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업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전임상시험부터 4상까지 이어지는 임상시험의 전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업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전임상시험부터 4상까지 이어지는 임상시험의 전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과대학원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서울대 의과대학원 박사, 전 텍사스 주립대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 암생물학부 암전이 및 임상이행연구센터 교수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분야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중 의생명과학자, 투자자, 아니면 단순히 흥미를 느낀 일반인이든, 모두가 가장 궁금해할 만한 주제가 임상시험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임상시험이 성공인가, 실패인가” “1차 지표를 달성 못 했다는데 왜 실패라고 하지 않는가” “임상 2상에서 지표의 달성이 분명하지 않은데 무슨 근거로 임상 3상을 한다고 하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직접 답하기 위해선 임상시험의 전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왔고, 진행되고 있는 항암제를 예로 들어본다.

신약 임상시험은 왜 할까? 간단히 이야기하면 약이 환자에게 듣나, 소위 ‘약발’이 있나 보는 것이다. 아직 치료법이 없는데 효과를 보이는지, 효과는 기존의 치료법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부작용이 적은지 혹은 병용 용법을 써서 현재 사용 중인 치료법보다 더 나은지 등을 판단한다.


전임상시험

전임상시험은 세포나 동물을 이용해 진행된다. 여러 가지 과학적 기법을 동원해서 생체가 아닌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 안에서 새로운 물질이 세포에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그 기전은 무엇인지 연구를 한다. 만일 의미 있는 효과가 확인되면 다음 단계로 동물을 이용하여 생체 내에서도 효과를 보이는지 독성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전임상시험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모두 확신할 수는 없다. 우선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이 있어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고, 동물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독성이 사람에서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0상 임상시험

0상 임상시험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제한된 숫자의 다른 용량을 소수의 환자에게 짧은 기간에 수행한다. 환자에게서 어떤 효능이 관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기대했듯이 약이 종양에 분포되는지 그리고 환자가, 암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경우에 따라 조직 생체검사 등을 비롯한 추가적인 검사를 통해서 분석한다. 의미 있는 효능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이야기하면 0상 임상시험에 들어오는 환자들이 아니라 이어지는 2상, 3상 임상시험에 포함될 환자들이 그 혜택을 받는 것이다.


1상 임상시험

1상 임상시험은 물질이 안전한가를 검증하는 것이고 항암제의 경우 위약군은 포함하지 않는다. 많지 않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의 결과에 근거한 계산에 의해 설정된 몇 가지 다른 용량을 투여해 환자에게 심한 독성을 일으키지 않고 투여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다. 가장 효과적인 투여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물질이 환자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뿐 아니라 환자가 약에 하는 ‘일’인 독성반응, 대사, 배출 등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1상 임상시험은 다양한 종류의 암 환자들을 포함하지만 효율적이고 공격적인 임상시험을 할 때는 목표로 하는 종류의 암 환자군을 설정하는 변형된 1상 임상시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즉 1상 임상시험은 물질의 효능을 관찰하는 연구가 아니지만 일부 효능이 확인되는 경우 이어지는 2상 시험의 디자인과 전략에 반영하기도 한다.


2상 임상시험

새로운 물질이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2상 임상시험을 하는데 새로운 물질이 특정 암에서 효과가 있는지 그 효능을 관찰하는 것이다. 암 덩어리의 완전 혹은 부분 관해(寬解⋅암덩어리를 완전히 없애거나 크기를 줄이는 효과)를 유도하거나, 오랜 기간 암 덩어리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지 등의 관찰을 목표로 한다. 어떤 경우에는 암이 치료된 후 재발하는 기간을 연장하거나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효능으로 판정하기도 한다. 1상 임상시험보다는 많은,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비교가 가능한 숫자의 환자들로 비교 치료군이 설정되며 위약군은 포함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임상 2상에서는 환자들이 동일한 용량의 물질을 투여받지만 최상의 효능과 최소한의 독성 균형을 얻을 수 있는 치료법을 구하기 위하여 다른 용량의 비교 치료군을 설정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임상시험 도중 얻어지는 검체나 영상 이미지의 분석을 통해서 전임상 연구 결과를 검증하고 추가적인 기전이나 새로운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들을 발굴할 수도 있고 물질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하기도 하여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기획하고 반영할 수도 있다. 2상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효능이 확인되고 독성이 심하지 않고 통제가 가능하거나 환자들이 견딜 수 있는 것이 확인되면 3상 임상시험으로 이어진다.


3상 임상시험

3상 임상시험은 기존 치료제와 새로운 물질의 효능과 독성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비교하는 것이다. 효능의 비교를 위한 임상시험의 디자인과 비교 치료 환자군의 설정은 기존 치료법에 비해 우월한지 열등한지를 밝힐 수 있게 한다. 의사들은 어느 치료법이 우월한지 모르기 때문에 환자들은 무작위로 비교치료군에 배정이 된다. 가능하다면 보다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결과 분석을 위해 이 중 맹검 연구로 디자인된다. 즉, 의사들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들이 자신들이 투여하거나 투여받는 물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된다.

2상 연구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환자들이 포함되며 다기관, 다국적 연구로 더 긴 기간 에 수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백,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되는 연구인 만큼 그 디자인과 도출되는 데이터의 분석에 복잡하고 발전된 기법이 사용된다. 물질의 특성과 장점을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의 설정과 추가 하위 분석이 이뤄진다. 위약군이 설정되기도 하지만 기존 치료법이 있다면 비교군으로 사용한다. 효능과 독성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분석이 이뤄지는데 만일 효능이나 독성이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도중에 임상시험의 중단 권고와 함께 취소된다. 3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설정된 지표를 달성하는 유의미한 효능과 안전성 그리고 기존 치료법과의 비교 결과가 유의미하게 확인되면 최종적인 승인 절차를 거쳐서 승인되어 제품의 처방과 판매가 이뤄진다.


4상 임상시험

마지막으로 4상 임상시험이 있다. 최종 승인되어 처방과 판매가 이뤄지는 물질에 대해서도 여전히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임상시험 후에도 확인하지 못한 효능이나 독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암이 재발하는 기간을 연장하는 이유로 승인을 해준 물질에 대하여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은 “정말로 이 물질로 치료받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연장되는가?” “혹시 임상시험이 수행된 기간보다 길게 물질을 투약받았을 때만 나타나는 독성은 없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훨씬 오랜 기간의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할 수 있고 이것이 4상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이유와 목적이다. 1~3상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안전성과 효능을 감안하면 4상 임상시험은 상대적으로 안전에 대한 부담이 제일 작고 효능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갖고 수행된다. 그리고 임상시험 도중 치료법의 다른 혜택과 비용 대비 효율성 등 다양한 추가 분석을 할 수 있다.

김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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