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출간한 후 242년 동안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연구해서 쌓아온 지식의 축적물이다. 단순한 몇몇 학자들의 주장이나 신념이 아니다. △먼저 가설이나 이론이 제시되고 △이에 대한 실증분석이 이뤄지고 △세계 유수의 심사 저널에서 해당 분야의 저명한 심사자의 심사를 받고 다시 수정 보완된다. 이러한 경제학적 지식들이 축적돼 하나의 경제학 체계를 이뤄 온 것이다. 이렇게 정립된 학문 체계가 아니고 소수 학자들의 생각이나 주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신념 등을 정책으로 추진할 때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위험이 뒤따르게 된다.

경제학자라면 국민의 보다 나은 경제적 삶을 위한 방안을 연구하게 마련이다. 1876년 ‘자본론’을 발간해 1917년 러시아혁명, 1921년 중국공산당 창당의 기반을 만들고 수억 명의 사람들을 공산주의 치하에서 신음하게 했던 카를 마르크스조차도 연구와 집필 동기는 당시 산업혁명으로 비참하게 살던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해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1991년 구소련 붕괴로 참담하게 막을 내렸다. 이처럼 동기는 선하지만 방법이 다르면 결과가 당초의 신념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경제학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게 된다. 이 때문에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은 “경제학자는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함께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지금 한국은 이런 뜨거운 가슴에 치우친 신념이나 주의·주장이 곧바로 정책으로 추진되면서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정책이 오랜 기간 정립된 경제학적 기반 위에 추진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 즉 ‘경제학의 역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노동·부동산 정책, 경제이론에 배치

예를 들어 임금을 올리면 노동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다. 노동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일자리 창출이 안 돼 실업이 늘게 된다. 실업이 증가하면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근로자 간의 소득격차가 커지면서 소득분배가 악화된다. 이 자명한 일들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저임금을 16.4%나 올린 나머지 전년동월 대비 월 40만 개 내외 창출되던 신규 일자리가 2~4월 중 10만 개대로 뚝 떨어지더니 5월에는 7만2000개로 추락했다.

경기침체기에는 세율을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도 경제학의 고전적인 기초이론이다. 정부가 세금을 거둬 재정지출을 하게 되면 세금을 낸 민간 부문의 투자가 줄어들어 정부의 재정지출효과를 상쇄하게 된다는 이론이 ‘재정지출의 밀어내기 효과 이론’이다. 어떤 부문에 지출하느냐에 따라 밀어내기 효과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재정지출이 소득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 ‘재정승수’라고 한다. 한국에서 재정승수는 평균적으로 0.4~0.5 정도다. 이는 세금을 1조원 거둬 지출을 하게 되면 소득이 0.4조~0.5조원 증가한다는 의미다. 세금을 거두지 않고 민간 부문에서 1조원을 지출할 때보다 소득이 적게 증가한다. 더욱이 복지 등 정부이전지출의 경우에는 재정승수가 0.1 내외 수준으로 낮다. 

경기침체기에 부동산경기 억제정책도 경제이론과는 배치된다. 전방위적인 부동산 경기 억제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가계부채는 그대로거나 늘어나는데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국민소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계의 소비가 늘어날 수 없어 장기불황에 빠진다는 이론이 미국 예일대의 어빙 피셔 교수 등이 주장했던 ‘부채 디플레이션 이론’이다. 피셔 교수는 대공황의 원인이 부채 디플레이션이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불황의 원인이 부채 디플레이션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건설업 204만 명, 부동산업 52만 명 등 전체 256만 명이 이 부문에 취업하고 있다. 상당 부분이 임시직, 일용직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오랜 기간 가설검증과 평가를 토대로 정립돼 온 제대로 된 경제학적 기반을 토대로 하지 않은 경제정책은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