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종합 경기 전망인 경기실사지수(BSI)가 기준치를 훨씬 넘어선 119를 기록했고 소비자들의 6개월 후 경기 전망에 대한 기대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 또한 2개월만에 기준치인 100 가까이 상승했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약 7% 증가했고 백화점 매출, 소비재 판매 등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생산소비주가 등 실물 지표 개선과 함께 심리 지표인 경기기대지수까지 회복세를 보여 지표만으로는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을 펼칠 만하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지표상의 경기 회복이 실질적인 회복세로 나타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의 회복세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반영하기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더 이상 악화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7월의 경우 현재 경기를 판단하는 순환변동치가 저점을 지나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여겨졌으나 짧은 회복 후 또다시 깊은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Double-dip)을 경험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깊은 불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접어들기 위해선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가는 두 축인 내수와 해외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대돼야 한다. 내수를 구성하는 민간 소비의 경우 그동안 소비 침체의 주원인이었던 가계 부채 비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고용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민간 소비의 증가폭이 크지 않아 경기 회복은 지금까지와 같이 해외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경제가 의존하고 있는 유일한 성장 엔진인 해외 수출을 둘러싼 국제 환경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의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기업들의 채산성을 약화시켜 회복 기미를 보이는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국제 유가는 국내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급등했고 국제 원유 선물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국제 투기 세력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원자재 가격을 나타내는 로이터 상품가격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약 7%나 상승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가까스로 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무역적자폭을 감소시키기 위한 미국의 약(弱)달러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수행됨에 따라 곧이어 세자릿수 환율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어느 정도 상쇄되겠지만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피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해외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위축될 경우 모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한 경기 회복에 적신호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악재들은 일시적인 가랑비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할 ‘장마 국면’과 같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원유 수입 규모가 세계 4위일 정도로 석유 의존도가 높지만 기업과 가계는 고유가 에너지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환율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결제 수단 다변화와 파생 상품 이용 등으로 환위험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약달러화 기조를 정부의 정책 개입으로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오히려 기업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기업의 자생력만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고유가, 저환율 시대는 눈앞에 다가와 있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꿈꾸기 위해선 현재의 위기 상황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선행되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