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 수출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사진 블룸버그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을 제재하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2일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나 강제 기술 이전 때문에 매년 미국이 입는 경제적 손실이 500억달러에 달한다는 추정을 기반으로 한 결정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3월 8일 중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런 분쟁이 세계 무역 체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겁에 질려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감을 악화시키는 더 큰 문제는 미국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트럼프의 세제 개혁 법안이다. 세제 개혁 법안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이 앞으로 훨씬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세제 개혁 법안은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 정부의 적자를 최소 1조달러, 최대 2조달러까지 늘릴 수 있다. 이는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민간 부문에서 저축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인다고 상쇄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문제가 중국과의 무역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봐야 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투자에서 민간부문과 정부의 저축을 뺀 금액이기 때문에 정부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도 앞으로 10년간 최대 2조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당연히 미국의 무역 적자도 더 늘 것이 분명하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는 적자 규모는 연간 500억~100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미국 정치인들은 비난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국이 그 희생양이 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을 위한 승리’라고 묘사한 새로운 미국의 세제 개혁 법안이 더욱 심각한 통상 마찰의 형태로 미국인들에게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세제 개혁 법안과 미국 무역 적자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분명히 말하자면, 중국에 지식재산권을 확실하게 지키라고 요구하는 건 정당한 일이다. 중국에서 특허권과 상표권 침해가 많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에너지 산업과 통신 산업을 포함한 몇몇 분야에서 중국은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외국 기업들에 그들의 기술을 공개하도록 압박했다. 중국의 파트너사와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런 관행은 양자협상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소송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력해지면 중국 기업들도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외국 기업이 혁신을 제공하고 중국 기업은 외국의 혁신을 모방하기만 했다.

지식재산권 보호는 중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일방통행적인 성격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 많은 중국 기업이 혁신을 하고 있고,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특허를 취득하고 있다. 텐센트나 DJI,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만큼이나 혁신적이고, 중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중국 정부가 지식재산권 보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로 하여금 기술을 이전하도록 강요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고, 중국 기업도 지식재산권 보호의 혜택을 누리려고 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손쉽게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협상이 쉬울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선,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정책이 인건비 상승에 따른 필연적인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중국의 인건비는 이제 인도나 방글라데시, 베트남보다 높아졌다. (생산성 유지를 위해) 중국 기업들은 보다 정교한 기술을 개발해서 생산에 활용해야 한다. 게다가 미국이 첨단 기술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기술 개발에 더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진보하는 건 미국 기업 입장에서 달가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보잉이나 캐터필러, 제너럴일렉트릭, 시스코 같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대해 온건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 기업은 스스로를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저렴한 인건비의 수혜자로 여겼다. 하지만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들 기업은 중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중국 기업을 경쟁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중국 지식재산권 강화, 모두에게 이익

이런 경쟁 구도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이전을 더 많이 제한할수록, 중국 기업은 기술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중국 기업이 더 많은 기술 혁신을 할수록, 미국 기업은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반감을 가지고 막으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악순환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무역 분쟁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데 성공한다면 지식재산권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중국에서 지식재산권을 강화하는 건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 기업 모두에게 말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미국의 무역 적자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이런 노력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중국의 무역 흑자와 미국의 무역 적자는 궁극적으로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을 반영한다.

미국과 중국이 고려하고 있는 무역구제책은 두 나라 사이의 무역 불균형을 줄일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나머지 세계에는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에는 미국과 중국의 기업,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 웨이샹진(魏尙進)
UC 버클리 경제학 박사, 하버드대 부교수,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