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치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극단적인 저축률 차이로 내년에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사진 : 블룸버그>
로치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극단적인 저축률 차이로 내년에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사진 : 블룸버그>

2018년 세계 경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의 경기 침체 끝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견고하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 특정 국가가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물가상승은 거의 없다. 금융 시장에도 활기가 넘치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황기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경제 분석가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 대한 안일한 태도는 내년에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중국 무역 전쟁, 비트코인으로 촉발된 자산 붕괴 등 시장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가 한 가지만 발생해도,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세계 경제는 현재 세 가지 메가 트렌드에 기반하고 있다.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 자산 성장에 따른 실물 경제, 불안정화 가능성이 있는 저축 간 차익 거래 등이다. 이 중 한 개 이상은 2018년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불행은 이미 예고됐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 이전(2003~2007년)에 저지른 실수를 반복해왔다. 과도한 통화 팽창 정책을 지나치게 오랜 기간 유지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없는 세상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하겠다는 헛수고를 지속해온 통화정책은 금리 정상화를 너무 오래 미뤄왔다.

결국 각국 중앙은행들은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시작했지만, 마지못해 실행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중앙은행들은 이번 정상화 조치가 2000년대 중반의 정상화 조치보다 더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부풀려져

슬프게도 과거에 없던 변수까지 나타났다. 중앙은행들의 부풀려진 대차대조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과 같은 주요 선진국 경제에서 중앙은행의 총자산 보유액은 8조3000억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명목 GDP는 겨우 2조1000억달러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6조2000억달러 규모로 초과된 유동성이 전 세계 자산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실물 경제는 왜곡된 자산 가격에 의해 지탱되어 왔을 뿐이다. 아울러, 더딘 정상화는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는 결과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지금의 ‘자산 의존형 경제’는 결국 다시 위기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부풀려진 대차대조표로 발생할 위기는 10년 전의 경제 위기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미국이 특히 그렇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31.3으로, 서브프라임 위기 직전인 2007년 중반 때보다 15% 더 높다. 오늘날보다 주가수익비율이 높았던 것은 135년 이상의 기간 동안 사실상 1929년과 2000년으로 두 번뿐이다. 2000년과 2008년 두 번의 경험으로 볼 때, 고평가된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극단적인 저축 분배의 차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저축 흡수 단계에 있다. 중국 내 저축률은 2010년 52%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6년에 46%로 내려앉았고 향후 5년간 42%나 그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저축 흑자는 신흥 중산층 소비자들을 지원하는 데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적자국들로 골고루 돈이 유입되지 않는다.

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저축이 필요한 국가인 미국은 재정 부양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국내 저축률은 17%에 불과하다. 공급을 중시하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국가 저축률을 더 낮추고 있다.

현재의 고평가된 금융 시장은 세계 최대의 흑자 저축국과 적자 저축국 사이의 차익 거래에 따른 충격으로 인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자산 의존형 실물 경제의 거품이 터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형적인 경제지표만 좋아져

필자는 세계 경제가 2018년 닥칠 도전 과제들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2018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4%포인트 올린 3.7%로 잡았다.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를 긍정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현재 외형적인 지표가 좋아지는 것이 경제 성장의 결과라고 보긴 어렵다. 현재의 경제 모습은 1965년 이전 연간 3.8%로 성장하던 때와는 다르다.

아울러, 2017~2018년 사이의 경제 성장은 2008년 경기 침체 직후 예외적으로 약했던 회복세를 뒤따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회복하는 정도일 뿐, 큰 성장의 모멘텀은 없다는 얘기다.

제대로 된 회복세가 없는 상황은 세계 경제가 최악의 경기 침체기로부터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세계 경제에는 더 이상 위험을 흡수할 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취약하다. 오늘날의 우쭐해하는 장밋빛 경제 전망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덴마크 물리학자 닐 보어가 했던 말이 있다. “예측은 매우 어렵다. 특히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 말이다.” 2018년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하지만 세계 거시 경제 지형에서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있는 현 시점이 절대로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뉴욕대 경제학 박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구원,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


Plus Point

“2018년 세계경제 성장률 4%”
골드만삭스 전망

대형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4%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올해 성장률 전망치였던 3.7%를 최근 상향 조정해 내년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4%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011년 이후 골드만삭스 전망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세가 금융위기 이전 평균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서베이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성장률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바클레이스 역시 현재 글로벌 경기확장이 상당한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어느 한 지역이나 산업, 수요에 과도하게 국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빠른 성장세에도 물가상승률이 급등한 국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4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 다른 투자은행들보다 많은 횟수를 제시했다.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 소시에테제네랄은 내년 글로벌 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완화적인 금융시장 상황과 경기 전망 개선으로 내년 글로벌 성장률이 추세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또 물가상승률이 오르면서 중앙은행도 점차 통화정책 정상화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주요 선진국이 경기 순환 주기에서 서로 다른 단계에 있으나 글로벌 경제가 과열될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글로벌 경제가 지난 10년 중 가장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