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청약은 내 집 마련의 지름길이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싸고 9억원을 넘지 않으면 중도금 대출도 비교적 수월하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분양 시장에 자주 눈이 가는 이유다. 8000가구나 되는 서울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나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 분양 시장의 핫이슈다. 하지만 8월부터는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등 대부분 비규제지역에서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청약 시장의 흐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기 지역의 공공택지에서는 의무 거주 요건이나 전매 제한이 길어 청약 전에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용산 정비창 부지, 사용 가능한 통장은

정부는 수도권 공급기반 강화 방안으로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51만여㎡)에 8000가구를 짓기로 했다. 용산 정비창 부지는 2013년 좌초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포함됐던 곳이다. 아파트 8000가구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보다 적지만 잠실동 주공5단지(3930가구)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일반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단지 규모가 매머드급이라도 조합원분을 빼고 나면 일반 분양분은 수백 가구에 불과하다. 그나마 층과 향이 나쁜 비로열층이다. 용산 정비창은 허허벌판에 짓는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단지라 모두 일반인 몫일 뿐만 아니라 로열층도 당첨될 수 있다. 그만큼 일반 청약자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아직 세부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8000가구 가운데 5000~6000가구는 일반 분양, 나머지 2000~3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민편의시설, 업무 상업시설 등이 함께 들어선다.

용산 정비창 도시개발사업은 내년 말 구역 지정, 2023년 말 사업 승인을 거쳐 이르면 2024년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과연 어떤 통장을 사용해야 당첨될 것인가다. 결론적으로 청약예금과 청약저축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부터 도입된 주택청약종합저축(만능통장)은 통장 구분이 없어졌으므로 모두 청약할 수 있다.

정부는 이곳에 절반 정도를 공공주택(공공임대 포함)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민간 분양하는 물량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이 확정되는 단계에 가서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도심 한복판에 대단지 아파트가 공급되는 만큼 청약경쟁률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또의 로또’라는 말도 나온다. 도시개발사업구역으로 개발되는 곳인 만큼 서울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 청약권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이나 경기 거주자 몫으로 돌아갈 물량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청약 1순위는 세대주, 5년 이내 미당첨자,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갖춰야 한다. 다만 서울 지역 장기간 거주자에게 추가로 가점을 주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공공주택 분양 시 사용하는 청약저축은 불입금액 기준으로 1800만원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달 10만원을 불입한다고 가정하면 15년 이상 꼬박꼬박 납입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가입 기간 15년 이상 청약저축 가입자만 서울에 8만7525명에 달한다. 민영주택 청약 시 사용하는 청약예금은 가점 84점 가운데 70점을 넘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4인 가족이 채울 수 있는 최고 가점은 69점이다.

용산 정비창은 시세 차익이 큰 만큼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된다.

입주 후 5년 의무 거주 요건과 10년 전매 제한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의무 거주 요건을 보유 기간에 한 번 거주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완공과 동시에 전입해서 거주해야 한다. 따라서 자금이 모자라 일단 전세를 놓은 뒤 2년 뒤 입주하는 전략이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사전에 자금 마련을 꼼꼼히 해야 하는 이유다.


국토교통부가 5월 6일 서울 용산역 철도 정비창 구역에 미니 신도시급인 8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 사진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5월 6일 서울 용산역 철도 정비창 구역에 미니 신도시급인 8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 사진 연합뉴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언제 하나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의 하나로 건설되는 3기 신도시에서 내년 하반기에 사전청약을 받는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공급 당시 활용했던 ‘사전청약’ 제도가 부활하는 것이다. 3기 신도시 가운데 하남 교산과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과천, 인천 계양 신도시 등이 대상이다.

사전청약은 본청약에 앞서 1~2년 전에 예약하는 방식이다. 해당 아파트의 사업승인 이전에 아파트 물량 일부를 사전청약자에게 공급하고 본청약 때 먼저 계약할 권리를 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전청약 당첨자는 본청약까지 자격을 유지하면 100% 당첨된다”고 밝혔다. 정확한 분양가는 본청약 시 확정된다.

정부는 사전청약자가 본청약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 계획, 토지 보상 등 일정 절차가 완료된 곳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다. 사전청약 물량은 약 9000가구다. 구체적인 아파트 단지는 사업 추진 상황 등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중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입주자 모집 계획, 관심 지구 알림 서비스 등이 포함된 모바일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연내 개설할 예정이다.

정부가 사전청약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30만 가구를 조기 분양해 실수요자의 조바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일단 사전청약을 통해 당첨되면 ‘내 집 보유 효과’가 작동해 굳이 기존 주택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대부분 지역 분양권 전매 금지

정부가 7월 말부터 대부분의 수도권 비규제 지역과 지방 광역시에서 전매 제한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분양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대상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 지방 광역시의 도시계획법상 도시 지역의 민간 택지다. 주택의 전매 제한 기간이 기존의 계약 후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강화된다. 사실상 중도에 분양권을 되팔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내용을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는 7월 말 이후에는 분양 시장 자체가 완전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될 것 같다. 그동안 신규 분양 시장과 재고 시장 사이에 점이지대로 존재하던 ‘제3 시장’으로서 분양권 시장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규제에서 제외되는 곳은 경기도에서는 자연보전권역에 포함된 이천·여주·광주·가평·양평과 남양주(화도읍 등)·용인(김량장동 등)·안성(일죽면 등) 일부다. 지방에서 광역시가 아니면서 대도시 지역인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강원 춘천·원주 역시 빠진다.

정부가 이처럼 전매 금지를 확대한 것은 분양 시장 과열이 심상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약에 당첨된 뒤 단기간에 분양권을 되파는 단타 거래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2019년 수도권과 광역시 민간택지에서 당첨자 4명 중 1명이 전매 제한이 끝난 뒤 팔았다. 단기 전매 차익을 겨냥한 수요가 몰리면서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을 기록하는 것은 예사다.

건설사들은 이제 바빠졌다. 비규제 지역에서는 7월 말 이전에 모델하우스를 서둘러 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미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곳은 전매가 금지돼 있어 예정대로 분양을 진행할 것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직방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의 5~8월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13만7698가구다. 이번 정부의 전매 제한 강화 조치를 고려하면 8월 이전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은 청약경쟁률 착시를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이번이 마지막 전매 기회로 생각하고 청약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대거 묻지 마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당첨되더라도 웃돈이 붙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양가 이하에도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청약경쟁률이 높아도 모든 단지가 돈이 되진 않을 수 있다.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따진 뒤 선별 청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