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금까지 23번 나왔지만, 핵심 골격은 바로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투기적 수요는 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거주를 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는 세제상 불이익을 주고 있다. 살지도 않으면서 ‘집값이 오를 테니 일단 사두고 보자’는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가령 원정투자, 상경투자,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 등이 과거보다 많이 어려워졌다.

실제로 다주택자의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 부담이 무거워졌다. 과거 중산층은 여유 자금으로 사는 집 외에 한 채 더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부동산 재테크였다. 하지만 지금은 쉽지 않을뿐더러 실익도 크지 않다. 강남에 아파트 두 채라면 종부세만 해도 억대의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요즘 들어 집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서민들은 집 한 채 장만하기도 벅차다. 우리나라에서 집 가진 사람 가운데 84%는 1주택자다. 사실상 서민들의 주택 문제는 집 한 채를 잘 사고 잘 파는 것인지 모른다. 이제는 주택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주택 자산은 1가구 1주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월세 시대, 나이 들수록 집 한 채는 필수

앞으로 한국 고유의 임대차제도인 전세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론 앞으로 10년 안에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전세에 월세 일부를 섞은 반전세가 유행할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전세는 사라질 운명에 놓일 것은 불 보듯이 뻔하다. 임대차 3법 시행에 이어 내년에 등록임대주택에 전·월세보증보험이 도입돼 보험료 75%를 집주인이 부담하도록 하면, 집주인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 비중을 늘릴 것이다. 보험료는 보증금을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이다.

전세는 보증금 100%를 낼 뿐 월 임대료를 내지 않는 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 전환은 자금 여력이 있는 집주인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목돈이 많지 않은 집주인들은 일부라도 월세를 받는 반전세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상상해보자. 이 경우 매매와 월세만 남을 것이다. 매달 임대료를 지출해야 하는 월세 시대의 내 집 한 칸은 소중해진다. 특히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게 내 집은 노후 생활의 필수 요소이자 언덕이 될 것이다.


무거워지는 세금 압박

정부는 7·10 대책에서 1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은 현행 1~3%를 유지하되, 조정대상지역에선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과 법인은 12%로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경기도 김포나 파주, 부산이나 광주 같은 비조정대상지역에서는 세 번째 주택을 살 때부터 8%가 적용된다. 오피스텔도 주거용에 대해선 주택과 함께 중과세하므로 오피스텔을 사기도 부담스럽다. 다만 주택을 교체하려는 목적의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선 중과세하지 않는다.

시가 9억원 초과의 고가 1주택자도 양도세를 줄이려면 이제는 실거주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 올해까지는 10년 보유에 2년만 거주하면 양도세의 80%를 장기보유특별공제로 혜택을 주지만 내년 이후 매각부터는 까다로워진다. 즉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기 위해서는 ‘10년 보유(40%)에 10년 거주(40%)’ 요건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장기간 거주하지 않으면 가격이 올라도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수 있다. 거주 요건이 강화되는 것은 조정대상지역뿐 아니라 전국 고가 주택이면 다 해당한다는 것이다. 가령 부산 해운대 아파트 중 10억원이 넘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규제지역이 아니지만 내년 이후 매각분에 대해서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으려면 10년 거주를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더라도 양도세 부담을 줄이려면 적어도 10년 보유에 7년 이상은 거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대표적인 투자 상품이었던 재건축까지 거주 요건이 추가됐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연말까지 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초기 단계 재건축의 경우 2년간 실거주하지 않으면 조합원이라도 분양 자격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새 아파트를 주지 않고 감정평가를 해서 현금 청산을 한다는 것이다. 2년 거주는 전 세대원이 아니라 조합원만 충족하면 되는 것은 일반 양도세, 비과세와는 다르다. 또 재건축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가령 세입자가 2년 만기 후 5% 이내 올려주고 계속 살겠다고 해도 내가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니 안 된다고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서민들의 주택 문제는 집 한 채를 잘 사고 잘 파는 것인지 모른다. 이제는 주택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주택 자산은 1가구 1주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사실상 서민들의 주택 문제는 집 한 채를 잘 사고 잘 파는 것인지 모른다. 이제는 주택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주택 자산은 1가구 1주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주거 가치 높은 주택 주목

주택 시장이 실거주 가치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앞으로는 장기간 산다고 생각하고 집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주거의 정주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주거선호지역으로 손꼽히는 역세권이나 학군선호지역, 업무지구 주변 주택 시장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앞으로 10~20년 뒤에는 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될 것이다. 특정지역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양극화가 극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집 한 채를 사더라도 20~30대로 구성된 M·Z세대가 선호하는 대도시 도심을 중심으로 고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택 시장은 지하철, GTX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도심이나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압축하는 것이 낫다.


갈아타기는 ‘선매도 후매수’

규제지역에서 대출을 내면 기존 집을 6개월 이내에 팔고 새 집에 전입해야 한다. 규제지역에서 일시적인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는 1년이다. 새 집을 산 뒤 기존 집을 1년 이내에 처분해야 양도세를 비과세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비규제지역은 3년으로 여유가 있다. 새 집을 먼저 사놓고 기존 집이 팔리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집 팔기와 사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령 오전 10시에 매도 계약금을 받았다면 당일 오후 4시 매수 계약금을 지급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집을 판 뒤 늦어도 열흘을 넘기지 않고 집을 다시 사는 게 좋다. 벽돌을 빼냈으면 더 늦기 전에 다시 끼워 넣는 것이다.

일이 꼬이면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새로 산 집을 되팔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특히 같은 아파트 내에서 옮기는 것은 그나마 낫지만,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길 때는 ‘선매도 후매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집 한 채로 노후 준비하려면

최근에 한 지인 A는 송파구 잠실에 살던 아파트를 월세 놓고 하남 전세로 옮겼다. 거주 주택을 유동화해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집을 두 채 갖기 어려운 시대, 한 채로 캐시플로를 창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A처럼 살던 집을 월세 놓고 다른 곳에 전세 사는 전략, 소유와 거주를 분리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그 지역에 꼭 거주할 필요가 없으므로 시도해볼 만하다. 나이대로는 45세 이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은 한 번에 받기보다 여러 번 쪼개 받을수록 커진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노후에 월세를 받으려면 집을 갈아탈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전세보다 월세가 잘 나오는 곳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이다. 주로 월세가 잘 나오는 곳이 더블역세권이나 학군선호지역의 새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