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4월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는 이틀 연속 강세를 보였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하던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증시 방향성을 예측하긴 아직 이르다. 앞서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했을 때에도 기대감에 증시가 급등했지만, 이후 급락과 회복을 반복해왔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의 대가 로버트 실러 교수는 내러티브와 경제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다. 내러티브란 실화나 허구의 사건을 묘사하고 표현하는 방법이다. 실러 교수는 입소문이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의 믿음과 입소문은 사실이든 허구든 상관없이 경제와 주식시장을 움직인다. 이번 칼럼에서 실러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뿐만 아니라 경제 불황 공포 팬데믹에도 주목하고 있다.
로버트 J. 실러(Robert J. Shiller)미시간대 학사, MIT 경제학 박사,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피싱의 경제학’ 공동 저자
로버트 J. 실러(Robert J. Shiller)
미시간대 학사, MIT 경제학 박사,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피싱의 경제학’ 공동 저자

우리가 마주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한 가지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질병 팬데믹’과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낳은 ‘경제 불황 공포의 팬데믹’ 두 가지다.

두 팬데믹은 서로 영향을 주지만, 현상은 다르다. 경제 불황 공포의 팬데믹은 공포심이 사람들 입을 통해 전해지며 극대화하고 현실화하고 있다.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코로나19가 우리의 평생 저축을 갉아먹을 것이란 이야기에 증시가 급락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달리 경제 불황 공포의 팬데믹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확신이 없다는 것이 불안감의 근원이다.

두 팬데믹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 영향을 미친다. 폐업과 치솟는 실업, 소득 감소는 재정 불안을 부채질한다.

두 팬데믹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수요가 감소하면 그 손실분은 부분적으로 해외로 확산할 뿐 그 나라의 수출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불황은 거의 모든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 불안이 코로나19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질병 팬데믹에 대한 완벽히 논리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불안은 불행히도 논리적이지 않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변화하는 내러티브에 대한 패닉 반응을 통해 퍼지는 경제 불황 공포의 팬데믹은 자기만의 생명력이 있다.

금융 불안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심리학자 폴 슬로비치와 그의 동료들이 ① ‘감정 휴리스틱(affect heuristic)’이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감정적으로 기분이 상할 때는 두려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공포로 반응한다.

윌리엄 괴츠만, 다솔 킴과 함께 작업한 공동 논문에서 지진이 주식시장 급락 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증명했다. 30일 이내, 48㎞(30마일) 이내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주식시장 급락 가능성을 크게 점친다. 감정 휴리스틱이다.

만약 코로나19 치료법이 개발돼 전염병이 수개월 안에 종식될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진다면, 혹은 이 감염병이 1~2년 정도 지속되고 끝날 것이라는 믿음이 퍼진다면 주식시장 장기 투자자들은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주식을 매수하고 기다리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불황 공포의 팬데믹은 질병 팬데믹과 다르게 작용한다. 경제 불황 공포의 팬데믹은 사람들의 자신감 부족, 주가 하락의 현실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적인 반응에 영향을 받는다. 주식시장의 부정적인 거품은 언제 발생할까. 바로 사람들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할 때, 하락을 설명하는 이야기들을 증폭시키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그 후 주가는 그다음 날, 또다시 떨어진다.

주가가 연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보면, 바닥에서 팔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팔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유감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유감과 두려움은 팬데믹 내러티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낸다.


4월 7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한 건물에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란 글귀가 적혀 있다. 워싱턴 D.C.의 확진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사진 블룸버그
4월 7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한 건물에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란 글귀가 적혀 있다. 워싱턴 D.C.의 확진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사진 블룸버그

1918년 스페인 독감에도 증시는 상승세

스페인 독감 당시 미국 주식시장 추이를 보자. 1918년 9~10월 미국인 67만5000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팬데믹 당시 미국 주식시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1918년 9월부터 1919년 7월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탔다.

왜 시장이 폭락하지 않았을까? 한 가지 유력한 설명은 1918년 7~8월 마른전투를 들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마지막 주요 전투였던 제2차 ② 마른전투에서 연합군이 승리하자 종전이 가까워졌다. 전쟁 이야기는 독감 이야기보다 감염성이 더 강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당시 감염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초기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발병은 예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사회보장조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낮았다. 게다가 당시 사람들은 경제 위기는 은행 위기에서 온다고 믿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창설 5년 차였던 당시 미국에는 은행 위기가 없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③ 당시 주식 투자자가 훨씬 적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지금처럼 은퇴 후 생활을 걱정해 저축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다르다.

물론 이번에는 다르다. 우리는 지금 지역 식료품점에서 구매자들의 패닉을 본다. 대공황을 겪어본 사람들은 자산 가격 급락 가능성도 확실히 잘 알고 있다. 지금 미국 내에서는 정치권이 정치적 양극화에 몰두하고 있으며, 연방정부가 위기를 잘못 처리했다는 격앙된 내러티브가 많다.

이럴 때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우선 우리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경제 불황 공포 팬데믹에 대한 모든 실질적이고 심리적인 영향을 예측해야 할 것이다. 두 가지는 다르지만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Tip

이성보다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미국 한 대형 금융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수천만달러를 들여 포드자동차의 주식을 샀다. 그가 이 주식을 산 이유는 간단했다. 모터쇼에 갔다가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휴리스틱은 객관적 사실(fact)이 존재하는데도 사람들이 고정관념이나 관습 등을 통해 내리는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말한다.

마른전투에서 독일군이 패하면서 그해 11월 휴전이 성사되자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독감에 대한 우려보다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사람들의 경제적인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실러 교수는 “당시 사람들은 은퇴 후를 위한 저축 개념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