주요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을 실행했는데,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불경기로 생산성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측면에서 인상 요인이 발생하자 생산은 침체되고, 물가는 상승해 경기 불황이 더욱더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