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주요 경제 현상의 하나는 채무 과잉(debt overhang) 상황이다. 채무 과잉이란 개인이나 기업, 정부 등의 채무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더는 부채를 통한 금융 조달이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많은 개인과 기업이 채무 과잉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상인이나 기업들의 수익이 하락하거나 심지어 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이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면 자산가치가 하락해 자산 대비 부채의 비중이 높아지고 채무 과잉이 된다. 기업들은 더는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고 추가 대출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부채상환이나 담보금 부족으로 마진콜을 요구받기도 한다. 채무 과잉 상황은 경제 위기 때마다 기업들의 현금 수요를 증가시키고 경제 전반에 유동성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채무 과잉 상태에 빠지게 된 기업이나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앞다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자기 책임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야기된 한시적 외부요인이 만든 현상이기 때문이다. 대책의 방향은 주로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시장에 매수 세력이 없어진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별펀드를 조성해 기업채권을 매입하고 자금을 공급한다. 둘째는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장에 유동성을 늘리는 것이다. 셋째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20조원에 달하는 채권시장안정 펀드를 조성하고 정책금리를 연 0.75%로 인하해 사상 처음으로 0%대 정책금리를 도입했다.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금융지원을 위해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모두 코로나19가 일으킨 채무 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이 대책들의 한계는 한시적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만약 감염사태가 장기화하면 채무 과잉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수많은 기업의 도산을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들어간 자금 회수는 불가능해지고 결국 국민 부담으로 남는다. 방법은 금융지원 조건으로 생산성 제고와 구조조정을 연계하는 것이다. 그래야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져도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고 질병이 지나가면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예산관리 중요한 시기

코로나19가 가져온 또 하나의 경제적 특징은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 현상이다. 연성예산제약이란 예산제약이 느슨해서 지출이 예산을 쉽게 초과하는 현상을 말한다. 헝가리 출신 경제학자 코르나이(Kornai)가 사회주의 경제의 비효율과 몰락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린 개인과 가계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와 의회가 합심해 예산지출을 확대하고 있어서 정부 예산을 통제하는 세력이 없다시피 한 연성예산제약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11조7000억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경제의 하방압력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정부의 예산은 전년보다 9.1% 늘어난 512조원으로 확장 편성됐다. 네 차례에 걸쳐 총 9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도 편성했다. 1차 추경이 결정되자마자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대책을 위해 추가적인 추경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위기의 시기에 예산제약을 넘어서는 재정을 편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예산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필요를 위해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산을 편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목적적이고 효율적으로 재정을 집행하는 것이다. 연성예산제약이 사회주의 경제를 무너뜨린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예산을 통제하는 주체가 없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재정수입은 감소하고 있는데 지출수요는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효율적인 예산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