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헨리 포드는 1910년대 독특한 방식의 경영 혁신을 단행했다. 경영학 교과서에 소개되는 가장 유명한 그의 기여는 분업 체계 도입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은 근로 시간 단축이다. 헨리 포드는 공장 근로자의 일일 근무 시간을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 6일 근무제를 주 5일 근무제로 전환했다. 그래도 급여는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당 2.3달러였던 급여를 시간당 5달러로 인상해 두 배 넘는 임금을 지급했다. 엄청난 고비용 구조를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을 보고 머지않아 공장 문을 닫을 것이라고 주위에서는 수군댔다. 그런데 그의 공장은 오히려 더 번창했다. 초기의 주 54시간 근로제에서 주 40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줄였는데도 생산은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제품 불량률이 떨어지고 다른 비용이 절약됐다. 근로자들이 헨리 포드 공장에서 일하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더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일했기 때문이었다.

헨리 포드는 근로자에게 여유 시간과 높은 소득을 주는 것이 소비 활성화를 가져와 기업과 경제 전체에 유익이 된다고 생각했다. 헨리 포드의 혁신 사례는 미국 사회 전반에 근로 시간을 줄이는 계기를 제공했고, 근로자의 소득 제고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혁신은 포드 회사의 성장과 더불어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금 미국 사회는 헨리 포드의 시대와 달라졌다. 세계화로 미국 기업들이 더는 국내 수요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 근로자에게 더 높은 임금과 여유 시간을 주려고 하는 경영자는 주주들의 비판을 받아서 오히려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 경쟁 기업보다 생산성이 높지 않으면 망하거나 기업 사냥꾼에게 기업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 많은 경영자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생산공장을 임금이 낮은 신흥국으로 옮겼고,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

경영 효율화로 자본가의 이윤이 높아지고 부가 증가했지만, 근로자는 소득이 낮아지고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중산층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로 나간 일자리를 되찾아와 백인 중산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을 선거 캠페인에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 시장이 막히자 국내 시장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 정도로 전망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다른 나라의 봉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수출 감소가 경제 성장을 하락시킨 주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출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3%, 3분기에는 -3.2%를 기록했다. 한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중에도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봉쇄 조치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만 시행해, 국내 소비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았다. 그러나 국내 소비의 비중도 작아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국내 민간 소비 늘릴 혁신적 대책 필요

우리나라의 높은 수출 의존도는 뿌리가 깊다. 1960년대 경제 성장 초기 국내 구매력 부족으로 수출을 통한 해외 구매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수출 경쟁력 유지가 기업이나 국가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1인당 소득 3만달러가 넘는 지금도 GDP에서 국내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48%에 불과하다. 글로벌라이제이션(국제화)의 심화로 국내에서도 일반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하고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민간 소비 위축을 더 가속할 전망이다. 수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천수답처럼 경제를 해외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생활 안정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헨리 포드와 같은 역발상 혁신으로 국내 소비를 근본적으로 확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주당 근로시간 40시간(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이라도 지켜보자. 교육·의료·주거와 같은 필수 소비 비용을 사회화하는 것도 추진해보자. 민간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도 나라 경제도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