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숙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안명숙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수도권이 2.5단계 거리 두기에 들어가면서 카페나 음식점 등의 언택트(untact·비대면) 마케팅 전환 가속화는 물론 기업의 재택근무도 증가하고 있다. 사무실이나 요식업으로 활용되는 도심의 상업용 건물은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

코로나19로 수익성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보다 투자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강력한 위기 상황에도 수익성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초과 수요 상태를 지속하면서 호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수익성 부동산 시장 열풍의 실체는 무엇일까?

수익성 부동산의 인기는 유동성과 낮은 금리가 배경이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3월 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 연 1.25%였던 금리를 0.75%로 0.5%포인트 내렸고 5월 28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해, 기준금리가 연 0.5%로 낮아졌다. 지난 8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해서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 세금 부담으로 중소형 빌딩 매수 증가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세제 및 대출 규제 등 압박을 가하는 정부 정책도 수익성 부동산 수요 증가의 원인이다. 정부 규제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의 뭉칫돈이 주택에서 수익성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금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중소형 빌딩 매수로 급속하게 전환한 것이 원인이다. 수익성 부동산은 담보 가치 기준 60%까지 대출할 수 있다(차주의 신용보다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이자 상환에 우려가 적은 부동산에 한함). 신용도가 우수한 법인이나 개인은 수익성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가 2% 초반으로 하락했다. 이자는 필요 경비로 차감되므로 실질 이자율은 1%대다.

특히 주택과 달리 취득이나 보유·양도 시 보유 부동산과 관계없이 세금이 중과되지 않고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인구를 비롯해 모든 산업과 자본이 서울로 집중되면서 수익성 부동산 가격이 10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광역교통망 및 도시철도 등으로 촘촘히 교통 체계가 개선되고 밀집화하고 있는 서울은 ‘어디를 사도 시간문제이지 가격이 오르는 것은 명약관화’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다.


스타트업의 투자 대상은 강남 부동산

수익성 부동산 시장에서도 ‘강남 불패’ 신화는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강남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지 지분(아파트가 가구당 실제 점유한 토지 면적)은 3.3㎡당 1.5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는 인근 수익성 부동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매수자가 몰리면서 몇 백억원대의 강남 수익성 부동산이 불과 며칠 만에  매매 계약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가격 상승도 빨라지고 있다.

강남의 수익성 부동산 시장에는 신흥 부자들도 늘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목돈을 만든 개인이나 4차 산업으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스타트업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전통적인 강남의 부자들은 공실 등 부동산 위기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흥 부자들은 적극적으로 강남 부동산을 매입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일시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뭉칫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강남 부동산 매입의 이점이 더 있다. 4차 산업 기업은 유능한 인재가 생명이다. 이들을 고용하기 위해선 회사 입지와 같은 근무 인프라가 중요한 요소다. 또한 투자금이나 수익으로 최대한 대출을 받아 사옥을 매입하면, 금리가 낮아 임대료보다 경제적이다. 향후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 기업 자산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된다.


대기업은 여전히 수익성 부동산 지지대

중소형 빌딩이 돈 많은 개인이나 법인의 투자 대상이라면, 도심의 프라임급 빌딩은 펀드나 리츠 등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관심 대상이다. 부동산 구조화 및 유동화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가 증가하면서 서울의 프라임급 빌딩의 매입 전쟁은 거세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5000억원이 넘는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는 대부분 신고가를 경신하는 빅딜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지난 2월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남산스퀘어가 5050억원에 한국투자신탁에서 이지스자산운용·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SK디앤디(SK D&D) 컨소시엄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5월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시티가 처음보다 2800억원 오른 5458억원에 영국계 사모펀드운용사 액티스(Actis LLP)에서 디앤디(D&D)인베스트먼트로 손바뀜됐다. 두산빌딩, 파인애비뉴 등 현재 서울 도심에서 매물로 나온 굵직한 건물은 3.3㎡당 3000만원을 훌쩍 넘긴 수준에서 매입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서울의 프라임급 빌딩에 열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부동산을 구조화한 펀드나 리츠 등의 상품이 임대 수익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배당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서울의 대형 오피스 빌딩은 도심의 핵심 업무지구에 있어 향후 매각(엑시트)이 용이한 데다가 임차인이 우량 대기업들로 대거 채워져 공실과 수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아직 대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일시적인 대안으로 여길 뿐 구조적인 변화까지 시도하지 않는다. 덕분에 대기업은 여전히 오피스 시장의 우량 임차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대기업이 입주한 서울 도심권 대형 오피스 빌딩의 경우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일단 매입해야 한다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 가치 상승으로 고비용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내 오피스 시장의 상황도 자산운용사의 베팅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세빌스 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2014년과 2018년 공실률이 한때 25%에 육박하던 여의도(YDB) 오피스 시장도 2020년 2분기 기준 7.6%로 하락했다. 도심 재개발로 신규 오피스 물량 공급이 집중된 도심(CDB)은 같은 기간 공실이 9.7%로 높은 수준이나 새 임차인을 찾으면서 급격하게 줄어드는 양상이고, 가장 핫한 강남(GBD)은 2.7%로 공실률도 높지 않다.

종합하면, 명동이나 이태원과 같은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던 수익성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여파에 매출이 급감하면서 공실이 급증, 가격도 약세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기업이 임차하거나 내수시장이 뒷받침되는 강남 등 인기 지역은 코로나19 위기가 지나면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 위기는 부동산 시장의 공간 활용도 및 도심 부동산의 전통적인 시장 구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간은 또 그에 맞는 용도에 맞춰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