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 <사진 :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 <사진 : 소프트뱅크>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현재 산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상식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기술 발전에 따른 자동화는 좋은 일이다. 인간이 해야 하는 업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사람들은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만, 운전 기사와 택시 운전사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공포로 느껴질 수 있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로봇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 노동력에 최신 기계를 더하면,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난다. 그러면 노동자는 선택권을 갖게 된다. 예전과 같은 임금을 받으며 적게 일하거나 혹은 똑같은 시간을 일하면서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인간 일자리 중 30% 자동화

아울러 기존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다양하고 많은 상품을 같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생활 수준은 지속적으로 향상할 것이고, 일자리에 대한 손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역사를 되돌아보자. 지난 200년 동안 서양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 결과, 서양에 사는 사람들은 더 많은 여가를 누리고 임금이 늘어나는 혜택을 봤다. 1870년 이후 선진국의 노동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1인당 실질 소득은 5배 증가했다.

현존하는 인간의 직업 중 로봇의 위협을 받는 분야는 실질적으로 얼마나 될까. 리서치업체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가 최근 발표한 조사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국제 경제에서 인간의 일자리 중 50%가 자동화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동향에 따르면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에 따라 2030년까지 최대 30%만 자동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독일의 일자리는 각각 26%, 24% 줄어들 것이고 미국(23%), 중국(16%), 멕시코(13%), 인도(9%) 순서로 일자리가 줄어든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4억~8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현재 없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일부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존에 없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업종이 기계로 대체되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것을 목격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동화에 대해 유별나게 두려워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했고,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도 적었다.

경제학자들은 항상 직업 파괴 흐름은 고용시장에서 더 많은 고용과 더 높은 임금을 결정하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이어진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만약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면, 인류가 모조리 사라져야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맥킨지는 이러한 암울한 결론에 반대한다. 장기적으로 경제는 누구나 원하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조정된다는 얘기다.

맥킨지는 “사회 전체적으로 기계는 위험하거나 비위생적인 업무를 맡게 되고, 인간이 본질적인 인간의 재능을 사용하게 하고,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일단 자동화된 경제로 바뀌는 시간과 범위에 대한 경제학자의 의견은 서로 다르다. 이를 예측하는 데 과거의 경험은 도움이 안 된다. 과거에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기 때문에 노동 시장에 천천히 영향을 줬다. 현재는 기술이 개발되고 확산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혼란도 크다.

맥킨지는 “발전된 경제에서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하자면, 결과적으로 2030년까지 완전고용을 이룰 수 있다. 그렇지만 자동화된 미래로의 이행은 실업률 상승과 임금 상승률 하락을 동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셜 계획’ 수준의 노동자 교육 필요해

이는 정책 입안자에게 딜레마다. 더 빠른 속도로 신기술이 도입될수록,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신기술이 가져오는 혜택도 많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이런 기술들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역동성과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화의 속도와 범위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인간이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마셜 계획’ 수준의 교육과 노동인구 훈련에 대한 거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맥킨지는 “임금은 생산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부(富)는 모두와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최근 경제적 이익의 대부분이 상위 부유층에게만 한정됐다는 사실을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일과 여가 사이의 선택이 어떻게 모두에게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맥킨지는 “자동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거역할 수 없다”고 가정한다. 우리가 한 번 효율적인 세상을 경험한 뒤 비효율적인 체계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고도의 효율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해야 적응할 수 있을까?

철학적으로 어떤 것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다. 기술적인 문제에 도덕적인 논쟁이 혼합되기 때문이다. 기술이 경제를 좌우하는 지금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자동화는 인류에게 좋은 것일까?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소비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인간이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세상은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우리가 이런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맥킨지의 조사 대상이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 전공,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영국 사민당 창당 멤버, 영국 보수당 상원의원, 영국 재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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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계획(Marshall Plan)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수립한 대대적인 경제원조. 미국의 국무장관 조지 마셜(George Marshall)이 제창했기 때문에 ‘마셜계획’이라고 불리며, 정식 명칭은 ‘유럽부흥계획(ERP·European Recovery Program)’이다. 이 계획은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이를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안정된 환경을 이루자는 것이 취지였다.
생산성(Productivity) 생산 과정에서 생산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였는가의 정도를 말하며, 투입된 자원에 비해 산출된 생산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대변하는 척도이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자원을 투입하여 많은 양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되므로 제품에 투입된 자원의 원가는 그만큼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