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지난 수년간 쉼 없이 달려온 대한민국 아파트 시장이 정부의 잇따른 초고강도 규제책(6·17 종합대책 및 7·10 보완대책)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실제로 이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000여 건으로 직전 7월 대비 6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KB국민은행이 부동산 중개업소 9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9월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101.5) 대비 5.3포인트 하락한 96.2를 기록해 3개월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선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의미인 반면, 100 아래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아 매수자우위시장으로 분석한다. 기준선 10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은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는 무주택자들과 사정상 갈아타기를 원하는 유주택 실수요자들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는 대세에 편승해 투자해도 아무 문제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뭇 다르다. 이젠 아파트도 잘못 고르면 손해 볼 가능성이 커졌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개별적·선택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왕지사 아파트를 사야 할 입장이라면 호황기에는 시세 상승을 주도하되 불황기에도 시세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프리미엄 아파트, 즉 돈 되는 아파트를 골라야 한다.

프리미엄 아파트는 여타 아파트보다 실수요는 물론 잠재수요가 풍부해 매입한 이후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엄 아파트가 인기가 많고 투자성이 뛰어난 것은 여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입지, 교통, 지형, 층수, 단지 규모, 학군, 편의시설, 브랜드 파워, 조망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리미엄 아파트가 갖추어야 할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프리미엄 아파트가 갖춰야 할 조건을 8가지로 정리했다.


1│입지

수요가 있어야 돈이 모이고 공급이 일어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입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입지는 개발 축과 관련이 깊은데 지금껏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발 축으로 ‘수도권 경부선 축’을 들 수 있다. 서울 강남을 기점으로 판교, 분당, 용인, 수원, 천안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경부선 축’은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흘러가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수도권 철도 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강선은 물론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B·C 3개 노선), 인천·수원발 KTX 등이 새로운 개발 축으로 함께 부상할 것이다.


2│교통여건

교통여건은 크게 도로여건과 철도(전철· 지하철)여건으로 나눌 수 있다. 다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물론 기타 광역 대도시권의 경우에도 교통여건은 지하철(전철)이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통상 이들 지역에서는 역세권 여부가 아파트 가격의 프리미엄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도보를 기준으로 10분 이내(800m 이내) 도달할 수 있으면 역세권으로 분류되는데, 한발 더 나아가 초역세권(도보 5분, 400m 이내), 더블 및 트리플 역세권, 환승역세권은 더욱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하철 개통을 눈앞에 둔 역세권 아파트에는 개통과 함께 큰 폭의 프리미엄이 따라붙는 경향이 있다.


3│단지 규모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단지 규모가 클수록 생활편익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단지 내 상가가 발달하고 생활편익시설들이 골고루 갖춰지기 때문이다. 1000가구 이상이면 좋지만 최소 500가구는 넘어야 한다. 참고로 2019년 9월 25일 이후 사용검사를 신청하는 신축 아파트라면 500가구 이상일 경우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경기 성남시 판교역 초역세권에 있는 아파트 단지. 교통, 편의시설, 학군 입지가 모두 좋다. 사진 동판교랜드공인중개사
경기 성남시 판교역 초역세권에 있는 아파트 단지. 교통, 편의시설, 학군 입지가 모두 좋다. 사진 동판교랜드공인중개사

4│지형, 층, 향

지형적으로 평지에 위치하고 진입로가 양호한 아파트는 토지 가치의 상승이 아파트 시세에 반영될 수 있다. 만일 단지 내 경사가 심하면 차 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 위험이 커져 가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저층의 경우 차량의 출입 등으로 소음에 취약하고 도난 등에도 취약함에 따라 실수요 부족을 초래할 수 있어 환금성 측면에서 다소 불리하다. 반면 고층일수록 조망권 확보가 가능해 로열층 대접을 받는다. 한편 향의 경우 대체로 남향, 동향, 서향, 북향순으로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으로 남향이 선호되는 이유는 빛이 잘 들고 통풍이 원활해 난방비, 빨래 건조 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5│조망권

산이나 강, 하천, 공원 등 조망권은 웰빙을 중요시하는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설령 같은 단지라도 조망이 좋으면 아파트 가격에 적지 않은 프리미엄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강 조망권이 확보된 아파트나 공원조망이 가능한 아파트의 경우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6│학군

좁은 국토에 수많은 인구가 사는 대한민국의 태생적 한계를 생각해 볼 때 가장 확실한 경쟁력은 교육을 통해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아파트를 선택할 때 학군을 매우 중요시한다. 물론 명문학교들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차선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인접한 아파트도 좋다. 다만 근래 들어 학군 개념이 명문학교로 한정되기보다는 대치동, 중계동, 목동, 평촌 등과 같이 유명 사설학원이 밀집한 지역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당연히 이들 지역에 소재한 아파트는 학군 프리미엄이 반영된 시세를 갖게 된다.


7│아파트 브랜드 파워

동일한 지역의 비슷한 단지 규모라면 아파트 브랜드가 프리미엄을 형성해 시세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최상위 5위권에 속하는 대기업 건설 회사 아파트 브랜드라면 좋겠지만 대전, 인천, 파주 등 특정 지역에서 통하는 중견 건설회사 브랜드도 나쁘지 않다.


8│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 아웃렛 등 편의시설 접근성

대한민국 주부의 소비 패턴이 대형쇼핑시설 등으로 집중되면서 단순히 소비뿐만 아니라 아파트 선호 기준도 변화시켰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언택트 시대가 대세로 자리하면서 비대면 온라인 쇼핑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는 눈에 띄게 약화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