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여진 연세대 경영학,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연세대 경영학,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11월 3일(현지시각)에 진행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가 현지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정책이 그 나라 사회·경제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점에서 미 대선 결과의 파장은 이전 대선들과 비교해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주식시장이 받는 영향도 엄청날 것이다. 미 대선을 지켜보는 시장 참여자가 주의해야 할 포인트를 짚어본다.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현재까지는 대선 승리 가능성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책 공약만 놓고 봤을 때는 바이든의 당선이 주식시장 모멘텀 강화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증세와 규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새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악화한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 증세 등의 규제를 곧장 시행하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바이든 공약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가장 차별성을 보이는 건 친환경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의 국제 환경협약에서 탈퇴하고,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폐기한 바가 있다. 반면 바이든은 장기적인 친환경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청정에너지 중심의 단기 인프라 투자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2035년까지 환경과 청정에너지 산업에 2조달러(약 2269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유럽 그린딜의 10년간 1조유로(약 1343조원) 투자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바이든 당선 시 친환경 정책과 관련 인프라 투자가 활성화된다면, 투자자는 당연히 친환경 관련 기업 주가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 투자 관점에서 매력적인 동네는 유동성이 흐르는 곳이다. 전기차 산업과 신재생 에너지, 신소재 개발 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무역 정책을 짚어보면, 많은 전문가가 바이든 역시 큰 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미·중 관계도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바이든의 대중국 압박 수단이 트럼프처럼 관세 폭탄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은 아시아 증시에 희소식이다. 특히 중국 증시가 반응할 수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색채를 고려할 때 바이든 당선은 규제에 민감한 은행과 전통 에너지 업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볼커룰(금융기관의 위험 투자를 제한하고 대형화를 억제하는 규제)과 같은 은행 규제와 환경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 하원에서 주장하는 빅테크 기업 규제안(페이스북·알파벳 등 거대 IT 기업의 경쟁사 인수 제한, 자사주 매입 제한, 기업 분할 등)에 대해서도 바이든이 일부 찬성 뜻을 표명했다는 점을 투자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 모두 해당 섹터 주가 흐름에 악영향을 줄 만한 이슈다.

바이든이 승리한다고 해도 의회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책 실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건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대통령 당선 결과만 체크해선 안 되는 이유다. 현재까지 지지율 현황을 살펴보면 상원은 접전, 하원은 민주당 우세가 예상된다.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이 엇갈린다면 집권당 정책은 번번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받는 영향은 어떨까. 만약 바이든이 승리한다고 해도 그것이 국내 증시의 방향성 자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시장 주도 업종과 비(非)주도 업종 간 차이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 증시는 미 대선 판도를 관망하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데,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는 주도 업종과 주도 종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0월 1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10월 1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미 대선 후 개인 수급 주시해야

또 하나 투자자가 유념해야 할 부분은 11월 미 대선 이후 한국 증시의 수급이다. 올해는 ‘동학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 하단을 지지하며 시장 방어 역할을 했다. 저금리 여건에서 유동성 공급이 풍부해지며 개인의 증시 참여가 활발했던 건데, 최근 정부가 은행권 신용대출 감축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또 상장 주식의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하는 세법 개정안 입법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의 연말 대규모 주식 매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 개인의 수급 영향력이 커졌다는 건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일부 개인 자금의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보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개인투자자의 연말 순매도가 반드시 증시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과거 네 번의 대주주 요건 하향 시점을 살펴보면, 연말 증시가 하락했던 적은 두 번이었다. 투자자는 미 대선 이후 외국인과 기관 그리고 개인의 수급 흐름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무척 어렵다. 그 결과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상하는 건 더 어렵다. 생각해보면 4년 전에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정책 불확실성을 키워 주식시장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당시 주식시장은 오히려 크게 상승해 이런 관측을 머쓱하게 했다.

분명한 건 2020년 미 대선 결과가 명확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미 대선 직전에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부진했고, 선거 직후 미국과 한국 증시 모두 상승 전환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미국 대선은 호재라고도 볼 수 있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물론 판단과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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