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000~1만달러에서 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한 국가를 중진국(중간소득국가)이라 부른다. 중진국은 주로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에 몰려 있다. 중진국은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력 상실로 중진국에 머물거나 후진국으로 후퇴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기 쉽다. 최근 중남미는 중진국 함정의 수렁에 빠졌다. 경제가 침체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친 고질적 문제가 터졌고 이는 대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스페인 식민 시절부터 약 500년간 이어온 뿌리 깊은 불평등 △원자재와 농산물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경제 △고질적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와 부정부패 등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사회 불안은 또다시 경제 침체로 이어져 악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남미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10개국이 대부분 중남미에 몰려 있다. 브라질·페루·콜롬비아·멕시코·칠레가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19로 이들 국가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 경제 침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다른 중진국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인도·러시아·남아프리카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은 10개국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중진국이 세계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성장 동력이므로 국제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왼쪽부터 마수드 아메드(Masood Ahmed) 글로벌개발연구소장, 전 국제통화기금(IMF) 중동 및 중앙아시아 책임자마우리시오 카데나스(Mauricio C´ardenas) 콜롬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전 콜롬비아 재정장관
왼쪽부터
마수드 아메드(Masood Ahmed) 글로벌개발연구소장, 전 국제통화기금(IMF) 중동 및 중앙아시아 책임자
마우리시오 카데나스(Mauricio C´ardenas) 콜롬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전 콜롬비아 재정장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① 중진국(중간소득국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②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10개국은 미국을 제외하곤 모두 중진국이다. 하루 발병 건수와 100만 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중진국에 대한 경제 전망 역시 암울하다. 가계 소득은 2020년에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최악의 경우 전 세계 인구 1억 명이 추가로 극빈층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중남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8.4%를 차지할 뿐이지만, 코로나19 사망자는 30%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남미 국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9.4% 감소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이 지역의 빈곤율이 10%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사회 불안이 중진국 전역에 퍼지던 시점에 이런 좌절이 찾아왔다. 페루나 가나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곤, 사회 불안의 주된 원인은 성장 부진, 계층 이동의 가능성 부족, 정치적 대표성과 참여도에 대한 요구와 관련 있다. 칠레처럼 경제 실적이 괜찮은 국가에서도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 최상류층이 대부분의 소득을 가로챈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 중진국 수출을 견인했던 기나긴 ③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을 맺었다. 이 국가들에서 향상된 생활 수준은 역전될 위기에 처했다. 젊은층은 부모 세대가 한 세대 전에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갈까 봐 두려움에 떨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발발하자 중진국 정부는 록다운(lock down·봉쇄령)과 경기 부양책을 발동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높은 도시 인구 밀도와 대면 접촉을 피하기 어려운 대규모 비공식 경제,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효과가 낮았다.

예컨대 콜롬비아는 올해 GDP가 약 7% 감소할 전망이다. 팬데믹은 일자리와 소득 감소를 유발했고, 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을 2019년 말 27%에서 5월 38%(추정치)로 끌어올렸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불평등은 확대했다. 상위 20% 인구의 소득이 33% 감소하는 동안, 하위 20% 인구의 소득은 50% 줄었다.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거리에 나선 시위대가 두려워하던 경제 전환 국면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동면하던 사회 불안이 앙심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

중진국 정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대신 이 정부들은 가능한 범위 내의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국제 사회는 장기적 관점에서 적어도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이들의 곤경을 무시할 수 없다.

첫째, 중진국은 전 세계 인구의 75%를 차지한다. 이들의 참여와 지원 없인 효과적인 글로벌 보건 안보 인프라가 마련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가능한 한 빨리 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백신 개발국인 선진국이 먼저 백신을 가져갈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국제백신공급협의체(COVAX)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과 백신 동맹 가비(Gavi)를 이끄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당연히 최빈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COVAX가 중진국의 필요만큼 백신을 제공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


‘실종된 중간층’,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

둘째, 세계 경제 성장은 세계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신흥국에 달려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회복은 중국과 중진국이 이끌었다. 중진국은 원자재 가격과 무역 규모에 영향을 주면서, 회복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엔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 중진국은 팬데믹발(發)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성장 원천을 찾을 필요가 있다. 불행히도 중진국 정부는 공공 투자를 증진하고 민간 투자 리스크를 줄일 자원이 부족하다. 국제 금융에 대한 접근권이 필수적인 이유다.

지금까지 중진국은 세계 자본 시장에 대한 적절한 접근권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예고 없이 바뀔 수 있다. 재정·경제 상황 악화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더욱 악화할 여지도 있다. 시장이 닫히거나 너무 비싸지면, 중진국은 지역 개발은행과 같은 공식 대출 기관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관들은 중진국에 대출할 자본이 제한적이므로 자본 확충을 필요로 할 것이다.

다른 금융 수혈 대안으론 IMF의 예비자산인 ④ 특별인출권(SDR) 발동이나 선진국 중앙은행에서 신흥국 시장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특수 목적 수단 설립이 있다. 지역 기관을 통한 양허적 금융도 예방접종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보건 안보와 같은 공공재에 자금을 조달하고, 극빈층을 위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계는 녹색 성장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앞으로 30년 동안 인프라 투자의 대부분은 중진국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들의 선택이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0)’라는 국제 사회 목표의 달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중진국은 선진국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곳들의 위기가 장기간 이어지면 (녹색 성장에 대한) 노력은 무로 돌아가고, 이는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 국가들이 팬데믹과 경제 위기를 이겨내도록 돕는 것이 국제 사회가 각자 이익을 챙기는 행동이다.


Tip

중진국(중간소득국가)은 전 세계 인구의 75%와 빈곤층의 62%가 거주하는 국가를 이르는 말이다. 세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2020년 9월 1일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브라질·인도·러시아·페루·콜롬비아·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스페인·칠레다. 미국과 스페인을 제외하곤 모두 중진국에 해당한다. 글을 집필할 당시에는 선진국 스페인보다 중진국 이란의 확진자 수가 더 많았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원자재 가격이 20년 이상 오르는 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를 의미한다. 중남미 경제는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현재 중남미의 GDP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10년 전의 51%보다 늘었다.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중남미는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정부 부채가 늘고 있다.

IMF가 1970년부터 발동시킨 일종의 국제준비통화로, 금이나 달러화 뒤를 잇는 제3의 통화로 간주하고 있다. 가맹국은 국제 수지가 악화했을 때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