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회사원 A씨는 전셋집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소유자로부터 아파트 시세의 70% 수준까지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통지를 받았다. 보증금은 올려 줄 수 있지만, 혹시라도 아파트 시세가 떨어져서 깡통주택이 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조금 걱정이 된다. 깡통주택은 집을 처분해도 보증금을 전액 반환해 주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깡통주택은 시세가 떨어지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임차인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친구 얘기로는 ① 전세권 등기를 하거나 ② 대항력을 갖춰 놓거나 ③ 소액임차인의 자격이 있으면, 설령 임차주택이 깡통주택 또는 경매를 당해도 보증금은 떼일 염려가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

게다가 A씨는 지방으로 발령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재계약 후에 임대차 기간이 남았어도 계약 해지가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임대차계약에 관해서도 알고 싶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전세권 설정

전세권이란 보증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해 그 부동산의 용도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권리를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선순위 전세권 즉, 그 어떠한 권리보다 1순위로 전세권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순위 전세권인 경우에만 후순위 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303조 참조).

후순위 전세권은 배당 순위에 따르기 때문에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또한 소유자(임대인)가 전세금의 반환을 지체할 때에는 임차인(전세권자)은 전세권의 목적물(전셋집)에 대해 경매 신청도 할 수 있다(민법 제318조 참조). 다만, 선순위 전세권이 건물 일부에 대해서만 설정된 경우에는 경매 신청을 할 수 없다(대법원 91마256, 91마257, 2001마212 참조). 따라서 전셋집을 얻을 때,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해서는 선순위 전세권을 설정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① 전세권 등기를 하거나 ② 대항력을 갖춰 놓거나 ③ 소액임차인의 자격이 있으면, 설령 임차주택이 깡통주택 또는 경매를 당해도 보증금은 떼일 염려가 없다.
① 전세권 등기를 하거나 ② 대항력을 갖춰 놓거나 ③ 소액임차인의 자격이 있으면, 설령 임차주택이 깡통주택 또는 경매를 당해도 보증금은 떼일 염려가 없다.

2│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임차인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대항력을 갖춰놓아야 한다. 임차한 주택에 권리관계(근저당권·가압류 등)가 생기기 전에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쳐야 그다음 날부터 제삼자에게 대항력을 갖게 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참조). 여기에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까지 받아 두면 우선변제권까지 생긴다. 이때 주민등록상의 지번과 임차한 주택의 실제 지번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유효한 공시 방법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임차인의 착오로 주소지를 잘못 기재하거나, 누락한 채 전입신고를 마친 경우에는 대항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호수를 누락하거나 잘못 기재한 것은 주택의 종류에 따라 대항력의 인정 범위가 다르다. 단독주택인 경우에는 정확한 지번까지만 기재하면 대항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공동주택인 경우에는 정확한 지번과 함께 동(호수)까지 기재해야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대법원 97다47828 참조).

참고로 단독주택이란, 1가구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주택이다. 예를 들어 단독주택을 비롯해 다중주택, 다가구주택을 말한다. 또한 공동주택은 건축물의 벽·복도·계단이나 그 밖의 설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택이다. 여기에 각 가구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각각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주택이다. 즉, 아파트를 비롯해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을 말한다(주택법 시행령 제2조 및 건축법 시행령 별표1 참조).


3│소액임차인의 자격

소액임차인은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擔保物權者)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는 임차인이다. 이 경우 임차인은 주택에 대한 경매신청개시결정 전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쳐야 소액임차인의 자격을 갖게 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참조).

결론부터 얘기하면 소액임차인인 경우 보증금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 해당 임차주택이 경매를 당하면 소액임차인에게는 보증금 중 일부 금액을 다른 담보물권(1순위 근저당권)보다 우선해 최우선변제를 해준다. 임차인이 보증금 중, 일부를 배당받기 위해서는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액은 1순위 근저당권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1순위 근저당권이 2014년 2월 1일 자에 설정돼 있으면, 당시 서울 지역은 보증금이 9500만원 이하여야 소액임차인이 되며, 3200만원까지 최우선변제를 받았다. 참고로 2018년 9월 18일부터 소액보증금액이 상향됐다. 서울 지역의 경우 보증금이 1억1000만원 미만일 때, 3700만원까지 최우선변제를 받게 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0조, 제11조 참조).

따라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소액임차인의 지위만 가지고서는 불안하다. 임차인은 반드시 전세권 등기를 하거나, 대항력을 갖춰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전세권을 설정해 두거나, 대항력과 함께 우선변제권을 갖춰놓으면 보증금을 전부 배당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매수인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에 관해서 살펴보자. 임대차는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때에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임대차 기간이 종료됐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참조). 이렇게 당사자(임대인·임차인) 간에 약정한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경우, 재계약할 수도 있고, 묵시적 갱신을 할 수도 있다. 재계약의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 또는 재계약 조건에 대해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갱신 거절 통지를 하면 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참조).

참고로 당사자 모두가 임대차계약 갱신에 관한 통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기존의 계약조건과 동일하게 재계약(묵시적 갱신)한 것으로 본다. 묵시적 갱신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이때 계약 해지는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2 참조). 그러나 묵시적 갱신이 아닌, 당사자 간에 재계약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지한다고 해서 그 계약이 해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아파트 수리를 해줄 경우,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임차인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경우에는 우선 임대인에게 양해를 얻어야 한다. 이때 임차인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보증금을 받은 뒤 이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