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기업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투자·생산·가격·채용 등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데이터를 사람이 수집하고, 분석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산업과 자기 고객에 대한 적은 데이터만을 취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빅데이터 시대에는 기계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때문에 수집·저장·분석 비용이 대폭 감소하고 방대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고객에 대한 이해와 최적화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차량 공유회사 우버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자동차들과 수요자들을 연결시키고,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광군제 기간에 28조원의 매출을 올린 알리바바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을 이해하고 물류를 최적화한다.

그러나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기업이 이렇게 적을까.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73%의 빅데이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쉬쉬하는 빅데이터 활용의 허점은 무엇일까.

첫째, 빅데이터 역량을 갖추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 비용을 감당하려면 수억에서 수백억원을 지출해야 한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인력을 갖추는 비용도 상당하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분석을 해야 하는지 기계에 알려주는 사람이 데이터 과학자인데 그들의 몸값은 엄청나다. 거기다 대부분의 경우 데이터 과학자를 중심으로 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막연한 기대만 갖고 투자해선 안 돼

둘째, 빅데이터가 제공하는 정보가 대부분 기업에는 유용하지 않다. 우버나 아마존처럼 처음부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한 경우는 예외다. 지금까지 적은 데이터만 가지고도 사업을 잘 영위해 온 회사들은 빅데이터에 대한 니즈가 절박하지 않다. 빅데이터보다 더 다급한 경영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나 의료계에서도 빅데이터에 관심을 가지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에 아직 빅데이터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물론 산업 간 차이는 존재한다. 온·오프라인 소매업, 통신, 대형포털들은 빅데이터로부터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 조직도 세무, 치안, 국방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 제조업이나 대부분의 서비스업에서는 아직 소기의 성과가 없다. 빅데이터가 무르익은 산업이 있는가 하면, 적용하기에 이른 산업도 많다. 경영자는 자신의 기업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빅데이터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진 기업들이 많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채 컨설턴트의 장밋빛 전망에 이끌려 빅데이터에 투자하면서 많은 돈을 낭비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크룸홀츠 예일대 교수는 빅데이터를 현미경에 비유한다. 현미경은 엄청난 배수로 대상을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지만 무엇을 봐야 하며, 본 것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하나의 비싼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려면 데이터 과학자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또 마케팅 효율성을 높인다든지, 물류 효율성을 향상시킨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가 기업 생태계에 자리 잡으려면 여러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빅데이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비용이 더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AI)도 지금보다 더 진보해야 한다. 또 각 산업별로 어떠한 데이터를 통합해야 하며 어떠한 분석을 해야 가치가 창출되는지에 대한 지식이 축적돼야 한다. 빅데이터가 자리를 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은 빅데이터 발전을 가까이서 모니터링 하되 섣불리 뛰어들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