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두 전직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역사의 비극을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소위 87년 체제의 헌법을 개정해서 반복되는 비극을 막아 보자는 것이 개헌에 관한 최소한의 공감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권력구조의 개편과는 무관하고 우리나라의 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갈 위험한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우선 촛불시위에 의한 탄핵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촛불혁명의 정부’를 자임해 왔고, 정상회담에서마저 그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소위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소환제도를 확대하고 국민의 직접 입법청원권을 헌법적 권리로 부여하겠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류의 역사는 직접민주주의 위험으로 인해 정당정치에 입각한 대의민주주의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광장의 분노와 감정이 아니라 의사당의 토론과 전문가의 식견이 결합돼야 나라가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

직접민주주의의 위험은 청와대의 국민청원에서 이미 목격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김보름 선수에 대한 징계 청원이 60만 명이 넘었다. 김보름 선수는 올림픽 메달을 따고도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이 구속수사 또는 처벌하라는 청원이 넘쳐나고 있다.

한국 정치의 실패는 직접민주주의의 부족이 아니라 정당정치 안착의 실패에 기인하는 것임에도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환제도도 낙후된 정당정치 문화에서 정적에 대한 공격의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을 갖고 있다. 이미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정치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단이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는 인류의 정치발전사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안으로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추락하고 있는 경제자유도

문재인 정부 1년은 국제기구의 일관된 권고완 정반대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더해 왔다. 그 결과 2월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급감하고, 청년실업의 증가 추세는 오히려 심화됐다. 헤리티지 재단이 평가하는 경제자유도는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27위로 추락했다. 그사이 일본은 40위에서 30위로 경제자유도가 올랐다. 이 평가에서 경제자유도와 관련이 적다는 재정건정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는 29위로 일본의 19위와 비교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는 이유가 설명된다. 우리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지칭되던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경제적 자유에서 선두에 있다. 그 결과 이들 국가들이 이미 국민 실질소득에서 일본을 추월한 것만 보아도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국민 기본권의 확대라고 포장된 수많은 새로운 헌법적 권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권과 성격을 달리한다. 인류가 역사적 투쟁을 통해 확보해 온 기본권은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즉 국가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수많은 권리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즉 국가 권력의 확대와 시장 통제를 선언하는 것들이다. 이는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의 국민 의식주를 국가가 보장하라는 보상국가주의 사상에 입각한 것이다. 이는 경제 자유도의 질식으로 이끈다. 이들 보상국가주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파국을 맞고 있는 점이 이를 시사해 준다. 인간의 행복은 보상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통해서도 얻는다는 사실을 지금 정부는 망각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토지공개념은 그러한 사상에 따라 부동산이 관리되고 있는 북한과 중국을 보면 그 반역사성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은 경제자유도의 급격한 축소를 선언한 사회주의적, 국민을 빈곤으로 몰고 갈 보상국가주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큰 정부가 번영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든 경우는 역사상 없었다. 희망 사항을 헌법에 모두 열거하는 순간 그 반대의 역설이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