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여진연세대 경영학,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연세대 경영학,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열풍이 국내 금융 투자 시장을 제대로 달궜다. 주식 매매를 해보지 않은 사람도 카카오게임즈 청약만큼은 도전하겠다고 말했다더니, 진심이었나 보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이 공모주 청약 최대 증거금인 30조원을 모아 시장을 놀라게 했는데, 이번에 카카오게임즈는 무려 58조5543억원을 끌어모으며 SK바이오팜 기록을 가뿐히 갈아치웠다. 뒤를 이어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주식시장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화끈한 공모주 시장이 아닐 수 없다.

뭉칫돈이 몰렸다고 해서 공모주 투자를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내게 친숙한 게임을 개발한 회사라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글로벌 아이돌이 속한 기업이라고 해서,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이번 편에서는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러 방법과 그 장단점에 대해 정리했다.

공모주는 투자자가 공모가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로, 관련 법규에 따라 투자자에게 물량이 배정된다. 우선 절반(50%)은 기관 투자자 몫이다. 나머지 50% 중 20%는 일반 투자자, 20%는 우리사주, 10%는 하이일드 펀드에 각각 배정된다. 이 글을 읽는 상당수 투자자가 공모 주식의 20% 안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다. 개인의 청약 경쟁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SK바이오팜 청약 신청의 일반 경쟁률이 323 대 1에 도달한 이유다. 당시 증거금으로 1억원을 입금해도 받은 주식은 12주(공모가 4만9000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기관보다 여유 자금이 부족한 대다수 개인이 청약 증거금으로 수억원을 낸다고 치자. 그래봤자 배정 물량은 최대 20%인데, 목돈을 유휴 자금으로 묶어버릴 바에는 다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기대수익률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 투자자로서 정보력이 취약하다는 점, 여러 종목 사이에 숨은 옥석을 골라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도 개인의 ‘묻지 마 공모주 투자’를 경계하는 이유다.

반면 기관 투자자는 배정받는 물량 자체가 많은 데다 강력한 현금 동원 능력을 발휘해 보호예수(lock-up)를 약정할 수 있다. 보호예수를 약정하면 더 많은 물량을 받는다. 확실히 오를 종목이라면 큰 재미는 물량 장악이 가능한 기관만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보호예수는 최대 6개월까지 걸 수 있다. 길게 거는 만큼 더 많은 물량을 받는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보호예수 기간에 주가가 하락하면 되레 독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요즘처럼 공매도(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법)가 금지된 시기에는 마땅한 헤지(위험 회피)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총알(돈)과 정보를 쥔 쪽이 기관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공모주 직접 투자가 불안하거나 소액으로 투자하고 싶은 개인은 펀드에 가입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반 공모주 펀드는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운용해준다. 물론 이때도 일반 공모주 펀드의 배정 물량이 많지 않아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사실은 미리 인지해야 한다.

이 밖에 코스닥벤처 펀드와 하이일드 펀드로도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이 중 코스닥벤처 펀드는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또는 유상증자 시 공모 주식의 30% 이상을 배정받을 수 있는 펀드다.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 50%에서 코스닥벤처 펀드가 30%를 우선 배정받고 나머지 20%를 기관 투자자가 배정받는 식이다.

최근 국내 코스닥벤처 펀드 수익률은 성패가 갈렸는데, 수익률이 저조한 펀드중 운용 전략상의 한계를 드러낸 경우가 많았다. 코스닥벤처 펀드는 투자 비중에 대한 조건으로 △벤처기업 신주 투자 15% 이상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 주식 35% 이상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여러 자산운용사가 이 요건을 채우기 위해 전환사채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문제가 불거졌다.

또 투자 비중을 채우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검증되지 않은 코스닥 종목에 투자한 사례도 발생했다. 중소형주는 숏(떨어질 것 같은 주식을 공매도하는 전략) 물량을 구하기 어렵다. 사실상 헤지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에는 물량을 받은 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하이일드 펀드는 올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규정이 일몰되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한다.

결국 이쯤에서 펀드를 통해 공모주 투자에 나서려는 개인에게 당부할 수 있는 건,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와 운용 전략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눈에 띄는 수익률을 낸 일부 코스닥벤처 펀드는 상장이 예정된 우량 비(非)상장 기업을 편입해 시세 변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코스닥벤처 펀드 요건까지 충족한 경우가 많다. 펀드를 굴리는 각 운용사의 역량 차이도 매우 크다.

참고로 코스닥벤처 펀드의 최소 가입 금액은 현행 1억원 이상에서 추후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1억원도 고액이지만 그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소득 공제 혜택이 있기는 하나 투자 기간 3년을 채워야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의외로 이런 기본 점검 사항을 모르고 투자했다가 나중에 당혹감을 드러내는 사례가 많다. 뻔한 말로 들리겠지만, 투자는 기본부터 충실해야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올해 6월 23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6월 23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신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통한다. 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통한다. 사진 연합뉴스

당분간 지속될 공모주 인기

2018~2019년 공모주 시장 규모는 활황기였던 2017년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끌어들인 풍부한 유동성과 주식 투자에 대한 개인의 급격한 관심은 한동안 상장을 미뤄온 기업들을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불러냈다.

우리는 매력적인 종목이 등장하면 막대한 유동성이 공모주 시장으로 쏠릴 수 있음을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사례에서 확인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신성장 분야에 관한 관심도 꾸준히 커지고 있어 공모주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다. 최근 3개월간 1조원 넘는 자금이 공모주 펀드에 쏠린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직접 투자하든지 펀드를 통하든지 공모주 투자 열기는 지속할 것이다. 부디 각 공모주 투자 방법의 장단점을 면밀히 비교하고, 자신의 투자 성향과 환경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 올바른 의사 결정에 이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