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 시장은 우리 기업에 분명 매우 중요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은 오래전부터 거의 포기한 시장이 됐고, 중국 시장은 하나씩 버리는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류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만 해도 대기업들은 일본 시장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구매 시장으로서의 역할만 부여하고 있다. 또 중국 시장은 정치 문제와 엮이면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은 한국과 함께 동북아 시장을 구성하고 있고, 일본은 미국·서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관문이다. 특히 중국은 동남아·인도 및 동유럽 등 신흥 성장시장으로 진출하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일본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미국·서유럽·인도·동남아 등과 같은 시장을 공략하는 것보다 우리에게는 일본과 중국 시장을 파고드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그런데 왜 우리 기업은 일본과 중국 시장을 기피하고 이제는 포기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일본 시장의 폐쇄성 그리고 일본 소비자의 자국 제품에 대한 무한한 사랑도 있지만 우리 제품이 일본 제품과 비교해 볼 때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경우 그동안 원가절감을 위한 생산기지로만 여기고 있었는데, 중국 내 인건비가 상승하고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면서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日·中 시장 포기는 세계 시장 포기와 같아

그러나 일본과 중국은 우리에게 향후 더욱 중요한 시장으로 부각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기업이 지난 20년간 경쟁력을 가졌던 신흥 성장시장에서 일본·중국 기업과 격돌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포기한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면 신흥 성장시장은 더 이상 우리의 텃밭이 될 수 없다. 즉 일본과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세계 시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일본과 중국 시장을 향한 재진출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 시장에 재진출하기 위해서 한국 기업은 무엇보다 일본과 중국 시장에 필요한 기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일본과 중국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물론,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또 현지기업과의 협력은 물론 현지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1억3000만명의 일본 시장 그리고 13억명의 중국 시장에 제대로 진출한다면 우리 기업은 선진시장은 물론, 신흥 성장시장을 이끌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우리에게 보배 같은 양대 시장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힘들다고 버리고 있다.

일본과 중국 시장이 우리 기업의 지속성장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양대 시장에 대한 깊이 있고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기업은 양대 거대시장에 대한 전문가 양성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는 당장 수익이 창출되지 않더라도 다시 한번 일본과 중국 시장에 거점을 세워 이를 통해 양대 시장을 위한 생생한 학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 분석을 통한 철저한 현지화, 유통 및 물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지기업과의 협력, 글로벌한 기업 이미지를 통한 접근 전략 등이 필요하다.

특히 일본·중국 시장에 대한 마인드도 바꿔야 한다. 일본·중국 시장은 한국 기업이 1등 하는 시장이 아니라 지속 성장의 모멘텀을 주는 전략적 2등이나 3등이 되는 시장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 대기업보다는 일본·중국용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중견·중소기업을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네이버의 라인(LINE)이 현지화를 통해 일본 시장을 장악한 것은 우리 기업의 일본 진출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아모레 퍼시픽의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성장도 우리 전문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잡을 기회가 아직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정치적으로 일본·중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양대 시장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일본과 중국을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